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지난 2일 윤리경영 선포와 관련 2,000여 고객사에 윤리경영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회장은 이날 ‘윤리규범의 진실된 실천으로 고객사와 함께 성장·발전하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보낸 서한을 통해 “국내외를 불문하고 경영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거나 정도경영을 외면해 온 비윤리적 기업들이 퇴보하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며 “윤리규범 선포가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내실있게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같은 시각 6년 넘게 포스코와 고용승계 문제로 지루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포항제철(창원특수강)고용승계특별위원회(이하 고용특위) 소속 84명은 막노동, 외판사원 등 일용직을 전전하며 십시일반 상경투쟁에 필요한 자금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고 경영자가 윤리경영의 실천을 다짐하면서 고객사의 협조를 구할 때 음지에서는 이들의 무관심으로 시름하는 사람들이 이에 항거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던 것.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이 법원판결 관계없이 재취업 약속”포스코 “법원판결 따를 뿐 … 유 전회장 약속 아는 바 없어”이들은 지난 97년 당시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삼미특수강의 봉강 및 강관 부문을 부분 인수하면서 고용승계를 거부한 직원 가운데 6년이 넘은 현재까지 지루한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다. 처음 이들과 같이 복직투쟁에 나섰던 사람들은 182명. 하지만 불투명한 복직투쟁과 생계곤란, 건강 등의 문제로 현재 복직을 희망하는 사람은 84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들도 사실상 복직을 위한 법에 대한 호소는 이미 물 건너 간 상태다.

지난 97년 말 중앙노동위원회와 고등법원의 잇따른 고용승계(복직)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말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포스코에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포스코에 대한 상경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등 복직의 희망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만 6년간의 백수 아닌 백수생활로 당장의 생계가 걱정이지만 포스코에 대한 상경투쟁으로 복직의 꿈을 이루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무리한 주장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단지 당초 약속대로 직장에 복귀 또는 취업을 알선해 달라는 것. 고용특위 김현준 위원장은 “현재 창원특수강에 복직을 희망하는 사람은 모두 84명으로, 이들은 6년이 넘는 복직투쟁으로 현재 일용직으로 겨우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다”면서 “포스코에 대한 복직투쟁은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우리의 의지”라고 말했다.

영업양도 vs 자산인수

지난 3월 대법원 판결에서 포스코의 손을 들어 준 이유는 포스코가 삼미특수강의 봉강 및 강관 부문을 인수할 때 인적·물적 조직을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영업양도 방식이 아닌 물적 자원만을 인수하는 자산인수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스코가 직원들의 고용까지 승계할 의무가 없다는 것. 하지만 고용특위측은 이에 대해 “포스코측이 전체 시설과 대부분의 직원들을 이어받은 만큼 포스코의 삼미특수강 부분 인수를 자산인수 방식으로 볼 수 없다”며 “설사 이를 모두 인정하더라도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이 김원기 당시 노사정위원장에게 보낸 서한과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대로 재취업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외로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실제로 유 전회장은 지난 98년 7월 25일 김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법원의 최종 판결과는 관계없이 포철계열사에 재취업을 알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이에 앞서 7월 23일 열린 노사정위원회에서는 이날 합의한 10개 조항 가운데 7번째 ‘장기 미결사업장 문제’ 조항에 “삼미특수강의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해당 근로자들을 포철계열사에 취업시키고 관련 재판이 끝난 후 결과에 관계없이 본인이 원하면 창원특수강에 취업시킨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날 노사정위원회 합의문에는 김원기 노사정위원장을 비롯해 한국노총 박인상 위원장과 민주노총 이갑용 위원장이 직접 서명까지 했다. “포스코는 약속 지켜라”이에 대해 포스코측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난 만큼 이들에 대한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유 전회장의 서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창원특수강 문제는 이미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난 상태이고 실제 계약 및 소송 당사자는 창원특수강으로 고용특위측이 상경투쟁을 한다고 해서 포스코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유 전회장의 서한과 관련해서도 그는 “서한이 아니더라도 당시 노사정위원회의 권고안대로 창원특수강이 이들에게 취업을 알선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들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용특위측이 서한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서한에 대해 아는 바 없고 실제로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INI스틸 소속으로 수당까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특위 김현준 위원장은 “창원특수강측에서 재취업을 알선해 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당시 창원이 생활근거지인 우리들에게 정선·태백의 탄광이나 광양의 하역회사 등을 권유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포스코측의 INI스틸 소속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삼미특수강을 INI스틸이 인수한 이후 얼마간 그곳 소속으로 돼 있어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소속만 INI스틸 소속이었지 보직 없는 미발령자로 50∼60만원의 휴직수당을 받았고 2000년 7월 (삼미특수강으로부터) 퇴직금 수령 후 INI스틸과의 관계는 끊어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설사 포스코가 책임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최고 경영자의 약속이 있었던 만큼 도의적으로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창원특수강이 현재 4조 3교대로 계속해서 인원을 충원중인 만큼 이를 고용특위측 인원으로 해달라는 우리의 요구는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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