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론’동조 정대철 대표 개혁 신당창당에 걸림돌 판단읍참마속 심정으로 대표사퇴 또는 사법처리로 몰고갈 가능성개혁신당에 대한 노대통령 의중 최근 곳곳서 드러나 초여름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여의도 정가는 냉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과 관련한 이른바 ‘윤창렬 게이트’에 여야 정치인들이 다수 연루된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대북송금 제2 특검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또다시 정면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 진보성향 의원 5명의 탈당으로 신당론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이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러한 안개정국은 얼마 가지 못할 것이란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내년 총선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가 주변에서 ‘정치인 사정설’ ‘8월 청와대 개편설’ 등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각과 무관치 않다.

안개정국을 돌파할 열쇠는 노무현 대통령이 쥐고 있다. 여소야대로 출발한 노 대통령은 집권 5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는 현시점까지 야당과 언론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이렇다할 정책을 펼쳐보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하지만 노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막대한 권한과 파워를 가지고 있다. 정가 소식통들도 노 대통령이 언제까지 야당과 언론의 집중 포화에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정국을 돌파할 비책을 차분히 마련해 뒀을 것이란 관측.최근 정치권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정치인 사정설’과 ‘청와대 개편설’ 등도 이러한 비책과 맞물려 있을 것으로 이들 소식통들은 전망하고 있다.특히 ‘정치인 사정설’은 여야 정치권을 포함한 외부 개혁세력들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개혁신당론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현재 나라종금 게이트와 관련해 한광옥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이미 구속됐거나 연루 의혹을 받고 있고, 박지원 전실장 등 DJ(김대중 전대통령) 정권의 핵심 실세 다수도 대북송금 특검팀에 의해 구속되거나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여기에 최근에 불거진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건과 관련한 이른바 ‘윤창렬 게이트’에도 여야 전·현직 의원 10여명이 리스트로 거론되고 있다.특히 윤창렬씨로부터 수억원대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정대철 대표도 조만간 검찰 소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11일 민주당 의총에서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렬씨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은 총 4억2,000만원이며, 대선때 받은 2억원 외에 지난해 대표경선 당시 2억원을 받았다. 또 지난 2001년 10월23일 후원회비조로 1,000만원, 2002년 4월1일 후원회 때 1,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이처럼 정 대표 스스로 정치자금 수수 사실을 시인한 만큼 향후 검찰 수사 방향 및 그의 거취문제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정 대표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고, 신주류측 일부 관계자들도 ‘당 이미지 실추 및 신당추진 걸림돌’이란 이유로 정 대표 사퇴론을 옹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용도폐기설’ 내지는 ‘음참마속론’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집권당 대표가 연루된 수사 내용을 검찰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흘리거나 소환 조사를 기정사실화한 배경에는 뭔가 정치적 노림수가 숨겨져 있을 것이란게 의혹의 골자다.신주류 리더격인 정 대표는 당초 신주류 강경파의 개혁신당론에 동조했으나 얼마전부터는 ‘통합신당론’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신주류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변심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고, 신당 추진이 지지부진한 책임을 정 대표에게 떠넘기려는 세력도 없지 않았다. 이처럼 아군에서 적군으로 변심한 정 대표가 신당 추진의 걸림돌로 부상하자 이를 제거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 대표의 수뢰 의혹을 부풀리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또 신당 창당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정 대표를 ‘음참마속’하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신당론으로 인한 민주당내 신·구주류간 갈등은 이제 봉합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신주류가 무더기로 뛰쳐 나가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도 실익이 없다. 더군다나 리더격인 정 대표가 당 대표로 있는데 민주당을 버리고 새로운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도 명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따라서 정 대표가 사퇴하면 대표직은 구주류 리더격인 박상천 최고위원이 승계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될 경우 신주류는 더 이상 당내에서 신당론 논의를 펼칠 수 없어 탈당한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결국 신주류는 이미 탈당한 한나라당 탈당파와 개혁당, 외곽 신당세력 등과 손잡고 독자적인 개혁신당을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을 얻기 위해 정 대표를 궁지로 몰아 넣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또 이러한 신주류의 전략은 청와대와의 깊은 교감과 사전 조율을 통해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정가 소식통들은 내다보고 있다.노 대통령은 아직까지 신당론과 관련한 정확한 의중을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개혁신당쪽에 마음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알려진 사실. 노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부산지역 지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서 단 10석 밖에 획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국적인 정당을 지향한다면 의미가 있지 않느냐”고 발언한 내용에서 그의 의중을 살필 수 있다. 또 최근 한 언론은 “민주당엔 희망이 없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측근인사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일련의 정국 상황 추이에 비춰볼 때 노 대통령의 정국 돌파 플랜이 이미 가동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여기에 노 대통령은 8월중순쯤 대대적인 청와대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청와대 개편의 형식적인 명분은 그동안 지적받아온 청와대 비서진의 아마추어리즘을 보강하는 동시에 전문성 확보 및 코드 개방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하지만 그 속내를 좀더 들여다 보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수 차출’이란 불가피한 측면도 담겨있다. 또 이들 선수들이 내년 총선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여건도 미리 조성해 줘야 한다.마음은 조급한데 결전의 날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고 경기를 포기할 수도 없다. 내년 총선이 노 대통령의 중·후반 국정운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는 더욱 그렇다.이러한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노 대통령의 정국돌파 플랜 가동설은 나름대로 그 설득력을 얻고 있다.또 이러한 플랜이 존재하고 이미 가동됐다면 그 시발점은 정 대표의 검찰 수사 추이 및 거취 문제가 될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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