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포스코 고위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가 내달로 다가왔다. 포스코 일정에 따르면 7월24일부터 이구택 회장 등 고위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가 가능해진다. 이번 스톡옵션 권리 행사는 포스코의 사상 유례없는 임원들의 ‘대박 잔치’가 될 전망이다. 스톡옵션이란 기업에서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자사 주식을 매입하여 나중에 임의대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한 권리를 말한다.우수 인재 영입위한 ‘혜택’ 내부 인사 대상은 취지 어긋나직급따라 물량 순차적 적용 … 경영능력과 아무 관계없어포스코의 스톡옵션 방식은 임원들이 주식을 사고 해당 기일이 지나면 주식을 처분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는 임원들은 주식을 사들이지 않고 권리를 행사하면 회사가 차액을 주는 방식이다.오는 7월24일부터 행사가 가능한 1차 스톡옵션은 모두 45만9,167주이며 주당 행사가격은 9만8,900원이다. 당초 전체 스톡옵션 물량은 48만8,000주에 행사가는 9만8,400원이었으나 2001년과 2002년 이익소각으로 주식수량과 행사가격이 약간 수정됐다.

스톡옵션 행사로 최대 대박을 터뜨리는 사람은 유상부 전회장. 유 회장은 9만4,093주를 보유하고 있다. 6월2일 주가(11만500원)를 기준으로 유상부 전회장은 10억9,1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 있다. 증시에서는 포스코가 후판 가격 상승 등으로 7월에는 주당 15만원대 형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시세차익은 37억원대로 고공점프하게 된다.유상부 전회장에 이어 대박 기대가 큰 사람은 이구택 회장이다. 이 회장은 4만7,047주로 유 전회장에 이어 포스코 내에서는 가장 많은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인물. 6월2일 현재 이 회장은 5억4,000만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 있다.유상부 전회장의 재임 시절 처음 도입된 스톡옵션은 이후로도 몇 차례 계속됐다. 특히 이구택 회장에 이어 포스코의 2인자인 강창오 사장의 경우 지난 2001년 7월 당시 부여받은 1만8,819주 이외에도 올해 4월에는 신임 사장이라는 명목으로 5,000주를 또 부여받았다. 고위 임원들에게 편중된 스톡옵션 대박 행진이 특정 직위와 인물들에게만 반복될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스톡옵션은 지난 97년 4월 증권거래법이 개정되며 도입된 제도로서 다소 자금이 부족한 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이용하던 수단이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에서 특정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뒤 주가 부양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하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스톡옵션 행사 기간이 임박하면서 경영진이 보다 많은 시세차익을 올리기 위해 화려한 포장에 매달리기 때문이다.포스코는 스톡옵션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안고 있다. 올초 물러난 유상부 전회장의 퇴진 압박 요인들 가운데 스톡옵션이 포함돼 있었다.유독 포스코의 스톡옵션에 비난이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스톡옵션의 취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스톡옵션이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부여하는 일종의 ‘혜택’임에도 내부 인사들이 대상이 된 건 스톡옵션의 취지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대부분의 인사들은 사내에서 진급하여 임원이 됐다.

포스코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인사들 중 일부는 현재의 경영성과가 과거 임원들의 성과였다고까지 말하고 있다.또 직급에 따라 스톡옵션 물량이 순차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점은 임원들만의 ‘대박잔치’라는 지적이다. 2001년 당시 유상부 회장이 9만4,093주로 최대였고 이구택 사장이 4만7,047주, 김용운 박문수 강창호 부사장이 각각 1만8,819주를 받았다. 뒤를 이어 제철소장, 전무, 상무, 사외이사 순으로 스톡옵션 물량이 적었다. 사실상 스톡옵션과 경영 능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이로 인해 포스코 내부에서조차 스톡옵션이 임원과 비임원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여론이 일기도 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경영의 성과를 임원들이 독식하고 실적이 부진할 경우 스톡옵션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는 점에 대해 비난이 일고 있는 형편이다.문제는 유상부 전회장이 무성한 뒷말을 남긴 채 물러난 이후로도 강창오 사장과 같이 스톡옵션의 축적은 아랑곳없이 신규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 재계 일부에서 이구택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스톡옵션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유상부 회장 후임으로 이구택 회장이 선임되자 “적절한 인사”였다며 호의적으로 평가한 박태준 명예회장도 스톡옵션이 거론되기만 하면 불쾌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명예회장측 관계자는 “벤처붐이 일던 90년대 중반 자금력이 딸리던 벤처가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활용한 스톡옵션이 포스코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포스코의 창업정신이 변질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포스코는 지난 2001년 7월을 시작으로 2002년 4월, 같은 해 9월, 올해 4월까지 4차례에 걸쳐 모두 68만207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한 상태다. 6월초 현재 시가로 환산하면 751억여원대에 달한다. 포스코 자본금 4,824억원의 15%에 해당하는 액수다. 7월부터 있을 포스코 역사상 유례없는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대박 잔치가 포스코 경영실적에 어떤 이점으로 작용할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