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시 외국계 컨소시엄에 최대 주주자리 빼앗길까 우려하나로 인수위한 대정부 가교 역할로 정홍식 전 정통차관 영입LG그룹의 ‘통신 3강’의 꿈이 잇따른 악재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이는 LG그룹이 통신 부문의 핵심축으로 내심 욕심을 부리던 하나로통신이 독자적으로 외자유치에 나서면서 최대 주주의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는 데다 최근 정부가 통신 3강 정책 재검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안팎으로 악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쟁사인 삼성과 KT가 최근 포괄적 제휴를 맺은 것도 LG에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에 LG그룹은 지난 23일 정홍식 전 정보통신부 장관(현 텔슨전자 회장)을 (주)LG 통신사업 총괄 사장으로 서둘러 영입하는 한편 정통부에 비공식 채널을 통해 하나로통신 인수를 타진하는 등 통신 부문 강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업계는 LG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재계 2위로서 그룹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통신 3강’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일단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 움직임은 지난 24일 이사회의 외자유치 승인유보 결정으로 다음 이사회가 열릴 3일까지 한숨 돌린 상태다. LG가 이번에 외자유치 반대논리로 내세운 것은 ‘헐값 매각에 의한 국부유출’. 하지만 LG의 진짜 속셈은 통신시장의 지배력 유지·강화라는 것이 일반적인 업계의 관측이다. 그렇다고 LG가 하나로의 외자유치를 찬성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입장이다. 하나로가 독자 추진 중인 4억5,000만달러(약 5,400억원)의 외자유치가 성사될 경우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이 지분율 39%를 확보, 최대 주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물론 실질적인 경영권마저 장악하게 돼 하나로 내 LG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내심 하나로를 통신 부문의 핵심축으로 확실한 통신 3강으로 자리매김하려던 LG의 꿈은 더더욱 멀어지게 된다. 이러한 LG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LG는 정통부에 현재 법정관리 중인 두루넷과 온세통신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 하나로 인수에 대한 지원을 간접 요청했다. 이와 함께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앞서 매각의사를 밝힌 삼성전자의 하나로 지분 8.43%를 전량 매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 업계 관계자는 “두루넷 매각 입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로통신이 외자유치에 성공해 이 자금으로 두루넷을 인수한다면 LG그룹의 통신사업 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LG그룹의 입장에서 하나로통신 인수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해 LG의 하나로 인수에 무게를 실어 줬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LG가 하나로통신의 전환사채(800억원 정도)를 인수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게 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하나로통신 주식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경영권 장악을 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LG가 하나로를 인수하는데 있어 하나로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인수비용과 정부의 입장 등 앞으로의 변수도 산적한 만큼 아직까지 쉽게 단정짓기 힘든 상태다. 이와 함께 최근 정통부 장관의 통신 3강 정책 재검토 시사 발언도 LG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LG는 그동안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 등과 함께 하나로통신까지 아우르는 유무선 통신사업을 통해 통신 3강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그 과정에서 후발사업자로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있을 것으로 믿어왔다. 하지만 정통부의 통신정책이 독과점이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로운 경쟁체제를 지향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이같은 기대는 힘들게 됐다.

실제로 LG텔레콤이 줄기차게 주장한 단말기 보조금 차등 지급 허용 요구는 묵살됐고 후발사업자라는 이유로 허용됐던 수직계열화(그룹 차원에서 서비스사업과 장비 사업 병행)의 이점도 향후 전기통신 사업법 개정으로 빛을 잃게 될 것으로 보여 LG의 통신 3강 목표에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최근 통신업계 양강 삼성전자와 KT의 포괄적 제휴도 LG로서는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삼성과 KT의 제휴 향방에 따라 LG의 통신사업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우리도 KT와 사안별로 MOU를 맺고 있는 만큼 이번 삼성과 KT의 제휴도 비슷한 성격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하지만 삼성과 KT가 공동으로 미래성장산업인 디지털 홈사업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있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23일 (주)LG의 통신사업 총괄사장으로 전격 영입된 정홍식 전 정통부 장관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정통부 정보통신실장과 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정 신임 사장이 결국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와 ‘통신 3강 입지강화’에 나선 LG 사이의 관계 설정에 나서는 한편 정보통신정책 전문가로서 LG의 통신 3강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 사장은 정통부 차관 등 정통부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부하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높았으며 아직까지 그를 따르는 정통부 내 관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의 통신 3강 추진 및 하나로통신 인수문제는 3일 열릴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지금 상황이 LG측에 어렵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LG가 하나로통신을 인수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LG에 힘을 실어 줬다. 통신 3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느냐, 뒤로 밀리느냐 바야흐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L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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