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해외발행 공시 불구 정회장이 대부분 인수” 주장지분율 10%서 32%로 증가 … 주식수 늘어 기존 주주들 손해두산·CJ 등도 특혜성 BW 시비로 결국 무상 소각 전례재계의 ‘젊은 피’로서 재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역으로 손꼽히던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정몽규 회장이 편법으로 그룹 지배력 강화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두산그룹에 이어 해외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인수라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방법을 동원, 여론의 눈을 속이려 했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보통 사채와 달리 신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신주인수권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재벌이 흔히 써오던 수법이다. 지난 5월27일 참여연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현산이 정몽규 회장에게 특혜성 해외BW를 발행해 정 회장의 지분 확대를 꾀했다”며 정몽규 회장의 편법 지배력 강화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정 회장은 해외BW 덕분에 현산 지분율을 9.7%에서 31.5%로 크게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정몽규 회장의 현산 해외BW 인수는 지난해 참여연대의 안테나에 포착돼 고역을 치른 두산그룹의 해외BW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공모와 사모 형태가 다를 뿐 모두 해외에서 발행됐으며 ▲결과적으로 지배주주가 신주인수권을 인수했고 ▲주가 하락시 신주인수권 행사가가 조정되는 리픽싱옵션이 공시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삼성과 같이 지배주주들에게 저가에 BW를 발행해 막대한 시세차익과 함께 지배력를 강화시키는 수법은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 해당 기업과 대주주는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최근 속속 드러나기 시작한 해외BW는 국내 여론과 제도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현산이 해외에서 발행한 BW는 사채(Bond)와 신주인수권(warrant)이 분리될 수 있는 ‘분리형’ 사채다.

BW는 기업 입장에서는 신주인수권을 사채권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신주인수권에 대한 대가로 저리의 사채를 모집할 수 있다는 순기능과 대주주의 시세차익이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특혜라는 역기능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참여연대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은 지난 99년 5월 현산이 발행한 제83회 해외BW의 85%(892만6,700주)를 발행 직후 매입한 데 이어 99년 7월 제86회 해외BW도 50%(354만9,112주)를 매입했다.특히 83회 해외BW의 경우 주가하락에 따른 행사가조정 조항(리픽싱옵션)이 붙은 것으로 드러났다. 발행당시 행사가격은 1만1,340원이었지만 몇 차례 조정을 거쳐 2000년 5월 이후부터는 5,000원으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정몽규 회장이 인수할 수 있는 주식 수도 892만6,700주에서 2,043만9,155주로 크게 늘어났다. 정 회장이 83회와 86회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경우 지분율은 31.5%로 확대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정몽규 회장이 얻는 최대 효과는 참여연대의 지적대로 지배력 강화다. 5월15일 현재 현산의 정몽규 회장 일가 지분은 17%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템플턴자산운용(12.6%) 등 외국인 지분이 47.9%에 달하고 있어 M&A가 시도될 공산도 없지 않다.참여연대에 따르면 99년은 시기적으로 정몽규 회장이 현산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최대주주로 부상하는 등 정씨 일가의 소유구조 정비가 이루어지던 때. 따라서 정 회장이 보다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 회사로 하여금 특혜성 BW를 발행하게 하고 그 대부분을 자신이 인수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현산이 사채를 발행한지 1년 후인 2000년 5월27일 사채를 전액 조기 상환, 결과적으로 1년간 1억달러 자금 조달을 위해 BW를 발행했다는 사실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회사와 주주 입장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채 발행이었던 것.그러나 정몽규 회장과 현산은 정 회장이 BW를 인수하게 된 과정상에 허점을 노출했다. 현산은 99년 5월20일 발행결의한 83회 BW를 해외발행이라고 공시했음에도 같은 달 27일 정 회장 개인이 BW 대부분을 인수했다.

사실상 정몽규 회장의 취득이 예정된 국내발행이라는 색채가 짙다.같은 해 7월에 발행결의한 86회 해외BW도 정몽규 회장이 50%를 인수하며 의혹을 이어갔다.신주인수권과 분리된 사채인수자에 대해서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는 정몽규 회장이 BW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사채는 배제한 채 신주인수권만 인수하고 사채는 제3자가 인수하고 1년 안에 모두 원금 및 이자를 회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산은 사채인수자에 대해서는 함구에 부치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정몽규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매우 효과적인 해외BW는 반대로 기존 주주들에게는 손해를 입힐 것이 분명하다. 단적으로는 주식 수가 늘어나는만큼 주당 가치 하락으로 연결되고 대주주의 편법 지배력 강화 시비는 기업 신인도 하락을 부추겨 장기 주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더구나 83회 사채에 딸려 있던 리픽싱옵션의 미공시는 증권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리픽싱옵션의 경우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 공시를 해야만 한다.두산이 참여연대의 의혹제기에 적극 대응했던 것과는 달리 침묵을 지키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에 참여연대는 정몽규 회장에게 신주인수권 소각을 촉구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와 두산의 대주주는 특혜성BW 시비가 일자 결국 무상소각을 결정한 바 있다.금감원은 현산의 해외BW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에 따라 과징금 부과 등이 결정될 경우 정몽규 회장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현대산업개발-두산 해외BW ‘거의 똑같다’현산의 83회 해외BW는 두산이 발행했던 해외BW와 너무도 유사한 측면을 많이 갖고 있다. 차이점은 현산이 해외사모였고 두산은 해외공모였다는 정도. 두 회사는 모두 사채금액이 1억달러였고 지배주주들이 신주인수권을 거의 대부분 행사했다. 정몽규 회장은 85%, 두산의 3,4세 일가는 70%를 인수했다. 또 신주인수권에는 리픽싱옵션이 설정돼 있었으며 관련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

                             (주) 현대산업개발과 두산 비교

구분 현대산업개발(주83회) (주) 두산
발행형식 해외사모/분리형 해외공모/분리형
사체금액 1억달러(1,145억원) 1억달러(1,187억원)
보장이율(조기) 원금의 106.5% 원금의 104.7%
신주인수권 인수 지배주주 정몽규 회장 85% 인수
발행시 직접 매입 추정
신주인수권 매입가격 알 수 없음
지배주주일가(3.4세)가 70% 인수
총액인수한 주간사로부터 인수
권리당 2,500 ~ 3,000원
행사가격 및 옵션 - 발행 당시 시가에서 15% 할인
- 리픽싱옵션 추정
- (가격하락시 행사가 조정)
- 발행시 미공시
- 행사가 조정시 미공시
- 발행 당시 시가보다 높음
- 리픽싱 옵션
(가격 하락시 행사가 조정)
- 발행시 미공시
- 조정시 공시
조정행사가 1만 1,340 → 5,000원 5만 100원 → 9,000원
행사기간 1999.6 ~ 2009.4 (약10년) 1999.10 ~ 2009.6(약 10년)
사채상환 1년 후 상환 (put-option 행사) 1년 후 상환(put-option 행사)
권리행사시
주식희석효과
(86회포함)
지배주주 정몽규 : 9.7% →31.5%
소액주주 : 74.71% → 56.68%
지배주주 일가 : 60%→70%
소액주주 : 40%→30%
주간사 한누리 투자증권 동양증권
처리 - 지배주주 일가 소유 신주인수권 자진 소각
- 기타 지배구조개선조치
(사외이사 신규선임 및 지배주일가 일부 퇴임)
- 금감원 유가증권발행신고서 미제출로 과징금 5억원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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