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지분·가족사 등으로 두 기업으로 분리돼 업계 4위 자리놓고 엎치락 뒤치락 팽팽한 대결‘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인가’, ‘영원한 호적수인가’.최근 화장품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팽팽한 라이벌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화장품과 한불화장품간 벌어지는 신경전이 바로 그 것. 업계 4∼5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두 기업은 매출과 판매 등에서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특히 두 기업 은 ‘형제 기업’으로 그간 복잡한‘애증(?)관계’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지난 60년대만 해도 화장품업계의 생산규모는 겨우 1억원대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4조원대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각 업체들은 치열한 매출·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외국산 수입 화장품들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한국 화장품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한 각축전이 치열하다.현재 화장품 시장에서는 태평양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LG생활건강이 뒤를 잇고 있으며, 코리아나,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 등이 3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이 가운데 한국화장품과 한불화장품, 두 기업의 ‘자존심 경쟁’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두 기업은 ‘형제 기업’으로 그 동안 보이지 않는 라이벌 의식이 강했다.두 기업의 경쟁 관계는 한국화장품 창업주의 몇몇 형제들이 지난 89년 따로 떨어져 나와 한불화장품을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62년 한국화장품 창업 때부터, 이런 불씨는 잠재돼 있던 것이 사실. 한국화장품은 임광정 전회장과 김남용 전회장(97년 작고)간 공동창업으로 설립됐다.김 전회장의 정미소와 양조장 사업 등으로 벌어들인 자본과 임 전회장의 제약업계에서 닦은 경영경험 등이 합쳐져 창업이 이뤄졌다. 당시 김·임 전회장간 지분비율은 6대4. 창업 후 두 창업주는 ‘포마드 신화’를 창조하며 한국화장품을 태평양과 함께 국내 화장품업계의 양대산맥으로 이끌었다. 특히 두 사람은 끈끈한 동업자에서 사돈관계로 발전하며, 찰떡궁합을 이뤘다. 임 전회장의 장남 임충헌 현한국화장품 회장과 김 전회장의 차녀 김옥자씨가 결혼한 것. 이처럼 두 집안이 사돈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화장품은 탄탄대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80년대 중반이후 한국화장품은 최대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후발업체였던 럭키(현 LG생활건강)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두 창업주간 갈등의 기미가 보였던 것이다.지난 88년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 임 전회장은 아들인 충헌씨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자신은 회장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당시 항간에는 두 가문간 지분경쟁에서 임 전회장이 밀려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임 전회장의 퇴진이후, 임충헌 회장과 김 전회장의 장조카인 김두환 사장 등 김씨 일가가 공동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경영권에 참여하지 못한 임씨 일가의 반격이었을까. 임 전회장의 3남이자, 임충헌 회장의 이복동생인 임병철씨가 지난 89년 한불화장품을 설립했다. 임병철 한불화장품 회장은 한국화장품에서 이사 등으로 일하다 30대 초반의 나이로 한불을 설립, 형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또 임 전회장의 차남인 현철씨도 동생 임병철 회장을 도와 현재 한불화장품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임병철 회장 등 형제들은 당당히 ‘형 회사’인 한국화장품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한불화장품 창업이후, 한국과 한불 두 회사간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고 업계는 전하고 있다. 두 회사는 ‘시장 쟁탈권’은 물론 경쟁적인‘인력 스카웃’전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후발업체인 한불화장품이 급기야 한국화장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업체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90년대 후반이후 한불은 한국화장품과 업계 4위 자리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칠 정도가 됐다.

최근 들어서는 외형면에서 한국화장품을 앞지르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1년 총생산액 측면에서 업체별로 보면 태평양이 1조404억5,9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LG생활 건강 5,630억2,500만원, 코리아나화장품 2,301억5,200만원, 한국화장품 1,322억2,400만원, 한불화장품 963억8,000만원 순이었다.그러나 지난 2002년부터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 1/4분기 시장점유율에서 한불이 앞섰다. 한불은 태평양과 LG, 코리아나에 이어 5.6%의 시장점유율을 보인 반면, 한국화장품은 4.8%에 그쳤다.이에 대해 한국화장품측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한 상황이다. 한국화장품 관계자는 “2∼3년전부터 한불화장품에 전세가 역전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태평양·LG의 2강체제가 확고한 상태이고, 여타 업체간 매출 격차도 미미해 업계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한불이 ‘형제기업’이라기 보다는 이제는 ‘별도의 기업’으로 각자 성장하고 있다”며 “두 기업은 이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기업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에 반해 한불 화장품은 일단 창업 10여년만에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으로, 그나마 느긋하다. 한불 화장품관계자는 “신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아 철저한 브랜드 관리와 경영수익성 사업에 치중,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며 “임 회장 등은 가족관계를 떠나 한국화장품과는 모든 지분을 정리한 상태로, 좋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무서운 기세로 떠오르고 있는 ‘아우 기업’인 한불화장품, 그리고 ‘형 기업’으로 체면을 유지하려는 한국화장품 간 ‘자존심 대결’은 당분간 업계의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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