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통신-KT, 무선통신-SKT’ 쏠림 현상 심각 판단유선-번호 이동성 제도, 무선-주파수 사용료 차등화 추진국내 통신시장 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통신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이하 SKT)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통부는 KT와 SKT의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통신정책을 발표했다. KT와 SKT는 “LG 등 특정업체 봐주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반해 LG 등 후발업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정통부는 지난 24일, 통신시장 시장지배력의 핵심원인인 ‘번호 및 주파수 우위요인을 완화·서비스기반 경쟁 활성화’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통신시장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독점완화를 위해 유선전화시장의‘번호이동성제도 조기 도입’ 과 이동전화시장의 ‘주파수 사용료 차등화’를 추진키로 한 것. 이같은 정통부의 정책 추진배경에는 그간 KT와 SKT의 통신시장 독점의 문제점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그간 유선통신 시장의 경우, KT의 독점적 시장으로 지난해까지 KT는 시장점유율이 96.5%에 이르렀다. 이 같은 KT의 독점으로 후발주자였던 온세통신, 하나로통신 등은 법정관리, 부채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무선통신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SK텔레콤이 선발업체로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KT·KTF는 전체 통신시장에서 매출액의 54%, 영업이익의 46.3%를 차지하고 있고, SK텔레콤은 전체시장에서 매출액의 27%, 영업이익의 47.1%를 차지하는 등 시장집중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런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정통부는 이에 두 거대 공룡(KT와 SKT)의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정통부는 우선 유선시장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전화번호 이동성 제도’를 조기에 시행키로 했다. 이 제도로 인해 그간 KT에 가입해 사용하던 전화번호를 하나로통신 등 다른 업체로 옮겨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또 KT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시내전화망도 다른 사업자에게 개방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무선통신부문에서도 정통부는 그간 011, 016, 019 등으로 나눠졌던 기존 휴대폰 번호를 ‘010’으로 조기 통합키로 했다.

이럴 경우 SKT의 대표적인 브랜드였던 ‘011’은 사라지게 되고, 자연히 SKT의 사업확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이와 함께 SKT가 우량주파수(800MHz)를 이용하여 시장을 선점하고 과도한 이윤을 축적했던 것도 시정한다는 계획이다. SKT가 보유한 주파수는 다른 PCS에 비해 기지국 투자비·서비스 품질 등에서 많은 혜택(LG, KTF 등은 전파특성으로 SKT가 40∼50%의 비용 우위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을 누려왔었다. 정통부는 “주파수 특성의 차이에 따른 형평성 확보와 주파수 우위요인을 통해 축적된 SKT의 과도한 누적이윤 해소를 위해 전파 사용료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라며 “SKT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올리고 후발 사업자는 경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와 같은 정통부의 정책에 대해 KT와 SKT는 “LG 등에 대한 노골적인 봐주기가 시작됐다”며 “통신서비스 시장의 동반부실화가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LG 등에서는 “유효경쟁체제의 도입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희망섞인 분위기 속에서도 단말기 보조금 차등 지급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하는 눈치다.이처럼, 통신업계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정통부가 KT, SKT 등 업체에 대한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진 장관은 지난 7월 25일 통신 업계 CEO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통신시장 경쟁정책방향’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진장관은 “통신시장 및 경영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이번 정책방향을 수립했다”며 “ CEO들이 모두 힘을 합쳐 통신시장의 유효경쟁체제를 구축하고 통신, 방송 융합 추세 등에 적극 대처하여 통신시장 전체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SK 텔레콤 등은 “통신정책 수립에 있어 소비자 편익뿐만 아니라 통신사업자에 투자한 주주들의 이익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정통부의 이번 ‘통신시장정책 방향 발표’등으로 국내 통신산업이 KT, SK텔레콤(SKT)과 LG의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LG가 하나로통신에 이어 두루넷까지 사실상 장악함에 따라 ‘통신업계 양대 공룡’ 구조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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