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 이강원 행장 수행단 참여로 관심 집중이행장 부인 불구, 매각협상 관련 직·간접적 행보 있었던 듯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방중 수행단으로 참여했던 외환은행 이강원 행장과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연원영 사장 등이 방중 기간 동안 하이닉스 반도체 매각과 관련한 행보를 벌였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이번 방중 기간 동안 하이닉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KAMCO 등이 중국측과 하이닉스 매각 문제를 놓고 물밑 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금융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노 대통령의 방중 수행단에 이 행장과 연 사장 등의 이름이 거론됐을 때부터 하이닉스 중국 매각설이 다시 한번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행장은 지난 5월 하이닉스의 중국 매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스(SARS)가 가라앉으면 중국에서 하이닉스 매각을 위한 로드쇼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중국측 2∼3개 업체에서 하이닉스에 큰 관심을 갖고 그동안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의 주채권은행이자 지분 13.8%로 최대 주주인 외환은행과 KAM CO는 대통령 수행단의 일원으로 공식적인 업무를 위해 간 것일 뿐 하이닉스 매각 문제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외환은행은 이번에 이 행장이 수행단 명단에 포함된 것은 외환은행이 국내 최초로 중국에 진출했고 중국 내에서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를 확보하고 있는 등 ‘상징성’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AMCO도 “중국이 99년부터 KAMCO를 모델로 4개의 부실채권 처리 회사를 세웠다”며 “이번 방문은 단지 업무협조 차원으로 하이닉스 채권매각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외환은행은 정식 수교 이전인 지난 1992년 7월 국내 은행 최초로 베이징 사무소(96년 베이징지점 승격)를 개설했고 93년 12월 텐진지점, 95년 2월 다이롄지점, 오는 9월 상하이지점 등 국내 은행권의 중국 진출에 단연 앞장을 서 왔다. 지난해 8월부터는 인민폐 업무도 허가 받은 상태다. 또 중국 4대 상업은행(공상·농업·중국·건설은행) 및 6대 전국종합은행(교통·중신실업·광대·화하·민생·초상은행) 등과 환거래 계약을 맺어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에 든든한 후원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외환은행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이 행장의 방중은 외환은행이 중국에서 더 특화된 영역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외환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KAMCO도 연 사장이 노 대통령의 중국방문 기간 동안 중국내 부실채권 처리를 담당하는 동방자산관리공사 등을 방문하는 등 공식적인 업무만을 수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이 행장과 연 사장의 방중이 그동안 하이닉스 매각 문제를 놓고 물밑협상을 벌인 이 사안과 무관치 않다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최대 난제가 하이닉스 처리문제고 대 중국 매각이 그 해법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행장의 이번 방중이 하이닉스 처리와 연계된 다목적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화교자본과의 매각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까지 증권가에서 나돌고 있는 상태다. 또한 이 행장이 지난 5월초 하이닉스(메모리 부문)를 중국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고 매각 주간사인 모건 스탠리를 통해 현재까지도 중국 반도체업체들과 실무적인 접촉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재 인수 의사를 밝힌 중국 반도체 관련 업체가 2∼3곳 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격을 둘러싼 입장 차이와 대만과의 협력 관계 등 복잡한 요인으로 인해 구체적인 협상 진척이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이 행장의 방중이 계기가 돼 하이닉스 처리문제가 다시 전면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측은 “순수히 대통령 방문 길을 수행하는 것으로 하이닉스 매각건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이 행장의 이번 방중이 직접적으로 하이닉스 매각 협상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중국 반도체업계가 사실상 정부의 지배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하이닉스 매각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분위기 조성’면에서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 행장이 방중 수행단에 포함된 것 자체가 최근 논란에 대한 충분한 가능성을 내포한다”면서 “이 행장의 이번 중국 방문이 대통령을 통한 중국당국의 의중파악 등 협상에 필요한 정보나 시장분위기 조성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도 이번 이 행장의 방중과 관련, 하이닉스 처리와는 무관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는 이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실제로 물밑협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 수행단 입장에서 회사의 매각 등의 문제를 놓고 논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 행장이 중국 매각을 주장하던 때(5월)와는 시장 상황이 많이 바뀐 만큼 매각협상 방향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초 1,200원대에 불과하던 하이닉스 주가는 D램 가격 상승 등으로 7월 중순 현재 8,000원대에 거래가를 형성하고 있어 그만큼 매수하려는 입장에서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그는 또 “매각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었던 하이닉스 처리문제가 현재 시장상황 변화로 많은 가능성이 생긴 게 사실”이라며 “외환은행 등 파는 입장에서는 시장 변화에 맞게 사업 다각화와 부분 매각, 독자생존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부분을 살리고 경쟁력 없는 부분은 과감히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 행장 등이 방중 이후 꺼내 놓을 카드에 따라 진위여부 및 하이닉스 처리 방향이 잡힐 거라는 쪽으로 업계의 생각이 모아지고 있다. 이 행장이 방중 이후 꺼내 놓을 카드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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