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잔여금은 과연 얼마일까.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자금 공개 제안을 하고 나섬에 따라, 굿모닝게이트에 이어 정치권이 또 한번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2백억 대선자금 모금 발언이 단초가 된 대선자금 논란에 대해 노대통령이 여·야 모두 대선자금을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이미 알려진 민주당 대선자금 규모는 1백20억원. 돼지저금통 등 국민후원금 80억원과 선대위 주최 수도권 후원금을 합친 금액이다. 여기서 남은 잔여금은 10억에서 40억 안팎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의 사실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 이런 가운데 노대통령이 대선자금 공개를 제안함에 따라 여·야 모두 대선잔여금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은 이회창 전후보의 정계복귀설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 “대선자금 공개를 정치개혁 시발점으로 포장” 비난일부선 “‘창’ 정계 복귀 사전 차단 위한 의도 아닌가” 관측도 대선 자금 모금액과 대선 잔여금등 논란이 확산돼 가고 있는 가운데 노대통령이 여·야대선자금 공개 제안을 함으로써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환호하는 민주당 의원들. 민주당 대선자금 규모는 이상수 총장이 밝힌 120억원, 정대철 대표가 말한 200억과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 금액이다. 이총장이 밝힌 120억원은 돼지저금통 포함 금액이지만, 정대표가 말한 200억원은 돼지저금통을 뺀 금액이라서 그 차이가 100억대를 웃돌고 있어 의혹은 증폭됐다. 이 총장은 “지난 대선 때 100대 기업을 다 돌았으며 120억원의 후원금을 모았다”고 말했다가 파문이 일자 “120억원에는 돼지저금통 등 국민후원금 80억원과 선대위 주최 수도권 후원금 6억원이 포함돼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여권의 대선자금의혹은 대선잔여금으로까지 확산됐다.

정대표는 당초 “30억에서 40억정도 남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10억밖에 없다더라”고 말했고, 이총장은 “40억정도 남았다고 예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전했다. 결국 대선자금 총액에서부터 잔여금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셈. 이와 관련 민주당 비주류측 의원들과 당직자 사이에서는 “수십억대의 거액의 돈이 남아 있는데, 내년 총선을 위해 이를 따로 관리할지 모른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편 한나라당은 아직 대선모금액과 잔여금에 대해서는 선관위 신고 금액 외에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 따라서 한나라당은 정대표 발언으로 논란이 된 민주당 대선자금을 공개하라고 압박해 나갔다. 대선자금과 그에 따른 잔여금에 대한 한나라당의 압박과 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급기야 노대통령은 여·야 대선자금을 공개제안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희망돼지’ 모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참여정부 정통성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도덕성에 결정적 흠집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판단이 제기되었다는 후문. 또 대선잔여금이 총선비자금 아니냐는 의혹을 일시에 해소하겠다는 의도로도 분석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대선자금 공개를 마치 정치개혁의 시발점인냥 포장시켜, 내년 총선을 이겨보겠다는 지극히 정략적 계산에 따른 판단 아니냐”며 노대통령의 제안을 정략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 핵심관계자는 “정대표 발언으로 자신의 대선자금이 문제가 될 것 같으니까, 보기좋은 명분을 내세워 우리까지 걸고 넘어지겠다는 것 아니냐”고 불쾌해 하면서 “노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대선자금과 잔여금을 밝히라 ”고 반박했다. 특히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 제안이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 논란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빙모상 때문에 귀국한 이전총재를 둘러싸고 정계복귀설, 조기은퇴설, 총선지원유세설이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되는 것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이 전총재는 “내년 총선 1당에 총리직을 주겠다”는 노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와 관련, 정계 복귀시 ‘총리후보 0순위’로 거론돼 왔다.

이를 위해 이전총재가 어떤 형태로든 총선지원 유세를 하게 된다면, 노대통령의 지지도 하락과 맞물려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노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에 대해서 부담을 갖는 건 비단 한나라당 뿐만이 아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 노 대통령이 자칫 여권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 특별검사 수용의사까지 피력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의 대선자금 사용내역 등은 물론, 논란의 여지가 되고 있는 대선잔여금도 낱낱이 공개해야 하는 부담감도 뒤따르고 있다. 사실 그동안 노대통령은 자신의 소속당인 민주당에 대해서 현격한 선을 그어 왔다. “민주당이 집권당 맞냐”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이미 노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으면서도 당선직후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노무현의 승리”로 규정하는 등 민주당과 거리를 뒀다.

실제로 이번 공개제안과 관련 청와대 핵심참모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민주당으로 내년 영남지역 표를 얻을 수 없다. 차라리 이번이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를 낡은 정치세력으로 규정할 수 있는 기회일지 모른다”는 의견도 나왔다는 후문. 하지만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는 곧바로 노대통령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런 의견은 의견차원에 불과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문제는 여·야 대선자금 내역이 어느정도 밝혀질 수 있느냐에 있다. 노대통령은 특검을 해서라도 밝히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대선자금에 대해 당시 후보였던 노대통령이 모른다고 할 수는 없는 입장. 한편 여·야의 대선자금 모금내역, 사용내역, 이후 잔여금 사용 내역, 현재 남아있는 금액 등이 공개될 경우 정치권에 거센 소요돌이가 몰아쳐 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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