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 신당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신·구주류간의 치열한 기싸움으로 지지부진했던 신당론이 중도·관망파가 적극 개입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같은 움직임 배경에는 최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이른바 ‘굿모닝 게이트’와 대북송금 제2특검 법안의 국회 통과 등 위기상황에 따른 공동대응 공감대가 맞물려 있다. 집권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 더 이상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 최근 <일요서울>이 입수한 ‘국민참여신당, 우리는 희망으로 갑니다’ 문건에도 중도파의 치밀하고 논리정연한 신당 밑그림이 잘 적시되어 있다.“분열 없는 신당이 궁극적 목표”…중도파 입장 고스란히 적시“민주당 정통성 계승하되 ‘한계’는 과감히 극복하자” 주문도최근 중도파 의원들이 설정한 신당 좌표는 ‘분열 없는 통합신당’으로 요약된다. 16일 중도파 의원 54명은 ‘분열 없는 통합신당 추진’을 공식 선언하며 서명작업에 돌입했다.이 서명작업에는 조순형 김근태 추미애 의원 등 개혁성향이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중도파 중진들과 김태식 국회부의장, 이 협 최고위원 등 구주류 성향 의원들까지 모두 참여하고 있다.

당내 신·구주류 강경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원들이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그동안 신당론에 소극적이었던 중도파가 전면에 나섬으로써 신당 논의도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이들 중도파는 신·구주류 강경파간의 갈등과 반목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제3세력으로 당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민주당 신·구주류가 16일 지리한 줄다리기 끝에 ‘당 개혁 후 신당창당’ 방안 등을 논의할 조정기구 구성에 합의한 배경에도 중도파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처럼 중도파는 신당론을 포함한 당 위기상황을 돌파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이들 중도파는 말로만 떠들어 대지 않고 차분하고 치밀한 계획하에 신당론과 정국돌파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일요서울>이 입수한 ‘국민참여신당, 우리는 희망으로 갑니다’ 문건에도 중도파의 이러한 치밀하고 논리정연한 신당 밑그림이 잘 적시되어 있다.중도파 핵심 의원측이 작성한 이 문건은 △신당논의 어디까지 왔나 △‘분열없는 통합신당’의 기본 전제 △신당이 추구하는 목표 △신당의 성격 △신당 추진의 해법 등이 자세히 적시되어 있다. 이 문건은 16일 중도파 의원 54명이 ‘분열없는 통합신당 추진’을 선언하기 이전인 11일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문건 내용중 ‘분열없는 통합신당’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 문건이 중도파의 신당 좌표 설정에 나침반 역할을 했음을 반증해 준다.또 이 문건은 향후 민주당의 신당 추진 방향과 신당 로드맵 등도 자세히 적시되어 있다. 문건 내용중 ‘신당논의 어디까지 왔나’ 대목은 지지부진 했던 신당 논의에 대한 반성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작년 12월 대선의 결과는 우리 국민의 새로운 희망에 대한 선택이었고 아직도 실천하지 못한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이 실현되는 보다 더 크고 견고한 희망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신당 논의가 장기간 공전되고, 당내 대립 등으로 국민들의 우려가 증폭돼 한 쪽에서는 변화를 강조한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지속을 강조하면서 대치, 신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저하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그렇지만 신당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역사적 책무인 만큼 국민의 희망은 어떻게 지켜내고 실현해낼 것인가, 민생과 국정에 대한 책임정치를 무엇으로 실천할 것인가 등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함을 강조했다.

또 신당은 국민적 선택을 성공시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한두명의 권력자나 특정 세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국민들의 미래 선택이 실패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적시했다. ‘분열없는 통합신당’의 기본전제 대목에서는 국민들은 개혁과 통합을 함께 담아내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주체세력 탄생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신당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분열없는 통합신당’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 분열없는 통합신당을 추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분열을 피하고 통합을 이루는 현실적 지혜 절실 △민주당의 정통성을 변함없이 계승, 확대 발전 △차별없는 참여와 국민통합을 보장하는 지혜 △보다 큰 그릇, 전국 정당화 달성 △꾸준한 인내와 대화의 노력 등을 들었다.‘신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관련해서는 정치개혁의 실천, 국민통합의 실현, 국민참여의 보장, 민생안정과 국정의 새로운 비전 실현 등을 제시했다. 정치개혁 실천을 위해서는 상향식 공직후보 선출, 저비용고효율정치, 정책중심의 원내정당 등을 실천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이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국민통합 실현을 위해서는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 내부 분열방지라는 내부적 통합과 개혁 지향세력 전체를 통합하는 외부적 통합이 병행돼야 하고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국민의 정부 유산의 계승·확대 발전으로 이어져야 함을 주문했다.국민참여 보장을 위해선 제왕적 1인지배체제, 소수 계파와 지도부에 의한 일방적 당 운영을 폐기하고 국민참여를 제도적으로 확대해야 함을 강조했다.‘신당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성과와 기본철학 계승 △민주당의 한계를 과감히 극복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 등을 주문했다.특히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해선 정치인 중심을 지양하고 ‘국민 우선, 국민 중심, 국민 참여’를 지향하는 동시에 ‘국민이 대통령, 국민 당권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신당 추진의 교착·지연상태를 돌파하기 위한 이른바 ‘신당 추진 해법’도 적시되어 있다.

문건은 신당 추진 해법으로 정반합의 변증법적 지혜와 변화의 3원칙, 신당 지향세력의 총연대 등을 제시했다.변증법적 지혜는 민주당의 기본바탕에 범개혁세력을 포함시키는 국민통합신당으로 단계별 진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변화의 3원칙은 ‘민주당의 철학 + 개혁세력과 연대를 통한 전략 +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을 실천하는 시스템 완성’ 등을 모델로 제시했다.또 신당의 기본 구성과 관련해서는 10만 발기인에서 시작해 100만당원 확보, 30만 참여당원에 의한 당의장 선출, 60만 참여당원에 의한 시도지부별 중앙위원 선출, 100만 참여당원에 의한 국회의원 후보 선출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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