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사촌형제들 몫 … 매각되면 골치” 분석 유력‘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 2위’ 실적 양호해 애착 시각도SK글로벌 회생 방안에 대해 채권단과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SK그룹이 유독 워커힐호텔의 경영권 사수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당초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가 발발하자 하나은행 등 채권단에 자신이 보유한 SK 계열사 지분 모두를 담보로 제공했다. 채권단이 말하는 워커힐 매각이란 최 회장이 담보물로 제공한 워커힐 지분 처리를 뜻한다. SK는 채권단의 글로벌 청산설 압박에도 워커힐만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SK의 고집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워커힐이 SK글로벌 못지 않게 그룹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워커힐의 경영 성적은 양호한 편이다. 2002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전체 매출 1,877억원에 영업이익 66억원, 순이익 18억원을 올렸다. 부채비율도 98%로 매우 안정적이다. 워커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특1급 호텔 8곳을 대상으로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워커힐은 롯데호텔(17.2%)에 이어 2위(15.7%)를 기록했다. 삼성의 호텔신라(12.7%)나 LG의 인터컨티넨탈(13.2%)보다도 높은 수치다.워커힐은 또 서울시내 유일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파라다이스가 호텔 내에 있어 매출에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특히 호텔 특유의 여성성으로 인해 최태원 회장의 아내인 노소영씨가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런 점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씨가 호텔신라에,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장녀 정유경씨가 조선호텔 경영에 참여한 것과 비슷하다.재계 관계자들은 단지 워커힐의 수익이 양호하다는 점, 노소영씨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점만으로는 워커힐에 대한 SK의 집착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그 이유는 SK글로벌의 청산 가능성과 함께 그룹의 경영 악화 우려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SK글로벌은 부채가 거의 10조원에 육박하는 데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실채권도 6조원에 달하고 있다. 채권단은 약 3조원대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을 하겠다고 했으나 SK(주)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1조5,000억원대 출자전환을 거부하고 있다. 만약 SK(주)가 채권단과 협의 후 출자전환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채권단의 채권 규모가 워낙 커 채권단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은 SK(주)에 경영권을 유지시켜주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SK그룹에는 두고두고 압박카드로 존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SK글로벌은 또 SK(주)의 유류 제품을 판매하는 전국 판매시설을 갖고 있어 채권단이 SK(주)의 영업의 열쇠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채권단은 SK(주)가 SK글로벌에 사들인 일부 판매망의 반환을 놓고 SK(주)와 소송이 진행 중이다.소송의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법원이 채권단의 손을 들어줄 경우 SK글로벌 처리에 대한 해법은 SK가 채권단에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마무리될 공산이 매우 커진다.재계는 SK가 그룹 내 SK글로벌의 역할과 가치 등을 놓고 봤을 때 SK글로벌에 큰 미련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그룹의 막후 자금줄이었던 계열사를 잃는 정도에 그친다는 것.채권단 역시 이를 간파하고 SK에 대응하고 있다. 채권단의 최대 압박 카드는 역시 최태원 회장이 견질로 제공한 SK계열사 지분이다. 최태원 회장이 채권단에 제공한 계열사 지분은 워커힐 40.7%, SKC&C 44.5%, SK(주) 0.1%, SK텔레콤 100주, SK글로벌 3.3%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SKC&C 지분은 SK그룹의 주인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최태원 회장과 SK에 최대의 위협요소다. SKC&C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 지분 8.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태원 회장은 지금까지 SKC&C 지분을 통해 SK그룹을 지배해왔다.채권단은 아직까지 SK에 대해 SKC&C 지분 처분 등을 거론하고 있지 않지만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채권단에는 최후의 카드인 셈이다.워커힐의 경우 최태원 회장과 그의 사촌 형제간 재산 분할설이 나올 때면 주요 분할 대상물로 끊임없이 거론돼왔다. 최신원 SKC 회장과 최창원 SK글로벌 부사장의 아버지인 고 최종건 회장이 공을 들였던 계열사가 바로 워커힐과 SK글로벌이었다.

지금까지 재계는 사촌간 분할론에 있어 두 계열사가 최신원, 최창원 형제 몫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정설로 받아들였다. 만약 채권단에 의해 워커힐지분이 제3자에게 처분될 경우 사촌 형제간 재산권 분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 자명하다. 또 SK글로벌의 주인이 누가 될지 불투명해 최신원 형제의 몫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어 불만이 고조될 수도 있다.이와 함께 SKC&C 지분이 제3자에게 매각될 경우 형제간 불화에 이은 경영권 분쟁은 SK가 설정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SK가 소버린의 동태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K의 자력에 의한 위기탈출은 더욱 꼬여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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