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사실상 4개사에 국한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철규 위원장은 조사 발표가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 “(조사대상이) 6개 재벌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4개 재벌이다. 관련자 중에서 혐의가 많은 것으로 판단되는 20개 계열사를 뽑았다”고 말했다.당초 공정위가 밝힌 내용은 6개 대기업집단의 20개 계열사로서 부당내부거래 혐의가 있는 기업들을 선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이 직접 4개 재벌이라고 언급해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이 조사의 핵심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재계는 이에 대해 시기적으로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형식과 상징성을 감안한 조치라는 것.공정위와 강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에 기업들의 공시이행 점검을 했는데 공시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공정위는 이미 다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흥미로운 점은 경기 불황과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대한 강 위원장의 시각차. 재계는 너나 없이 “경기가 좋지 않은데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하는 것은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경기 하강기는 곧 경기 재편기”라며 구조조정의 적기라고 인식하고 있다. 경기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만큼 하강기에 조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이번 조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BW(신주인수권부사채)와 총수 일가의 지분 공개 확대. BW의 경우 재벌 편법 상속의 대표격으로 지목돼온 만큼 재계는 이 부분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또 총수 일가의 지분 공개에 대해서도 재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공정위는 현행 지분 공개를 미흡한 것으로 파악하고 ‘법을 바꿔서라도’ 지분 공개 확대를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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