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 전경.
여의도순복음교회 전경.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피해자가 고통의 시간을 보낸지 20년, 용기를 내 첫 행동에 나선지 4년, 교단‧교회가 보여주기식 대처로 상황을 무마한지 1년3개월, 이에 대한 언론보도가 연이어 터진지도 벌써 3개월이 흘렀다. 바로 자신의 친조카를 성폭행하려 했던 목사가 교단의 면직‧제명 조치 후에도 익산에 위치한 개척교회에서 버젓이 목회 활동을 이어간 사건에 대한 얘기다.

피해자인 이유나(가명)씨는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항상 교회 측의 조치는 제자리걸음이라는 것.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이 개척교회인 주다스림교회에 대해 ‘경매’나 ‘강제집행’을 하겠다고 한 지 10개월, 개척교회 ‘현장실사’ 및 ‘특단의 조치’라도 내리겠다고 한지 1개월이 지났지만 크게 바뀐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경매‧강제집행 발언 또한 사실을 감추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주다스림교회’. [사진=지역 소식통 A씨 제공]
전북 익산에 위치한 ‘주다스림교회’. [사진=지역 소식통 A씨 제공]

이쯤 되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 문제에 대해 해결할 의지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면직‧제명된 박모 씨를 감싸는 듯이 보인다.

이 씨는 “지난 1월 경매나 강제집행 하겠다는 약속과 다르게 부동산 매매를 진행하고 있다. (개척지원금) 회수가 또 1~2년 흐를 것 같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개척국에 박 씨를 하루빨리 퇴거라도 시켜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교회개척국 관계자는) ‘박 씨에게 다른 곳으로 가서 있으라고 전화는 하겠다’고 하더라. 또다시 무기한의 부동산 매매 기한이 지나야 할 것 같아서 힘들다”면서 “저 사람(박 씨)는 조두순이다. 지금까지도 (피해자인 나에게) 사과가 없고, 위험한 사람이다. 교회개척국에 개척지원금(2억 원) 외에 남은 매매 금액을 박 씨에게 주고 명의를 이전해서 상황을 빨리 처리하면 안 되는지도 물었지만 돈이 들어간다고 안 된다하더라”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내용증명이나 공문을 보내고 (나가는) 날짜까지 기입해서 올해 안에 마무리되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음에도 교회개척국은 ‘그게 쉬운 게 아니다. 절차와 과정이 복잡하다. 전화가 빠르다’고 얘기했다”면서 “심지어 (박 씨는) 아직도 목회를 하는 것 같다. 예배시설이 똑같이 있고, 찬양을 스피커로 틀어놨다고도 들었다. 공사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다는데,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개척할 때와 똑같은 상태라는 것이다. 익산시청 직원도 공사흔적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박 씨의 성폭력 사실을 알고도 감싼 유모 목사에 대한 조치도 답보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유 목사도 여전하다. 아직도 (교회에서) 중징계가 없다. 말 뿐이었던 것이다. 결국엔 종이쪽지인 판결문일 뿐 아무 것(조치)도 없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동네 사람들은 대충 박 씨가 성폭행범인 것을 인식하는 듯한데 현실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교회개척국 (사건 담당) 직원이 발령된 지 3개월 밖에 안 돼서 이게 얼마나 긴급하고 중요한 사안인지 모르는 건지,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총회‧기하성 여의도총회) (대표)총회장이 가만히 있어서 일 처리가 느린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해당) 교회 물건 등을 치워 목회 활동을 중단시키라고도 교회 측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매매가 되면 어차피 다 뺄 것’이라고만 하더라. 교회 측에서 성범죄자를 강력 처벌하겠다고 지난해 7월17일 언론보도 했음에도 아직도 똑같아서 너무 기운이 빠진다”고 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3개월 전 일요서울에 “세 차례에 걸쳐서 환수를 위한 내용증명을 보냈다. 박 씨 측에서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간청이 있어서 기한이 조금 길어졌으며, 최근 네 번째 내용증명을 발송해 강제집행을 예고해 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회 측의 강제집행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늦어질 수밖에 없는 부동산 매매를 택했다.

또 교회개척국 측에서는 박 씨에게 위임장과 도장까지 받아 부동산에 넘겼으나 아직도 박 씨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기나긴 싸움, 피해자의 처절한 목소리에도 교회는 박 씨를 감싸고 있다. 이미 박 씨가 면직‧제명된 지 1년3개월이 지났고, 강제할 명분은 충분한데도 말이다. 심지어 박 씨의 성범죄 사실을 알고도 감싼 유 목사에 대한 중징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씨는 오늘도 교회와 그 인근에서 박 씨가 성범죄를 일으키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이 씨는 “미성년자 성폭행범이 나이를 불문하고 가는 교회 안에서 목사의 탈을 쓰고 목회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게 너무 지치고 힘들다”면서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에게 가서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것과 아직 종교의 자유로 문제를 일으킨 목사의 목회 활동을 막을 수 없다는 법의 허술함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내년 봄쯤에도 이 상태라면 그 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직접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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