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노조 “지금은 노사가 함께 회사 살리기에 나설 때”LG 노조 “20% 임금인상” … 10년 무분규 신화 무너져‘무엇을 위한 투쟁인가.’참여정부 들어 더욱 강성기조를 띠고 있는 노동운동에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노조 강성화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파업’이 결과적으로 노조나 회사에 악영향만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은 근로자의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쓰여왔다. 생산 중단에 따르는 경영 난조가 경영진으로 하여금 백기 투항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강성 노조에 여론이 양분되며 최근 임단협에 나섰던 두 회사 노조의 극단적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임단협(임금단체협상)에서 경영진에 백지위임으로 화제가 된 대우일렉트로닉스와 파업을 강행한 LG화학이 주인공이다.임단협 전권 백지위임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 노조는 얼마전 임단협의 전권을 경영진에 위임해 재계와 노동계에 잔잔한 감동을 전해줬다.

특히 이 회사의 노조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를 달리하는 개별 2개 노조가 공존해왔다는 점에서 임단협 위임은 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대우일렉트로닉스는 지난 99년 대우그룹 해체로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11월 채권단의 부채 탕감 등으로 워크아웃에서 졸업했다. 1사 2노조가 된 이유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전자와 대우모터공업이 합병했기 때문. 현재 전자 부문(노조 위원장 이병균)은 한국노총, 모터 부문(노조 위원장 남상국)은 민주노총 소속으로서 서로 성격을 달리하는 상급단체를 두고 있다.지난 6월20일 김종훈 사장이 두 노조와 임단협 타결을 마치기 전까지 이 회사는 노동계 하계투쟁의 전초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두 노조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로 익히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모터 부문의 경우 해마다 분규가 끊이지 않았고 전자 부문 이병균 위원장은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위원장이기도 하다. 이같은 1사 2노조 체제는 흔히 ‘노-노 갈등’ 또는 조직간 힘겨루기로 회사 경영은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였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김충훈 사장은 올해 임단협은 분규 속에서 치를 수 없다는 각오로 사장이 직접 노조와 대화에 뛰어들었다.

김 사장은 먼저 대우모터공업 광주공장을 찾아 500여 직원을 모아놓고 회사 상황을 세밀히 공개했다. 김 사장은 “노사분규가 발생하게 되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며 회사 살리기에 직원들이 동참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사장의 노력에 노조도 백지 위임장을 회사에 제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남상국 위원장은 “민주노총 등 상위단체의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노사가 함께 회사 살리기에 나설 때”라며 위임장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전자도 모터의 뒤를 따랐다. 이병균 위원장 역시 상위 단체의 자신의 직위와는 별도로 회사 입장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대우일렉트로닉스는 노사간 협력으로 올해 목표 매출 2조700억원에 경상이익 1,000억원 달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10년 무분규 신화 깨져대우일렉트로닉스와는 반대로 LG화학은 10년 무분규 신화가 무너지자 낙심이 크다. LG그룹은 탄탄한 노사간 협력관계로 재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7월5일부로 LG화학의 지방 4개 도시 사업장의 2,500여 노조원들이 임금협상 결렬로 파업에 돌입했다.다행히 지난 20일 노사간 합의로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지만 LG는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재계에 따르면 LG화학 노조의 파업은 파업 명분과 노조 요구에 여러 문제를 노출시켰다. 먼저 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폭이 상식적인 수준이었느냐는 부분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LG화학은 노조에 기본급 8.4%, 호봉승급 1.6% 등 총 10%를 인상한다.합의안이 도출되기 이전까지 노조는 기본급 13.1%를 포함하여 전체 22.45%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노조는 대폭 임금 인상 요구 명분으로 LG화학 내 가공부문 4개 사업장의 임금이 장치부문 근로자보다 현격히 낮아 이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가공부문 기본급을 100으로 잡았을 때 장치부문은 167이며 수당을 포함하면 100대 143으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LG화학 경영진과 동종업계는 노조의 주장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경영진과 업계 등에 따르면 LG화학 근로자의 연간 총급여가 4,000만원 이상인 기능직원이 전체의 35%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동종업계에서는 최고 수준. 그럼에도 직원간 형평성을 구실로 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회사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경영진의 주장이다.경영진에 따르면 1인당 매출액(가공부문 5억원, 장치부문 8억800만원)과 경상이익(가공 4,000만원, 장치 6,900만원)의 차이를 내밀고 있다. 인건비 비율 역시 10.4대 7.4%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재계는 같은 그룹이라 할지라도 실적면에서 우량인 계열사 직원들이 그만큼 고액의 임금을 받는 것을 순리로 여기고 있다. 또 사업장이나 사업부 별로 임금차를 두는 것을 경쟁력 재고를 통한 경영합리화의 한 방안으로 들고 있다.LG화학은 합의안이 도출되기 직전까지 파업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강구한 노조에 직장폐쇄까지 적극 검토하기도 했다. 임금 인상 요구에 끌려다니다 경영이 파탄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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