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2018 아시안 게임, 금메달 따고 군 면제받는 스타들
[인물탐구] 2018 아시안 게임, 금메달 따고 군 면제받는 스타들
  • 김은경 기자
  • 입력 2018-09-07 18:21
  • 승인 2018.09.07 18:21
  • 호수 1271
  • 6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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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 조기 전역…조현우·손흥민 면제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총 42명이 체육요원 병역특례 대상자가 됐다. 현재 병역법은 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에 대해 현역 군 복무 대신 공익근무요원으로 해당 특기 분야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국위 선양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병역특례 대상자는 기초군사훈련 기간을 포함한 총 2년 10개월(34개월) 동안 선수 등 체육활동을 하면 된다. 예술·체육 요원은 이 복무 기간에 총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복무를 마친 뒤에는 예비군에 편입된다. 일요서울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특례 대상자가 된 선수들을 알아봤다.

젊은 선수들 군대 문제 해결… 대중 반응 극과 극
“병역 혜택 취소하라” 靑 청원 등장에 업계도 화들짝


국방의 의무는 신체 건강한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다. 운동선수도 다르지 않다. 다만 한창 전성기를 누려야 할 시기에 가져야 하는 군 입대 2년 공백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국군체육부대에서 입대하지 못하는 B급 선수의 경우 기량 유지도 힘들 수 있다. 해외 진출이 활발한 축구의 경우 병역미필은 결정적 결격사유가 되기도 한다. 

올림픽은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이상 병역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농구에서 금메달을 딴 현주엽의 경우 당시 상무 소속이었음에도 현역 군인은 이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만기 전역해야 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특례 대상이 된 선수는 총 42명이다. 병역특례 대상자가 가장 많은 종목은 축구다. 와일드카드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토트넘), 조현우(대구),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포함해 20명 전원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야구 대표팀은 24명 중 9명이 병역특례 대상자로 선정됐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3일 오후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이란과 접전 끝에 79-77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12년 만에 꿈에 그리던 정상을 밟았다. 12명의 선수 중 김선형(26, SK), 김종규(23,LG), 오세근(27, 상무), 이종현(20, 고려대)은 금메달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게 됐다.

국위선양 명분으로…조기 제대 혜택 선수는

현역 군인 신분으로 혜택을 받게 된 선수들도 있다. 오세근은 전역 절차를 밟은 뒤 다음 시즌 소속팀 KGC로 곧바로 복귀하게 됐다. 나머지 세 명은 기초군사훈련만 받으면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 당장 오세근이 가세할 KGC인삼공사는 우승 후보로 격상됐다. 오세근의 합류는 외국 선수 한 명이 더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세근은 국가대표로 뛰면서 전성기에 근접한 기량을 되찾았다. 남들보다 늦게 농구공을 잡은 오세근은 1년이 뒤졌다. 여기에 그는 부상으로 프로 2년 차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오세근은 금메달을 따내면서 ‘잃어버린 2년’을 한 번에 보상받게 됐다. 

지난해 12월 입대해 현재 아산 무궁화 소속의 ‘의경’ 신분인 황인범은 이번 금메달을 통해 곧바로 전역할 수 있게 됐다. 아산 무궁화 박동혁 감독으로서는 인도네시아로 선수를 보냈더니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 됐지만 황인범은 원소속팀인 대전 시티즌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황인범은 입대 9개월 만에 전역식을 치르게 됐다.

현재 병장으로 복무 중인 김준호 역시 예정보다 일찍 전역하는 기쁨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황인범과 김준호의 전역 날짜가 아직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았지만, 행정적인 절차가 마무리된 뒤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준호(국군체육부대)도 금메달로 조기 전역할 기회를 잡았다. 현역 복무 기간을 제외한 시간에 봉사활동을 하면 된다.

손흥민, 금메달 국민에게 돌리는 겸손함

이번 병역 특례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아시안 게임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한국의 대회 2연패를 이끌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손흥민은 군 문제까지 해결하며 더욱 축구 경력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달성했다.

손흥민의 군 면제에 국내는 물론 영국 현지 매체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영국 축구 전문 매체 ‘풋볼런던’은 5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과 토트넘 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고 알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대망의 금메달을 따낸 에이스 손흥민을 향해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가 SNS를 통해 신속히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것이야말로 감동의 도가니”라며 손흥민이 양팔로 태극기를 펼쳐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과 함께 승리를 만끽하는 사진 여러 장을 올리며 “이거 금메달 실화냐? 눈물이 아닌 행복한 미소를 보니 더욱 기쁜 캡틴 쏜의 금메달!”이라고 손흥민이 흘린 땀과 눈물의 의미를 평가했다. 주장 손흥민은 아시안게임에서 골보다는 수비와 공간 돌파를 통한 숨은 조연을 맡아 1골 5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팀 동료들도 SNS 축하 대열에 합류했다. 얀 베르통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는 “축하해 쏘니”, 무사 시소코는 “마이 쏜, 축하해”라는 문구로 축하했다.

