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피로-감염성 질환, 스트레스 등 요인 휴식 통해 대부분 호전만성피로-간질환, 암 등 피로 원인 … ‘특발성 피로’ 전체 1/3 차지기온이 높아지고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이런저런 검사를 해 보아도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하는데 만성적인 피로가 계속되면, 환자들은 무슨 심각한 병에 걸린 게 아닌가하고 걱정들을 많이 하게 된다. 사실 ‘피로하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지쳤으니 좀 쉬어보라는 신체의 자연적 반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잠도 잘 자고 쉬어보기도 했으나 없어지지 않는 지속적인 피로는 그 원인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단순한 피로와 병(病)적인 피로의 구분

피로하다는 말 자체가 주관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사람들마다 표현하는 것이 서로 다를 수가 있고 그 정도도 다양하다. 의학적으로는 일상생활을 계속해나가기가 힘들 정도로 근육의 힘이 약화되거나 지구력이 없어지거나 정신적으로 평소에 하던 일을 지속해나가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환자들은 피로감을 ‘피로하다’라는 말 이외에도 ‘힘이 없다’, ‘몸이 지친다’, ‘기운이 없다’, ‘나른하다’ 등으로 표현한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피로감은 환자 스스로 그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며칠간 격무에 시달렸다든지, 잠을 제대로 못 잤다든지, 한동안 감기나 그 외의 질병에 걸려 고생이 심했다든지, 술이나 담배가 과했다든지, 집안이나 직장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많았다든지 하는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에는 안정을 취하고 충분히 잠을 자고 나면 좋아지게 된다. 이것을 일과성 피로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병이라고 볼 수 있는 피로는 안정을 취하는데도 없어지지 않는 피로가 한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지속성 피로). 그리고 6개월 이상 계속되는 피로를 만성피로라고 부르며 여기에는 특정한 질병 때문에 생긴 2차적 피로와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만성피로, 그리고 피로감 외에 몇 가지 다른 증상들이 포함되는 만성피로 증후군이 포함된다.

만성피로의 유병률과 원인

한 달 이상 계속되는 만성피로는 전에 성인의 약 10∼30%에서 느껴지는 증상이라고 하며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흔한 증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지속성 피로는 5~20%, 만성피로는 1~10%, 만성피로증후군은 0.2~0.7%정도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만성피로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최근 1개월 이내에 발생한 급성 피로는 여러 가지 감염성 질환, 스트레스, 정신적 충격 등이 유발요인이 되고, 과로나 수면부족 등이 피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런 급성 피로는 충분한 휴식을 통하여 대부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 달 이상 계속되는 피로인 경우에는 자세한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지속성 또는 만성적인 피로의 원인으로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요인과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피로의 신체적 원인은 결핵, 당뇨, 갑상선 질환, 간 질환, 심부전, 폐질환, 빈혈, 암 등이며 피로의 정신적, 사회적 원인은 심한 스트레스, 정서장애, 불안증, 우울증 등을 들 수 있다. 또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로는 ‘특발성 피로’가 있는데 전체 피로증상 중의 1/3정도 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만성피로의 치료에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충분한 수면, 안정, 비타민 섭취, 수분 섭취, 정서적 안정, 가벼운 운동 등이 기본적인 피로해결의 방법이다.

만성피로 증후군

만성피로 중에서 일부분은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병으로 불린다. 단순히 원인을 모르고 오래가는 피로라고 하여 만성피로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붙이는 것은 아니고 몇 가지 엄격한 진단기준이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진단기준(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기준, 1994년)은 원인을 알 수 없고 확실하게 드러나는 지속적이거나 재발성의 만성피로로서, 갑자기 시작된 피로로 그 발생시기가 분명하게 확인되며, 과로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좋아지지 않으며, 이전의 모든 일상활동을 하는데 큰 지장이 있을 정도의 피로를 말한다. 동시에 다음의 증상 중 최소한 4가지 이상이 함께 나타나서 같은 기간동안 계속되는 경우에 한정한다
1)단기 기억력 장애와 집중력 저하, 2)인후통, 3)목이나 겨드랑이의 임파선 통증, 4)근육통이나 관절통, 5)피로감과 함께 새롭게 시작된 두통, 6)잠을 자도 개운해지지 않음, 7)운동을 하고 나면 전신이 불편한 증상이 24시간 이상 지속됨. 이러한 증상을 동반하는 만성피로 증후군의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져 있지 않고 연구자들마다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정신신경계의 지장으로 생기는 ‘신경쇠약’이라는 주장과 바이러스나 몇몇 세균 감염 이후에 발생한다는 ‘감염질환’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주로 20∼50대의 젊은 성인에 많이 발생하며, 여자가 1.5배정도 남자보다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을 포함한 만성피로환자들에 대한 대책은 우선 원인이 될만한 질병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갑상선 기능저하증, 수면무호흡증(수면장애), 약부작용, 간염, 결핵, 당뇨병, 암, 불안증, 우울증, 정신분열증, 치매, 빈혈이나 영양불량,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심한 비만 등의 여부를 확인해 볼 것. 또 원인이 될만한 질병이 없는 경우 바이러스 감염조사, 면역기능 검사, 아미노산 검사 등을 해 보는 것이 좋다. 만성피로증후군의 기본적인 치료는 증상의 원인이나 악화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치료나 항불안제 투여가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고 고용량의 비타민제, 항 소염제, 아미노산제, 유산소성 운동(점진적으로 시행)이 증상회복에 도움이 된다.
<도움:한림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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