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개혁파 탈당 신호탄으로 정계 보·혁구도 재편될 경우한나라 잔존파·동교동 구주류 ‘같은 정적’ 놓고 연대 가능성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기존의 질서가 완전히 파괴될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이런 기류는 민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감지된다.이부영, 김부겸, 안영근 같은 진보적 의원들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겠다고 직간접 선언하면서 그 첫 정계재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이들 외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탈당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게 정치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적어도 10명에서 20명선에 이를 전망. 탈당파들이 같은 길을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한나라당 정서에 맞지 않는 의원들이 눌러 앉아있을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원내총무 추대에 실패한 김덕룡 의원도 한나라당에 남아 있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이우재 의원 등과 같은 길을 걸어온 이재오 의원도 성향상 한나라당에 계속 남아 있기가 여간 곤혹스럽지 않을 것이란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밖에 소장파 의원들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한나라당 내부의 전체 분위기가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한나라당이 보혁구도로 분열되면 민주당 신당 추진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한마디로 정치권이 비로소 코드 맞는 사람들간에 ‘끼리끼리’ 모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민주당 사정은 또 어떤가.민주당은 급진 개혁파와 온건개혁파가 결국 갈라서게 될 것이다. 급진파는 한나라당 탈당파와 같은 색깔이고 온건파는 한마디로 호남민주당 즉 동교동 중심의 민주당이 주축이다. 여기서 참으로 중대하고 엄청난 정치권의 변화를 상상해 볼 수 있다.그것은 한나라당과 호남 민주당의 연합이다.한국정치 판도의 대변혁이고 경천동지할 일이지만 상황은 이 놀라운 변혁을 현실화시킬 수가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그러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의외로 간단한 논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적의 적은 우군’이라는 것이다.노무현 정권이 당선 3일만에 호남 민주당 주류를 배제시키는 23명의 개혁세력 연대 서명을 한 것에서부터 이 거대한 정치권 변혁의 조짐은 태동했다.대선 때 후단협을 만들고 분당 협박까지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훼방놓은 것에 대해 다분히 감정이 개입된 정치보복성 ‘털고 가기’ 방침으로 많은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다.영남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의도적 호남배제라는 말도 구주류에 속하는 민주당 의원들 입에서 거침없이 나오는 실정이다.여기에 문제의 포인트가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정적이다. 동교동 구주류가 주축인 호남민주당은 민주당 개혁파의 잠정적 정적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과 호남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공동 상대를 갖게 된다.경우에 따라서는 투쟁과정에 얼마든지 공조가 형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대해 공세를 취하는 과정에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특검이나 국정조사, 각료 해임안을 제출하면 다수당의 횡포가 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호남민주당과 연대해서 이같은 문제를 처리하면 독선이 아니라 대세가 된다. 여론의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한나라당은 두 번의 대선 실패를 겪으면서 호남의 단결력에 혼쭐이 났다. 지난 대선 때 호남 현지에서만 274만표 대 14만표로 완패했다. 수도권과 부산권까지 합하면 거의 500만표를 호남에서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더구나 전국정당을 표방해온 한나라당이 십수년 째 호남에서 완전 전멸 당해온 것을 감안한다면 한나라당 입장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김문수(경북), 김무성(부산)의원 등이 호남출신 김덕룡 의원을 원내총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게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들의 말이다.한나라당 내에 호남을 끌어안으려는 구체적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봐야 한다.신임 최병렬 대표가 김대중 전대통령을 배려하고 호남정서를 감안해 제2 특검에서 대북문제는 마무리 짓고 150억원 뇌물의혹에 국한시키려는 움직임을 암시한 것도 다 일맥상통하는 조짐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주적이 노무현이지 이제 김대중이 아니라는 주적교체론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는 것도 다 새로운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호남민주당도 결코 싫지 않은 흐름으로 받아들인다. 노무현 정권은 과거정권과의 차별화, 김대중정권의 연장 이미지를 벗고 싶어한다. 과거정권의 실세들을 빠른 시일내에 정리하고 싶을 것이다. 김대중 당을 노무현 당으로 전환시키고 싶을 것이다. 자연히 분야 분야에서 전정권 격하운동이 불가피하다. 그러다 보니 김대중정권 실정과 부패가 가감없이 드러나게 되고 그 희생자는 실세그룹을 형성했던 호남 정치인, 호남출신 고위 공직자, 호남 출신 기업인들이 줄줄이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이럴 바에는 다수당이자 제1당인 한나라당과 연대, 연합을 통해 노무현 정권을 견제하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을 할 수가 있다.또 호남지방에 팽배해 있는 패배주의 즉 다시 호남정권이 들어서는 것은 당분간 힘들 것이라는 것 때문에 그럴바에는 차라리 내각제 개헌을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한나라당내 내각제론자들과 물밑대화도 있을 수 있다.그 과정에 자민련의 합류도 부수될 수 있다. 한나라당과 호남 민주당, 자민련 등 신3당이 다시 재연되는 것일까.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