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민주당서 16대 총선·당내 경선·대선때 유용 의혹”민주 “사실관계 확인되지 않은 억측 공세 중단하라” 반박 대북송금 특검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비자금 수수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특검연장 시한이 임박해 오고, 이에 따른 찬반논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의혹이 터져나온 것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자금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비자금 문제와 관련, 청와대의 사전인지 여부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민주당 신·구당파간 갈등 국면에서 구주류 의원들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1백50억원의 비자금 사용처가 지난 2000년 4월 총선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정치권 유입설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조성된 비자금이 2000년 4월 총선은 물론 같은 해 8월 최고위원 경선 등 민주당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고, 더 나아가서는 지난해 대선경선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북송금 특검 수사 연장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150억원 비자금 수수 의혹 사건이 갖가지 의문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특검연장 반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민주당측 한 관계자는 “이익치씨의 일방적 진술에 불과한 박전실장의 수수의혹이 왜 하필 이 시점에서 터져 나왔는지 납득할 수 없다. 특검연장 반대 여론 때문에 청와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것은 특검팀은 물론 청와대까지도 연장수용에 따른 명분을 찾자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이미 이러한(박전실장 비자금 수수의혹) 문제를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정치적 추이를 지켜보고, 반대여론(특검연장에 대한)이 높아지니까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의 사전인지 의혹을 제기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신당논의와 관련, 민주당 신·구주류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최근 들어 구주류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 것과 박전실장 비자금 수수 의혹이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여권내에서도 박전실장의 비자금 의혹을 둘러싸고 신·구 세력간 다른 견해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동교동계 일각에서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2인자나 다름없는 박전실장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결국 김전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동교동계 한 핵심인사는 “박전실장에 대한 의혹제기는 결국 DJ를 겨냥한 것이고, DJ를 겨냥하는 것은 바로 우리(구당파)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결국 신당창당의 걸림돌인 우리를 제거하고, 노무현당 창당을 본격화하려는 정치적 의도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여권내 정치적 해석과는 달리 한나라당은 ‘대어를 낚았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은 비자금의 여당 제공설을 특검문제와 연계해 연일 집중공세를 퍼붓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현대비자금 150억원의 행방. 박전실장이 구속수감되면서 완강하게 부인했음에도 불구, 이 문제는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특검팀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수사과정에서 박전실장에게 1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 150장을 건넸고 무기중개상이었던 김영완씨를 통해 돈세탁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에서 밝힌 이전회장의 진술에 따르면 박 전실장이 2000년 4월 초순 서울 프라자 호텔 객실에서 김영완씨를 통해 정몽헌 회장에게 정상회담 준비비용 명목으로 150억원을 요구해 4월 중순 밤 같은 호텔 바에서 현대가 시행중인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카지노·면세점 등의 설치 및 현대 대북사업 협조청탁과 함께 1억원짜리 예금증서 150장을 건넸다는 것. 하지만 박전실장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전실장은 특검조사 과정에서 “돈을 받으려면 정회장에게 직접 받지 왜 정부가 신뢰하지 않았던 이씨를 통해 받겠냐”고 반박하면서 “그런 거액뇌물을 공개된 장소에서 받겠냐”며 수수의혹 일체를 부인했다. 진실여부와는 무관하게 이미 한나라당은 비자금 조성의혹을 기정사실로 받아 들이고 있다. 또 이 돈이 총선자금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나라당측 주장. 특검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씨와 김씨간 배달사고설도 한나라당은 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측은 특검연장 수용은 물론이고 비자금 조성의혹까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측은 총선뿐만 아니라 이 비자금이 대선때까지 민주당에서 운용한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노대통령도 직·간접적으로 ‘현대비자금’혜택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총선이후 치러진 여권내 최고위원 경선은 물론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도 비자금이 유용됐을 수도 있다는 게 한나라당측 일부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측 핵심관계자는 “만약 이 비자금이 여권의 정치자금으로 사용됐다면 지난 대선 경선때 출마한 노대통령도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현대비자금’의 수혜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박종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원도 한도 없이 썼다’는 노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들어 노대통령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의혹을 뒷받침했다.

또 150억원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법을 개정해서라도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한나라당측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은 비자금 조성문제와 대북 특검수사 연장문제는 별개의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대북특검 수사기간 연장은 있을 수 없다는 당론을 재확인했다. 또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다면, 검찰수사를 통해 밝히면 될 것이라며 대북특검수사와 비자금 조성 의혹 문제를 연관시켜선 안된다는 게 민주당측 주장이다. 또 민주당측은 이씨와 박전실장의 주장이 서로 다르고, 돈세탁 당사자로 지목된 김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자금 조성의혹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단정지어선 안 된다고 한나라당측의 정치공세에 맞서고 있다. 여하튼 특검연장수사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고, 민주당내 신·구당파간 갈등이 최고조로 달아오른 가운데 불거진 현대비자금 의혹이 향후 정치권 판도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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