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모델·증언방식·배경화면 등 흡사제작사 “형식보다 전달 컨셉이 중요” 반박“당신의 상식에서 배우겠습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며 일반인들을 출연시켜 관심을 모았던 LG텔레콤 광고가 한 외국기업의 광고를 따라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LG텔레콤의 광고는 지난 4월부터 학생, 직장인 등 비전문 광고 모델이 등장해 상품에 대한 거침없는 불만을 쏟아내 화제가 됐다. 이 광고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모델이 일반인이라는 점 말고도 화면 배경이 없다는 점, 모델이 불특정인에게 독백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 이같은 형식은 새로운 시도로 알려졌으나 이미 미국 애플사가 사용하고 있었다.애플사의 광고는 지난 2002년부터 애플의 홈페이지에서 ‘switch’라는 이름으로 방영되고 있다.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LG텔레콤의 광고와 마찬가지로 일반인. 지금까지 모두 19명의 일반인이 모델로 등장했다.시리즈 형식의 이 광고의 이름이 switch인 이유는 윈도 체계의 일반 PC에서 맥킨토시 컴퓨터로 전환할 것을 권유하고 있기 때문. 참고로 switch는 ‘전환하다’라는 동사형으로도 쓰인다.

애플은 자사의 제품 구매를 호소하는 것보다는 윈도 체계의 한계와 맥킨토시 컴퓨터의 시스템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때문에 애플은 이 광고를 ‘캠페인’으로 부르고 있다. 실제로 이 광고는 캠페인의 가장 큰 특징인 인식의 파급효과에 힘입어 미국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광고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독백 내용은 대부분 생활 속에서 PC의 한계를 느낀 이유와 맥킨토시 컴퓨터의 편리함 등이다. 또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신분을 광고 끝에 밝히고 있다. 이 인물들은 각자 맥킨토시를 접하게 된 사연 등을 애플에 이메일로 보내고 애플사가 광고 출연을 요청한 사람들이다.애플의 독특한 광고는 미국의 여러 광고상을 수상하며 유명세를 탔고 일본에서도 이 광고형식을 따다 쓰기도 했다.

LG텔레콤의 광고가 논란을 빚고 있는 이유는 애플의 switch광고와 형식적인 면에서 너무나도 유사하기 때문. ▲일반인이 서서 증언하는 방식이나 배경을 온통 흰색 바탕으로 처리한 점 ▲출연자의 신분을 자막처리하지 않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신분을 밝히는 타이밍을 광고 말미에 잡았다는 점 등은 switch광고와 같은 형식이다. 우연의 일치라면 기가 막힌 일치인 것.이에 대해 LG텔레콤의 광고를 제작한 메이트커뮤니케이션측은 “광고제작의 형식보다 메시지 전달 컨셉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메이트에 따르면 switch광고는 맥킨토시를 홍보하는 것이지만 LG텔레콤의 경우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라는 것. 두 광고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컨셉이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광고제작업계에 따르면 일반인들을 내세우는 테스팅 모니얼(소비자 증언식 광고) 광고는 이미 익숙해진 제작 형태다.연예인이나 광고모델의 노골적인 광고성 멘트보다는 일반인들의 증언이 더 큰 효과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D비누나 S전자 등의 광고가 테스팅 모니얼 기법을 이용한 광고였다.그러나 이들 광고는 출연자가 일반인들이기는 하나 대부분의 대사나 행동은 모두 치밀한 연출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다. 테스팅 모니얼 기법이 이미 식상한 와중에 최대한 연출을 자제하고 일반인들로 하여금 불만을 거침없이 토로하게 한 LG텔레콤의 광고는 신선한 맛이 있었다.메이트의 한 관계자는 “‘당신의 상식에서 배우겠습니다’라는 광고컨셉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광고를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메이트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애플 한국지사는 메시지 전달도 중요하지만 애플의 광고 형식을 그대로 따온 듯한 인상은 지울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애플 한국지사는 지난 4월 LG텔레콤의 광고가 시작되자 자사 광고를 카피한 듯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미국 본사에 전달했다. 애플 한국지사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식의 보고는 애플의 전세계 모든 지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MP3 플레이어인 옙을 미국에 수출하려 했으나 특정 모델이 애플의 MP3플레이어인 아이팟과 흡사하다는 점이 문제가 돼 수출 일정을 미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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