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비상장 자회사 칼텍스 지분 50% 확보못해 시정명령동원, 식품·금융그룹 양분과정서 무리한 추진으로 과징금국내 재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지주회사로의 재편. LG를 필두로 한 지주회사로의 지배구조 재편은 재벌 개혁의 일환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벌들은 각자 이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취지나 효과면에서는 재편에 수긍하고 있지만 비용문제, 오너의 지배력 보장 등 문제가 얽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최근 일부 지주회사들이 지주회사 요건을 채우지 못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고발을 당하는 등 지주회사까지는 첩첩산중으로 비쳐지고 있다.지주회사로의 변신 취지·효과 좋지만 비용문제 등 여전히 난제지난 7월2일 공정위에 적발된 지주회사는 LG, 대우통신, 동원엔터프라이즈, C&M커뮤니케이션 등 4개사. C&M의 경우 2000년말 기준 부채비율이 250.9%로서 시정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검찰 고발을 당하게 됐다.

이밖에 LG와 대우통신은 시정명령, 동원은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대우통신의 경우 자의에 의해 지주회사가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시정명령에 그친 사유가 됐다. 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중요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산총액이 감소하며 엉겁결에 지주회사 기준에 부합하게 된 것.4개사 가운데 눈길이 모아지는 기업은 LG와 동원. 이들 지주회사가 공정위에 적발된 사연을 보면 국내 재벌이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집 센 사돈에 발목 잡힌 LG공정위가 LG에 대해 적발한 내용은 지주회사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 50%를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을 준수하지 못한 점. 공정위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상장사에 대해서는 지분 30%, 비상장사 지분은 50%를 보유해야 한다.문제가 되는 계열사는 LG칼텍스정유. LG와 칼텍스사의 합작법인으로 칼텍스사가 50%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50%를 LG가 보유하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LG는 LG칼텍스정유 지분 49.83%를 보유, 50% 요건에 0.17%가 부족한 실정이다. 지극히 소량인 지분은 그러나 LG가 사들이기에는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그 이유는 개인 주주들이 지분을 내놓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 이들은 다름 아닌 대림그룹 이준용 회장의 장남 이해욱 대림산업 기획실장과 차남 이해승씨다.이들이 지분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지분이 “조부(고 이재준 창업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며 애지중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씨 형제가 처음부터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지난 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LG에 매각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이때 대림은 칼텍스 50%, LG 30%에 이어 20% 지분으로 3대 주주였다. 그런데 대림은 막상 매각 계약 당일이 되자 이준용 회장의 두 아들 지분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시켜버렸다. 이씨 형제는 이미 이때부터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셈이다.LG는 값을 후하게 쳐주겠다며 설득해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합작파트너인 칼텍스 역시 단 한 주도 팔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LG는 결국 대림가(家)를 설득하는데 실패하자 지난 4월 이씨 형제에게 한 장의 각서를 받아 공정위에 제출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각서 내용은 절대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것. 이씨 형제의 결연한 의지를 공정위에 확인시킴으로써 지주회사 요건 미충족 책임에서 비켜가려 한 것이다.흥미로운 것은 LG와 대림은 사돈관계로서 얼마든지 사업파트너십을 발휘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LG의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차녀 구자혜씨와 대림 고 이재준 회장의 동생 이재연 LG그룹 고문은 부부지간. 구자혜씨는 이준용 회장의 작은어머니가 되는 셈이다.고집 센 사돈 때문에 번번이 공정위로부터 적발 대상이 되는 LG는 이같은 특수한 사정으로 공정위조차 감안을 해주는 입장이다. 외관상 충분히 과징금 대상이기는 하지만 저간 사정을 감안해 시정명령에 그쳤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동원, 무리한 지주회사 추진 화근동원은 2세 몫으로 각각 식품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로 그룹을 양분하는 과정에서 일정상 무리한 추진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원인으로 지적된다.

공정위는 동원EnC가 지난해 7월 금융계열사인 동원증권 주식을 취득한 것에 대해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1,900만원을 부과했다. 동원EnC는 그룹 내 식품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다.동원EnC의 주식 거래가 문제가 된 것은 사업내용과 관련이 없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지배목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 동원EnC는 지난해 7월 동원산업으로부터 동원증권 주식 110만주를 사들였다.동원산업에 따르면 당시 동원증권 지분 처분은 지분법 평가이익에 따른 회계처리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또 계열사간 자전거래는 장내에 매각할 경우 동원증권 주가 폭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다.동원산업은 당시 동원증권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동원증권의 자사주 530만주 매입을 앞두고 지분율이 21%로 올라갈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20% 이상 지분을 보유하게 되어 지분법 평가를 하게 돼 3,000억원의 추가이익이 발생하게 된다.문제는 이 경우 동원산업이 동원증권의 지주회사가 되는 과정으로 오해받을 수 있고 회계처리에서도 갖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동원산업은 이점을 우려해 110만주를 급히 처분해야 했다고 설명한다. 또 동원증권의 1일 거래량이 10∼20만주에 불과하다보니 주가보호를 위해 계열사인 동원EnC에 매각했다는 것. 동원EnC는 이어 지난달 26일 동원증권 주식을 동원증권의 자사주 펀드에 매각했다.지난 5월30일 출범한 동원금융지주회사는 출범까지 이처럼 우여곡절을 거쳐왔다. 이로 인해 후계구도를 위해 식품과 금융으로 그룹을 분리, 지주회사를 출범시키며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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