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격 한화(주)지분율 4%대서 16%대로 크게 늘려10대그룹중 내부지분율 SK 이어 가장 낮은 사실에 위기감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발 벗고 나섰다. 최근 미디어 에퀴터블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주)의 지분율을 4.35%에서 16.29%까지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M&A에 대한 방어적 성격이 짙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최근 SK에 대한 크레스트의 지분 매집 사례 등이 발생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회사 안팎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김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염두에 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화 김 회장이 한화(주)의 지분을 급격히 늘리는 데에는 한화그룹의 취약한 내부지분율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관련 정보제공업체 미디어 에퀴터블이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SK그룹에 이어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내부지분율은 지난해 말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1년 발표한 내부지분율 3.71%보다 크게 낮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최근 경영권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SK그룹의 0.8%에 이어 10대 그룹 중 가장 낮은 내부지분율이다. 그만큼 외부세력에 의한 M&A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 이번에 에퀴터블이 자체 분석한 내부지분율은 오너 일가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측정하기 위해 각 계열사의 비중을 고려한 내부지분율 개념을 새롭게 도입한 것. 공정위의 내부지분율은 각 계열사의 지분율을 단순히 산술 평균한 내부지분율 개념을 사용해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평가, 그동안 실질적인 그룹 지배력을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공정위의 내부지분율 개념은 납입자본금 10억원짜리 기업을 50% 확보하고 있는 것과 납입자본금 1조원짜리 기업을 50% 확보하고 있는 경우를 같은 비중으로 보는 등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었다. 쉽게 말해 에퀴터블이 정의한 내부지분율은 기업집단의 시가총액 합계와 오너 일가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을 비교한 것으로, 이 비율은 오너 일가가 과연 얼마만큼의 재력으로 얼마만큼 큰 기업집단의 경영을 통제하고 있는가를 나타내주고 있다. 이와는 달리 공정위가 사용하고 있는 내부지분율은 각 계열사들의 납입자본금에 대해 오너 및 그 친족(배우자,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등이 얼마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공정위의 내부지분율 산정방식은 계열사의 지분율을 단순히 산술 평균하는 기계적인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실제 지배구조를 정확히 반영하기는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이번에 제시된 기업집단의 시가총액 합계와 오너 일가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내부지분율 산정방식은 이의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노력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분석에 따르면 SK그룹의 내부지분율은 0.8%에 불과해 10대 그룹 평균인 9.2%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포함해 27조원의 주식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를 지배하는 최태원 회장 일가 추정재산액은 2,250억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최태원 회장이 그룹에 대한 지배구조 강화 차원에서 계열사간 주식 거래라는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공정위가 밝힌 SK의 내부지분율은 2.43%로 삼성그룹의 1.23%와 현대자동차그룹의 2.21%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나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상반된 결과가 나온다. 한화그룹도 2조2,826억원의 그룹 주식시가총액에 김승연 회장의 추정재산액은 402억원에 불과해 실질적 내부지분율은 공정위의 3.71%보다 낮은 1.8%에 그치고 있다. 이에 김승연 한화 회장이 기업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연말부터 지난달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한화(주)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 실제로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891만8,900주의 한화(주)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지난해 12월 3일 147만3,900주를 매수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에만 4번에 걸쳐 641만8,900주를 인수했고 지난달 22일에는 250만주를 추가로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김승연 회장의 한화(주) 지분율은 본격적으로 매수가 시작되기 이전 4.35%에서 현재는 16.29%까지 지분율이 크게 늘어난 상태. 이와 관련,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SK사태의 교훈으로 많은 기업들이 M&A에 노출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지배구조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승연 회장의 한화(주) 주식 매수도 그와 관련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지주회사법상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도록 돼 있는 만큼 30% 정도의 지분이면 경영권 방어에 안정적”이라면서 “기업에 따라 그 규모가 다른 만큼 10조 미만의 기업은 30%, 그 이상은 20% 정도면 경영권을 보호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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