‘풋볼 런던’이 전달한 핵심 내용은 바로 ‘손흥민의 군면제’다. 금메달 획득과 동시에 병역 혜택을 받은 손흥민은 이제 2023년까지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별 문제 없이 활약할 수 있다. 이에 ‘풋볼 런던’은 “손흥민은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이는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더 나은 활약과 더 많은 득점을 터트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토트넘 소속의 손흥민은 군 면제 조건을 갖춘 덕분에 시장 가치가 폭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손흥민의 시장 가치는 9980만 유로(약 1298억 원)로, 지난해 9월보다 380억 원가량 상승했다. 이는 가격으로만 따졌을 때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적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시장 가치로선 세계 73위(국내 1위)에 해당된다.

영국 언론들도 손흥민 군 면제와 아시아 제패 소식을 타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1일 한국이 손흥민의 2도움으로 일본을 2-1로 꺾고 정상에 선 직후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서 손흥민이 병역의무를 피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손흥민 군 면제와 관련해 “손흥민은 한국 남성에게 주어진 2년의 병역의무를 아직 이행하지 않았고 한국이 우승을 못하면 징집될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이날 승리는 한국 대표팀에 병역 특혜를 줬다. 손흥민을 둘러싼 토트넘의 불확실성도 끝났다”고 평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한국의 아시안게임에서 연장 끝에 일본을 꺾으면서 손흥민이 군 면제를 받게 됐다”고 전했다. 대중지 더선은 한 발 더 나가 손흥민이 군 면제를 받고 언제 토트넘으로 복귀할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이어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초반 손흥민의 부재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보상받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토트넘은 4년 전 독일 레버쿠젠과는 달리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대표 차출을 허락했고, 대회 기간 동안 SNS를 통해 한글 메시지로 손흥민의 활약과 진군을 응원했다. 2020년 5월까지 토트넘과 계약한 손흥민은 만 28세가 되면 병역 의무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내년 7월 이후에는 해외에서 활동할 수 없다는 절박함 속에 마지막 군 면제 기회를 살려냈다.

군 면제의 목표를 이룬 손흥민은 인터뷰를 통해 “함께 고생한 동료, 후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이제 좀 울어도 될 거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특히 손흥민은 “금메달은 국민의 것”이라고 강조해 감동을 자아냈다. ‘눈물 대신 웃겠다’고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리며 “사실 눈물이 조금 났다. 국민의 응원이 너무나 감사했다. 국민 덕분에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은 제가 걸고 있지만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병역 특혜’ 국민적 눈총, 인정 범위 들쭉날쭉

특히 손흥민은 우승 진군에서 최대 위기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1-2로 패했던 순간이다. 선수들이 많이 침체해 있었다”며 “다시 끌어올리는 데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 것을 이겨내고 좋은 분위기를 타면서 좋은 성적을 냈다. 후배들이 고맙다”라고 답했다.

맏형으로 주장 역할론에 대해 손흥민은 “절대 주장으로서 나를 내세우지는 않았다. 그동안 제가 부족했는데도 후배들이 노력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며 “잔소리도 많이 하고 나쁜 소리도 했는데 후배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이구나'하고 받아줘서 금메달 딸 수 있었다. 선수 모두 한마음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은 ‘축구 잘하는 인성 좋은 팀’이다. 다들 착하고 축구에 대한 열망과 배고픔이 크다. 그런 마음이 커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시련을 통해 더욱 강해진 ‘김학범호’를 정의했다.

24세 초과 와일드카드로 우승을 이끈 손흥민은 함께 군문제를 해결한 23세 이하 후배 태극전사들에게는 “제가 봤을 땐 유럽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며 “두려워 하지 말고 겁내지 말고 부딪쳐 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고 아시아 정상이 아닌 더 큰 비전에 도전하길 기대했다. 마침내 병역 혜택을 받게 된 손흥민, 이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다만 일각에선 “병역 혜택 취소하라”는 국민들의 청와대 청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병무청장이 병역특례를 전면 재검토할 뜻을 밝혀 이목이 쏠린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