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총장 심포지엄서 지적“한국경제는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27일 ‘국제경쟁력 연구센터’ 창립기념으로 서울대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 주최한 ‘한국의 국가 경쟁력, 이대로 괜찮은가’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통해 이같이 경고했다. 정 총장은 이날 “오늘날 한국경제는 가까운 시일에 좋아지리라는 낙관을 할 수 없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할 유능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이 결여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어어 “이곳 저곳에서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이야기하는 경제학자들이 많다”고 전제한 뒤 “선진국 경제가 국민소득 1만달러를 전후한 시기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한국 경제도 그러한 일종의 ‘중진국 함정’에 빠진 듯하다”고 덧붙였다.정 총장은 “국가경쟁력에서 중요한 것은 한 나라의 문화적 특색과 전통 위에 구축된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이라면서 “한국은 50년간의 경제발전에서 국가와 기업에 의한 배분과 조정 역할이 컸고 그 나름대로 효율성을 발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젠 시장의 역할이 증대돼 정부와 기업을 대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한 조정 과정이 하루아침에 혁명적으로 수행될 수는 없으며 문화적 전통과 제도적 제약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개량되어야 한다”고 말해 급격한 경제시스템 변화와 ‘시장 지상주의’를 경계했다.한편 이 자리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는 시장과 효율, 기업 역동성에 대한 믿음을 갖고 상당 기간 분배보다는 성장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이어 “적정성장을 계속해야 청년실업, 복지부담, 지역낙후 등의 현안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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