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리맨에서 시작해 재계 3위 SK그룹의 회장에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까지. ‘셀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며 ‘월급쟁이’들의 우상으로 군림해온 손길승 전경련 회장이 진퇴양난에서 ‘진격’을 선택했다.손 회장은 지난 7월29일 “스스로 물러날 때를 잘 알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전경련 회장직을 고수할 뜻을 밝혔다.

이날 손 회장은 제주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회장직 유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동안 손 회장은 SK 사태의 책임론과 함께 전경련 회장 사임에 대한 일부의 압력을 받아왔다.손 회장이 SK 사태 책임론 부상에도 불구하고 회장직 유지를 고수하는 것은 재계에 한 약속 때문. 손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맡으며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기업이 되자”고 재계에 요구했다. 이와 함께 “국민들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위해 노력해 나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지금으로서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면서 재계 공동으로 한 이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올 2월 손길승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하기 직전까지 오너 출신이 아닌 CEO가 회장직을 맡는 것에 대해 일부 회의적 시각이 있었다. 보다 강력하게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재계의 화합을 다지려면 오너 경영자가 전경련 회장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그럼에도 어느 재벌 총수도 전경련 회장 자리에 오르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에서 손 회장은 회장직을 수락했고 지금까지 일을 무난히 처리해오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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