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쓴 뒤부터 영화제작에 나서 구설수 올라이 장관측, “터무니없는 음해다. 일일이 해명 필요 없다”

최근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지난 90년대 재벌가의 자서전적 소설 ‘집념-길위의 길’이라는 소설을 두고 온갖 말들이 무성하다. 이 장관은 지난 96년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 ‘집념’을 집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재벌개혁을 외치는 참여정부의 각료가 재벌가를 옹호하는 책을 쓸 수 있느냐”, “집필해주고 기업으로부터 이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받은 것이 아니냐”는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측은 “터무니없는 주장. 일일이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과거 소설가나 평론가들이 문화부장관에 오른 경우는 많다. 6공시절 작가 정한모씨가 문화공보부장관을 역임한 바 있고, 지난 89년에는 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인 이어령씨가 문화부장관을 맡기도 했다.취임 직후부터 파격적인 언행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도 역시 소설가 출신이다. 세간에서는 영화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영화계 진출이전에는 소설가로서도 명성을 얻은 바 있다.그는 신일고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인 지난 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에 소설 ‘전리’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장한 뒤 ‘소지’, ‘끈’,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의 작품으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다 지난 93년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각본과 조감독을 맡으면서 영화계에 진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이처럼 소설가와 영화의 일을 병행하던 시절인 지난 96년, 그는 느닷없이 재벌가의 자서전적인 소설을 썼다.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적인 장편소설 ‘집념-길위의 길’을 집필했던 것.이를 두고 최근 항간에서는 온갖 억측이 무성하다. 우선 그간 사회문제 등에 비판적인 ‘문제적 소설’을 썼던 그가 그 당시 갑자기 대기업을 옹호(?)하는 글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한 문제제기다.그는 소설‘집념’의 서두에 “박인천 회장의 전기를 기록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은 그의 일생이 ‘역사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의 삶은 한국의 근세사와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또 “박 회장은 끝없는 도전과 시련을 거듭하면서, 엄청난 발전과 비약을 일궈냈다. 그런면에 그의 일생은 우리 역사의 엄정한 상징이 되고 있고, 또 그만한 교훈을 준다”고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독자들의 흥미를 위해서나 박 회장을 미화하기 위해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을 덧붙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박 회장의 삶을 통해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교훈을 줄 수 있다면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처럼 그가 책에서 “박 회장의 일생을 통해 한국사회가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해 왔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집필동기를 밝힌데 대해,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 일부에서는 “항상 사회에 비판적이고 문제의식이 있는 소설이나 영화를 제작했던 이 장관이 이런 소설을 쓸 줄은 몰랐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이에 대해 ‘집념’의 출판을 담당했던 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당시 출판업계에서는 대기업 창업주나 CEO 등을 소재로 한 출판물이 봇물을 이루던 상황”이라며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집념’을 집필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그룹 50주년을 기념해 그룹 창업주 박회장에 대한 일대기가 기획된 것으로 안다”며 “이를 이 장관이 소설형식으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재벌개혁 등을 최우선 과제로 탄생한 참여정부의 각료인 이 장관이 대기업 창업주의 일대기를 소설로 쓴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일각에서는 또 “소설을 집필해주고 기업으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그의 일대기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정부분의 활동비와 집필료 등을 받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이에 대해 출판사 관계자는 “당시 인지세 등 출판에 관한 계약은 출판사와 금호그룹, 저자(이창동 장관)간 이뤄졌는데, 현재 이를 정확히 아는 관계자는 없다”며 “당시 ‘집념’은 L, B 문고 등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등 꾸준히 팔려 나간 책”이라고 설명했다.금호그룹 관계자는 “당시 작가와 그룹차원에서 어떤 계약이 이뤄졌는지 현재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도 없고, 또 이를 말해 줄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 소설을 쓴 뒤, 직접 영화를 제작해 항간의 의구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 소설을 쓴 96년부터 이 장관은 직접 영화를 제작했다. 96년 그는 노사모의 핵심 멤버인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씨 등과 함께 영화사 ‘이스트필름’을 설립하고 다음해 ‘초록물고기’라는 영화를 직접 만들어 성공적으로 감독에 데뷔하게 된다. 이처럼 책을 마친 시점과 영화를 직접 제작한 시점이 맞물리면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출판업계 관계자는 “당시 작가와 그룹간 어떤 계약이 이뤄졌는지 알 수 없지만, 이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이 장관도 이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며, 이런 소문이 왜 도는지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일일이 해명할 가치를 못 느낀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문광부 한 관계자는 “사실과 명백히 다른 근거없는 문제 제기이며 이를 위해 별도의 인터뷰나 해명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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