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쟁의 등의 경우 계약 해지할 수 있다’ 조항 협력사 노조 족쇄민주노총 “포스코 직·간접 입김으로 협력사 노사관계 파행” 주장포스코가 협력업체와 ‘협력작업일반약관’을 맺으면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조항을 약관에 명시해 협력업체 노동조합을 탄압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금속노련) 광주·전남지부는 지난 1일 ‘포스코는 협력업체 노조활동을 전면 보장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포스코에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도 “노조를 불온시하는 포스코의 직·간접적인 입김으로 협력업체인 삼화산업과 태금산업의 노사관계가 파행으로 치달았다”며 “포스코는 작업계약 약관에 노동3권을 부정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포스코가 협력업체와 쟁의행위의 금지와 일방적인 계약해지 제재 등의 조항을 넣은 불공정한 계약약관을 맺고 임단협 과정에서 협력업체 노조의 단체행동을 사실상 어렵게 해 정당한 권리행사를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의 근거로 포스코와 협력업체간 협력작업일반약관의 19조와 28조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계약약관 19조(쟁의행위의 금지 등) 1항에는 “노사간 쟁의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발생 시에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28조(계약해지 등 제재) 2항에도 “노동쟁의 등에 의해 협력작업이 어려운 경우 1회 이상 경고 후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삼화산업, 태금산업 등 이들 협력업체 노조는 쟁의행위는 물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 쉽게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노조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만 실시하려 해도 포스코는 협력업체에 계약해지 공문을 보내 압박하고 사측은 또 이를 직원 전체가 보도록 해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 노조를 무력화시키는데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화산업 노조 양동훈 지회장(위원장)은 “포스코가 이 조항들을 근거로 원청 업체로서의 지위를 이용, 협력업체 노조를 옭아매고 있다”며 “지난 2001년 7월 임단협이 시작된 이후 지난달까지 6차례나 협박성 계약해지 공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 이들 삼화산업과 태금산업은 지난달 13일과 14일 각각 노조원을 대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상태다. 하지만 포스코측이 이들 업체에 본사 직원들을 파견해 조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폐쇄 불구 정상조업…위장폐업 의혹

이에 대해서도 이들 삼화와 태금 양사 노조는 사측의 위장폐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약약관대로라면 포스코와 사측은 이미 계약이 파기돼야 하지만 버젓이 정상 조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광양제철소측의 사측 뒤봐주기가 없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또 사측이 일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할 때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태금은 직장폐쇄 하루 전인 지난달 3일 노사협상에서 노사가 노조측의 수정안을 갖고 5일 다시 협상을 재개하기로 약속한 상태에서 갑자기 이튿날인 4일 전부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태금산업 노조 허형길 지회장은 “현재 태금과 삼화는 노조원에 한해서만 직장폐쇄를 단행한 상태지만 태금의 경우 총 4개 부서 가운데 1개 부서는 비조합원이, 나머지 3개 부서는 포스코직원이 직접 나와 사실상 정상조업중이다”며 “지난 2월 노조설립 이후 사측과 40여차례 협상과정에서 사측의 무성의로 임금과 관련된 얘기는 한번도 나눈 적이 없고 최근에는 협상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광양제철소 2열연과 1·2냉연 크레인작업을 맡은 삼화산업도 직장폐쇄로 전체 직원 300여명 가운데 비노조원 등 직원이 100여명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포스코 본사직원들이 파견돼 현재는 조업이 정상적으로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화는 지난 2001년 한 부서 전체 63명의 직원 가운데 61명에 대해 자택대기발령 후 모두 해고하고, 노조원들을 1개 공장으로 인사이동시키는 등 거듭된 파행을 계속하고 있지만 포스코측은 이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측도 노동위와 지방법원의 복직 및 원상회복 조치에도 불구, 아직까지 이렇다할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포스코, 말썽일자 서둘러 조항 개정

포스코는 이처럼 말썽이 일자 지난달 19일 19항의 ‘쟁의행위 금지’ 조항을 ‘협력작업 수행불능시 조처’로, 계약해지 조항 가운데 ‘노동쟁의 등 사정으로 작업 수행이 어려울 때’를 ‘협력업체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작업 수행이 어려울 때’로 각각 고쳤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협력업체와 맺은 약관은 포스코의 안정조업을 위한 조치일 뿐 협력업체 자체의 노사분규에 대해 포스코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약관상 용어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바꿨을 뿐 협력업체 노조원들의 노동권을 침해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삼화산업과 태금산업 노조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쟁의행위’나 ‘노동쟁의’ 등의 직접적인 문구만 일부 개정됐을 뿐 이마저도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불분명한 단어를 사용, 얼마든지 이를 악용할 여지를 남겨놨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자신들의 주장이 무리한 요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와의 계약약관 때문에 정상적인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 2월 노조를 결성한 태금산업의 경우 지금까지 임금과 관련해 한번도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고, 삼화산업도 2001년 임금협상이 지금까지 타결되지 않았다.

■포스코 협력사 10년차 임금 67만원

현재 이들이 받는 임금 수준은 10년간(주 44시간 근무기준) 일한 노동자가 67∼68만원(세금 제외)을 받고 있고, 15∼16년차 직원들도 잔업수당을 모두 합쳐야 연봉 1,800만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입사 초임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최저 임금보다도 낮은 상태로 최근 노동위로부터 시정권고까지 받았다. 이에 대해 삼화산업 노조는 “포스코와 사측이 1년에 한번씩 계약을 경신하는 용역서비스업체 직원이라는 우리들의 신분을 이용, 임단협 등에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직장폐쇄의 경우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등 시간 끌기에 나서 궁극적으로 노조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화노조는 또 될 수 있는 한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지금처럼 포스코와 사측이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포스코 본사 상경투쟁까지 벌일 생각이라며 이를 위해 이미 금속노련이 집회신고까지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회사로부터 직장폐쇄 조치를 당한 삼화산업과 태금산업 노조원 각각 210명과 102명은 현재 오전 6시반부터 포스코와 사측의 부당성을 알리는 가두 선전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한편 포스코에는 광양포철소에만 삼화산업, 태금산업 노동자 450여명을 비롯해 25개 협력업체에 6,000여명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포항제철소까지 포함할 경우 50개 업체 1만3,000여명이 포스코 내 협력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화와 태금을 제외한 업체들은 현재 연초 임금문제를 사측에 위임하는 등 정상적인 노조활동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