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맞딱뜨리면 어떻게 될까’…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조두순 거주지 인근에 설치된 지키미 초소 [사진=김혜진 기자]
조두순 거주지 인근에 설치된 안전 지키미 초소 [사진=김혜진 기자]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2008년 12월 11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등교하던 8살 어린이를 성폭행하고 영구적인 장애를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이 12일 만기 출소했다. 조두순의 재범을 막기 위해 안산시와 법무부·경찰 등 관계기관은 철저한 감독 체계를 추진하며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방안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 방범용 CCTV 증설, 안전 지키미 초소 설치 등 예방 총동원
- 이수정 교수 “정부·지자체·경찰 대응 방안 효과는 미지수”

 

조두순이 돌아온 안산은 그의 재범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조두순은 출소 후 7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5년간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신상정보가 공개된다. 또 지정된 전담 보호 관찰관으로부터 24시간 1대1 밀착감시를 받게 된다. 안산시는 조두순 아내가 최근 새로 전입신고를 한 거주지 근처에 폐쇄회로(CC)TV 8개소 15대 이상을 추가 설치했다. 연말까지 20여 대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산시는 또 신규 채용한 무도 실무관 6명을 포함한 청원경찰 12명을 24시간 순찰조로 투입한다. 경찰은 조두순 거주지 인근에 방범 초소를 설치하고 11일부터 24시간 운영한다고 밝혔다. 경찰서 여성청소년 강력팀 5명도 조두순 대응팀으로 지정했다. 인지행동 치료를 통한 성의식 개선, 알코올 치료 등 범죄 원인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전문프로그램도 실시된다. 

위급 상황 시 112에 연결되는 가정용 ‘안심벨’도 시범운영될 예정이다. 안심벨은 경기도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개발한 비콘(위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신호를 주기적으로 전송하는 기기) 기반의 설치형 범죄예방 장치다. 안심벨 버튼만 누르면 경찰에 즉시 신고할 수 있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지난 10일 담화문을 내고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법무부, 경찰, 범죄 전문가들과 함께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두순에 대한 국민의 공분과 불안함이 가라앉지 않자 국회는 지난 9일 ‘조두순 감시법’으로 불리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만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사람의 경우 야간이나 통학시간 등 특정 시간대에 외출을 제한하도록 한다. 또 부착자의 이동 범위도 주거지 200m 이내로 제한한다.

조두순 거주지 인근에 설치된 CCTV [사진=김혜진 기자]
조두순 거주지 인근에 설치된 CCTV [사진=김혜진 기자]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어

정부의 이 같은 대응에도 국민들은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의 과반수가 동의하면 조두순을 재심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못할 극소 형량만을 받고 나온 흉악범죄자를 국민투표를 통해 재심할 수 있게 해 달라”며 “국민투표를 통해 재심 동의가 과반 이상 나온 경우 재심을 시행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를 응징하겠다는 온라인 영상도 등장했다. 유튜브의 한 크리에이터는 조두순 출소와 관련해 “내가 맞더라도 (조두순을) 때리고 가야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조두순의 출소 모습을 게임으로 시연해 일종의 응징하는 장면을 보이기도 했다.

거주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더 큰 불안감을 호소했다. 기자가 조두순 출소 이틀 전 거주 예정지로 알려진 곳을 방문했을 때도 몇몇 동네 주민들이 모여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50대 주민 A씨는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그 이야기(조두순 출소)를 한다”며 “다들 불안해 한다. 그 사람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에 무서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린 자녀는 없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아닌가. 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 동네 주민들 열이면 열 다 그런 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조두순이 이사 온다고 알려진 곳 바로 앞에 ‘안전지킴이 초소’가 지어진 지 열흘 정도 됐는데 오늘 근처에 또 한 개가 세워졌다”며 “CCTV가 설치되고 지킴이 초소가 있어도 범죄가 벌어지고 나면 그만 아닌가라고 생각된다. 어떻게 안심이 되냐”고 반문했다. 

조두순이 출소 후 살게 될 거주지 반경 5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는 어린이집이 위치해 있다. 또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자리해 있다. 한 주민은 “근처에 위치한 둘레길에도 숱한 사람들이 지나다녔는데, 최근에 거주지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주민 C씨는 “근처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50여 명 정도 되는데 조두순이 출소하게 되면 어떡하냐고 부모들이 난리다”라며 “누가 여기를 보내냐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했다. 

인근 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많이 두렵고 무섭고 친구들도 밤에 다니기 무섭다고 한다. 누가 조두순을 없애 줬으면 하는 심정”이라며 “조두순 피해자가 학교 선배라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무섭다. 모두가 그 사람이 밖으로 안 나왔으면 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네에선 CCTV를 더 많은 곳에 설치하고 경찰들이 많이 오가는 조치밖에 못 봤다. 학교에서도 ‘밤에 혼자 다니지 않기’ ‘좁은 골목으로 다니지 않기’ 등의 내용이 담긴 안내장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만약 내가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기적 효과 있겠지만 장기적 효과는 불확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요서울에 “출소를 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정부나 지자체, 경찰이 시행하는 방안이 어느 정도 효과는 발휘할 것이지만 장기적 효력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사한 재범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 같은 방안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조두순이) 출소 직후에는 주변을 의식해 당분간 범죄를 저지르기 보다는 자신이 받게 될 기초수급 혜택을 받으며 조용히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출소 이후 심리 치료를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3년 정도 효력이 있다. 재범률 억제 효과는 20% 정도로 검증 돼있다”며 “지난 12년간 보호수용제도 도입을 이야기해 왔지만 결국 정부는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지금은 어떤 걸 하기에는 때가 늦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