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중적인 전통주 소주, 소주 생산 업체에서도 국가대표급 기업인 진로가 끝내 법정관리 결정이 내려져 애주가들이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느끼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진로마저 무너지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 ‘기왕 마실 거라면 진로’라는 식으로 진로 소주를 애용했다.진로는 장진호 회장의 부친인 고 장학엽(84년 작고)씨가 1924년 평안남도 용강에서 지천양조상회를 연 것이 모태다.법정관리로 외국계에 진로가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진로그룹의 장진호 회장의 경영권 회복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장진호 회장은 지난 88년 총수 자리에 오른 직후 종합유통에 뛰어든 데 이어 주택건설, 전자, 기계, 금융, 레저 등으로 사업 영역을 급속히 넓혀갔다. 그러나 외형과는 달리 속은 부실로 곪아들어 갔다.결정적 원인은 맥주사업 진출과 실패.맥주 사업은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보니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이를 견디지 못해 97년 화의신청을 한 것이다. ‘국내 화의기업 1호’라는 불명예를 안고도 진로는 마년 1,000억여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자가 부담이 돼 흑자를 내지 못했다.그

러는 사이 채권들을 긁어모아 최대 채권자가 된 골드만삭스의 등장으로 진로는 새 운명을 맞았다. 문제는 골드만삭스가 외국계 기관으로서 진로에 혹독한 시장원리를 적용시켰다는 것. 그 결과가 법정관리다.장진호 회장은 진로의 회생으로 재기를 노려왔으나 이번 법정관리 개시로 그간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될 판이다. 장 회장은 그룹 부도 이후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배후에서 지로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진로의 외자유치 노력도 사실은 장 회장이 막후에서 조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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