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재벌지배구조 연구 주도 인하대 김진방 교수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재벌의 지배구조가 한 시민단체와 민간연구소에 의해 드러났다. 참여연대 부설연구기관인 참여사회연구소와 인하대산업경제연구소가 그 주인공. 이들의 연구 목적은 단지 앞으로 재벌을 연구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초자료를 제공하겠다는 것. 나아가 왜곡된 재벌의 지배구조 등을 알리고 이들이 투명경영과 투자자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 건전한 기업경영이 자리잡아 갈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밝혔다. 이 연구 프로젝트팀을 이끌고 있는 인하대 김진방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와 재벌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번 연구의 의미를 나름대로 평가한다면. ▲언론에서 이번 연구를 ‘재벌 까발리기’ 정도로 치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국내 경제, 특히 재벌에 대해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초자료를 제공키 위해 시작됐다. 각 기업의 재무관계 자료 등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소유구조나 재무, 효율성 관련 자료 등은 구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또한 재벌정책에 관한 논의들이 이념·추상적인 것에 치우쳐 현재 의견만 있고 논쟁은 없는, 주장만 있고 설득이 없는 것들을 과학·실증적인 합의로 이끌어 이를 다소나마 해소하고자 하는 바람도 있다.

-공정위에서 지난 89년부터 매년 ‘대규모 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연구가 그것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공정위의 발표에서는 총수와 친인척의 지분이 어느 계열사에 얼마만큼 집중돼 있는지 알 수 있는 핵심사항인 계열회사 내부의 출자내역 등은 밝히지 않아 계열회사별 내부지분 현황 등을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공정위가 재벌의 소유구조를 상세히 공개키로 방침을 바꾼 것은 환영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사업자 비밀준수 조항’을 들어 계열사 내부지분율 등의 공개를 공정거래법 개정 후로 미룬 데는 동의할 수 없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참여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올해 초 SK 최태원 회장이 검찰에 기소될 당시 현정부에서는 이를 검찰의 음모 내지 반란으로 보고 의심스런 눈빛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재벌개혁의 핵심은 바로 엄정한 법적용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련의 참여정부 모습은 이에 반하는 것이었다. 원칙과 집행을 강조해 온 참여정부에 재벌개혁의 의지가 있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어떤 일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개인적으로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법원과 국세청, 검찰 등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거래법과 증권거래법을 개정하고 집단소송법을 제정하는 등의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법을 적용하고 이를 적극 적용할 의지가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원칙대로 엄격하고 일관성 있는 형법, 세법 등을 적용하는 법원의 적극적인 법해석이 중요하다.

-최근 SK사태와 관련 경영권 방어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SK사태는 SK그룹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른 재벌의 경우 총수와 친인척의 지분이 4∼5% 정도인데 반해 SK는 지난 99년부터 2000년까지 무리한 유상증자로 총수일가의 지분이 2%대까지 떨어졌다. 또한 핵심계열사에 대한 지분이 적었고 지분분포가 취약해 최 회장이 분식회계 등 부당한 방법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나서다 낭패를 본 것이다.

-최근 카드채 등과 관련, 일각에서는 5월 위기설에 이어 7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카드채 만기연장으로 5월 위기설에 이어 7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IMF 사태와 같은 위기까지는 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채권 발행에 대한 책임은 누군가에게 물어야 한다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이번 연구가 끝은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지난해 8월 기초학술육성사업으로 선정된 연구로 3년 동안 연구가 계속될 것이다. 이번 연구는 그 과정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1년 후 ‘한국재벌백서’를, 이듬해에는 ‘한국재벌연구’라는 책을 각각 발간할 예정이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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