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방문거절 계기신·구주류 모처럼 대야 공세 한목소리퇴임이후 동교동 자택에서 칩거하며 조용한 나날을 보내왔던 DJ(김대중 전대통령)가 드디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지난 17일 DJ와 동교동측은 다음날(18일)로 예정됐던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예방을 거절하는 등 작금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보였다.DJ의 최 대표 면담 거절은 최 대표의 ‘DJ 이적 행위’ 발언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그 이면에는 고폭실험 문제를 비롯한 대북송금 제2특검법안을 단독처리한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이와관련, 김한정 비서관은 17일 “최 대표가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김 전대통령에 대해 한 최근의 언사는 그 내용이 부당할 뿐 아니라 예의에도 어긋난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는 것은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최 대표 면담을 거절한 이유를 설명했다.고폭실험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김 비서관은 “고폭실험은 국민의 정부 이전부터 그 정보가 입수되고 주시돼 온 사안으로서 한·미간에는 이와 관련해 긴밀히 정보협력을 유지하면서 양국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에도 반영해 왔다”면서 “야당이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고폭실험 문제는 YS(김영삼 전대통령) 정권 당시 이미 정보가 입수된 사안인 만큼 한나라당도 이 문제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이처럼 DJ와 동교동측이 최 대표와 한나라당의 최근 행태를 비판하며 역공에 나서자 한나라당은 겉으론 태연한척 하면서도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당직자 인선 과정에서 호남세력이 철저히 배제돼 ‘한나라당=영남당’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 대표의 거친 언행은 불필요한 마찰과 당 이미지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DJ가 기지개를 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분석이다. 신당론과 관련한 신·구주류간 갈등으로 분당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작금의 민주당 내분사태가 DJ의 반기로 다시 똘똘 뭉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실제로 최 대표의 이적행위 발언이후 DJ의 측근들과 민주당 의원들은 최 대표와 한나라당을 성토하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DJ의 한 측근은 “합리적 정국운영을 공언해온 최 대표의 최근 행보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하고 “전직 국가원수를 ‘이적행위’ 운운하면서 비난한 것은 정치지도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한화갑 전대표도 “평생을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헌신한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이적행위를 했다고 한 것은 자질을 의심케하는 망언”이라고 비난한 뒤 “지난 98년 4월 설령 고폭 실험을 했다하더라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지 한달 남짓 되는 시점으로 YS와 한나라당 정권의 책임이 더 크며, 한나라당 정권이 북에 지원한 자금으로 고폭 실험을 한 것이 된다는 점을 한나라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신주류인 김경재 의원은 “윗사람을 만나겠다면서 밖에서 욕을 하고 들어가면 되겠나. 게다가 욕하는 소리가 담장을 넘어 들어왔는데…”라고 비꼬았다.중도파 중진인 김근태 의원도 개인명의의 논평을 통해 “최병렬 대표가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마치 사실인양 단정하고 남북의 교류협력을 이적행위로 단정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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