이 이야기는 두 명의 타이피스트가 출근해서 퇴근하기까지의 시간을 극대화 시켜, 40년간에 걸쳐서 흐르는 시간으로 확장 시켜놓은 작품. 자연히 인물들은 한번씩 등·퇴장함에 따라 나이를 한웅큼씩 먹고 등장을 하고, 그 흐른 세월 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서로를 잘 알고, 그 테두리에서의 삶을 공유한다.이 두 남녀의 타이피스트가 하는 일은 전화번호부에 기록되어 있는 모든 주소를 엽서에 끝없이 옮기는 작업을 하는 것인데, 마치 기계와 같이 하루종일 그 일을 한다.

자기의 회사가 무엇을 파는지를 아는 시점은 극의 마지막 부분 퇴근시간, 그들이 60살이 되었을 때이다. 그것도 우연히 땅에 떨어져 뒤집혀진 엽서를 통해 스웨터를 판다는 문구를 처음 발견한다. 그토록 많은 시간 자신들이 타이핑하던 그 엽서 바로 뒷면이었다. 그리고 그리 놀라지 않는다. 시간에 짜여지고 노예가 된 삶, 원하지 않았던 종속된 객체로서의 무기력한 그들의 삶이, 반복된 일상의 허당 속에서 바람처럼 잠식되어간 것이다. 그 뜨겁던 젊은 시절, 그들이 원했던 것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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