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역외펀드 출자금 과대 계상이어 최근엔 편법 후순위 차입금감위 엄중조치 천명 … 그룹선 구자홍 사장 경질 진화 서둘러

동양생명(사장 윤여헌)이 동양메이저그룹의 문제아로 추락하고 있다. 올초에는 역외펀드 출자금을 과대계상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계열사로부터 편법 후순위차입으로 당국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동양생명은 일찌감치 동종업계로부터 합병 등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 받아왔다. 이처럼 갖가지 악재가 터져 나오자 그룹에서마저 손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구자홍 사장의 타사 발령이 현재현 회장이 격노해 내려진 조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구자홍 사장이 물러날 당시 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이 금융당국에 뭔가 단단히 꼬리가 잡혀 ‘경질’성 인사라는 소문이 팽배했다. 그때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내용이란 최근 드러난 계열사 편법 후순위차입과 골격이 매우 유사했다. 이로 인해 현재현 회장이 격노했고 그 불똥이 경질성 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구자홍 사장이 완전히 옷을 벗은 것은 아니었다. 동양시스템즈의 윤여헌 사장과 서로 자리만 바꿨다. 그럼에도 ‘경질’ 운운하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는 과거 동부그룹을 거쳐 동양그룹에 오기까지 자금과 금융을 주물러온 금융통이었기 때문. 부실에 시달리던 동양생명을 흑자로 전환시키자마자 계열사 사장과 트레이드 한 것은 누가 봐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던 것.2개월여가 지난 요즘 그때 루머의 실체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물론 동양생명은 “단순 정기인사”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장까지 트레이드됐다고 알려진 문제의 편법 후순위차입 내막은 이렇다.동양생명은 지급여력비율 100%를 맞추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이행해야 했다. 지급여력비율이란 전체 보험계약자들에게 일시에 환급이 가능한지 여부를 따지는 비율을 말한다. 금감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급여력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 적기시정조치로 금감원으로부터 경영간섭을 받게 된다. 이때 동양생명이 지급여력비율 개선책으로 생각한 것이 동양캐피탈로부터 후순위차입. 이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문제는 300억원대 자금의 정체가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동양생명의 한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동양캐피탈은 A사로부터 300억원을 대출 받은 뒤 이를 다시 동양생명에 빌려줬다. A사 역시 이 자금을 동양생명에서 빌려왔다. 즉 동양생명은 자기 자금을 여러 경로를 거쳐 결국 자기 금고에 넣은 것으로 변칙적으로 돌려막기를 한 것.금감원에 따르면 A사는 동양메이저 그룹과 관련이 있는 회사. 특수관계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업계와 금감원 주변에서는 동양생명이 300억원대 자기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회계처리상 오점이 발견됐다는 말이 정설처럼 돌고 있다.동양생명의 변칙 후순위차입은 결국 금융당국의 안테나에 포착됐다. 금융감독원은 3월에 있던 이 자금거래에 원상복귀 명령을 내리는 한편 지급여력비율 개선 압박을 더해갔다.동양생명은 5월이 되자 동양캐피탈에 300억원을 차입하는 등 계열사로부터 모두 500억원을 차입했다. 우여곡절 끝에 동양생명은 6월말 현재 지급여력비율을 160.4%까지 맞춘 상태다.금감원은 동양생명에 대해 대표이사와 기관 문책 등 엄중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이 정도 조치는 동양생명 같은 중소 보험사로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수준.여기에는 ‘괘씸죄’까지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 당국의 눈을 속이려고 했던 정도가 파격을 넘어서 기업의 도덕성을 뿌리 째 흔들만한 사안이었기 때문.동양생명은 지난 2월 역외펀드 토러스캐피탈(Taurus Capital I.L.P.)에 출자금을 유가증권으로만 분류, 지분법을 적용하지 않아 254억2,300만원의 투자유가증권을 과대계상한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본지 취재 결과 동양생명은 2002년 3월 회계연도에는 토러스 지분 25.85%를 지분법 적용을 했으며 이로 인해 지분법평가손 166억원을 반영했었다. 1년만에 감독 당국의 안테나를 과소평가한 것이 꼬리가 잡힌 것이다.동양생명의 지급여력 비율 개선 노력은 그룹 차원에 부담을 안겨준 것은 물론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동양캐피탈. 동양캐피탈은 2002년 회계연도에 643억원 적자에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전후 사정이 이렇게 되자 현재현 회장이 동양생명에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를 느꼈고 그것이 구 사장의 타 계열사 발령이었다는 얘기다.이에 대해 동양생명측은 “편법 후순위차입과 사장 인사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김성희 홍보실 차장은 “구자홍 사장은 임기가 다 차서 발령이 난 것일 뿐”이라며 “그룹이 알아서 한 일을 내가 어떻게 알겠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