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채형석씨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임명 경영권 사실상 추인차남 동석씨는 애경백화점 사장에 … 일부선 “아직 변수 있어”이와 관련, 최근 일부에서는 애경그룹의 후계 구도가 아직까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애경이 내년 창사 50주년을 앞두고 후계 구도와 관련, 일련의 조치 등을 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마무리 단계로 보기는 이르다는 주장이다. 애경그룹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 채형석 부회장의 역할이 모호한데다 유독 이번 인사에서 삼남 채승석 애경개발 상무의 이름만 빠져 있고 최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통업계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 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 일부에서는 “애경그룹의 후계 구도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중순까지 후계 구도와 관련, 여러 상황(변수)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애경그룹은 지난 3월 말 정기 주총에서 당시 애경백화점 대표이사였던 장남 채형석씨를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임명하는 등 일련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와 함께 차남 채동석씨를 그룹 간판인 애경백화점 대표이사로 승진시켜 장녀 채은정씨의 남편이자 사위인 안용찬 애경산업 대표이사와 함께 삼각 구도를 형성토록 했다. 종전까지 애경그룹은 장남 채형석 부회장과 사위 안용찬 사장이 애경의 두 주력기업을 분담하는 투톱체제를 유지해 왔고 차남인 채동석 사장은 형을 보좌하는 수준에 그쳐왔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애경 인사에서 차남 채동석 사장의 약진을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남 채형석 부회장이 이번에 맡은 그룹 총괄 부회장이라는 역할이 보기에 따라 모호한 면이 없지 않은 데다 올해 초 채 부회장이 센트럴시티 사건과 관련, 약식기소 상태에 있는 것도 이번 인사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경 관계자는 “외부일각에서 센트럴시티 사건과 관련, 채 부회장이 한직으로 밀려났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장영신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그룹 내 거의 모든 의사결정권이 채 부회장에게 넘어갔고 그룹 내 12개 계열사를 총괄하는 일이 어떻게 한직일 수 있느냐”고 반문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이번 인사에서 장영신 회장의 3남 1녀 가운데 유독 삼남 채승석 애경개발 상무의 이름만 수면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도 의문으로 제기되고 있다. 장영신 회장의 삼남 승석씨는 지난 99년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한성주씨와의 결혼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 하지만 그는 지난 2001년 한성주씨와의 이혼 이후 2년 동안의 활동이 언론 등 외부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 애경개발 상무로 애경그룹 소유의 중부컨트리클럽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 관계자는 “언론 등에 채 상무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그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길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아직 나이도 어린 만큼 후계 구도에서 밀렸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 회장은 치밀한 성격으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후 능력이 검증되면 그에 맞는 보직을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채 상무가 애경그룹의 양대 축인 애경백화점과 애경산업이 아닌 애경개발에 머물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함께 한층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유통업계의 경쟁도 후계 구도의 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현대·롯데·신세계 등 이른바 빅3의 경연장이 된 유통업 분야에서 애경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라는 것. 따라서 최근 수원역사점을 개점하는 등 도약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차남에게 무게를 실어주는 인사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애경백화점은 서울 구로점과 수원역사점 등 백화점 2곳과 인천공항 AK면세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애경그룹 관계자는 “이미 2년 전부터 장 회장은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채 부회장이 회장 역할을, 채 사장은 채 부회장을 대신해 이미 유통부문에서 전권을 행사해 왔다”면서 “내부적으로 이뤄졌던 역할 분담이 이번 인사로 가시화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창업주인 채몽인 회장이 지난 70년 급작스럽게 타계한 후 장 회장이 취임하는 자리에서 자식들이 40세가 되면 회사를 넘겨줄 것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최근 일련의 조치가 후계구도와 무관치 않음을 밝혔다.한편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최근 중국 등 해외사업 분야에 치중하는 한편 친지나 친구 등을 만나는 등 그룹 경영으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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