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등 정부서 자가검사키트 출하 및 유통 직접 관여

서울시 강서구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 진료소에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그 옆으로 자가검사키트 상자가 쌓여 있다. [이창환 기자]
서울시 강서구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 진료소에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그 옆으로 자가검사키트 상자가 쌓여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우성종으로 자리 잡고 정부가 방역체계를 오미크론 대응으로 전환한 가운데 자가검사키트의 소비가 급등하며, 인터넷 쇼핑몰을 비롯해 약국과 편의점 등에서 매진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40대 A씨는 아내가 이달 중 출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나 임신부들의 경우 태아에 대한 염려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경우다 대부분이다. 

A씨는 3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쳤으나, 혹시라도 전염원이 될까 염려 속에 출퇴근 과정에서 최대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 다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욱이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을 더하기 시작한 얼마 전부터는 도시락을 직접 싸서 다니며 점심 시간에도 몸조심이다. 

그는 취재진에게 “지난 설을 앞두고 정부가 PCR 테스트를 자가키트로 검사할 수 있도록 전환한다고 했다”면서 “그 전에는 수시로 구매해서 스스로 점검해 왔는데, 정부가 오미크론 대응을 한다고 밝히면서 자가검사키트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디”고 말했다. 

그는 귀가하면 사전에 자가검사키트로 스스로 점검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출산을 앞둔 아내와 태어날 아기에 대한 염려와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방역지침이 오미크론 대응으로 전환되면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키트의 1개 가격이 인터넷 판매 기준으로 1만 원을 넘나들자 구매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 했다.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보건소를 찾아 온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보건소를 찾아 온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창환 기자]

자가검사키트 3배 가격에 웃돈 얹어도 물량 없어

기존 3000원 대에 구매가 가능했으나, 3배가 넘어서는 가격까지 오른 것. 이마저도 쇼핑몰과 약국, 편의점마다 매진 사태가 도래하면서 웃돈을 얹어도 구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요서울이 지난 7일 확인한 결과, 이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이 전환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국내 식약처에서 최초 승인받은 래피젠을 비롯해 에스디바이오와 휴마시스 등 3개 업체에서 생산량의 출하에 직접 관여하고 있어서다. 

이른바 제2의 마스크 사태를 막고 모든 국민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이유지만, 실제로는 기존에 판매 물량을 쌓아둔 중간 상인이나 도소매 상인들이 이를 기회삼아 가격을 무한대로 올리고 있는 것.

취재진은 해당 업계를 찾아 현재 상황에 대해 물었다. 자가검사키트 업체의 유통 담당자 B씨는 취재진이게 “모든 국민들이 골고루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만큼 생산력은 갖추고 있다”면서 “하지만 생산품의 출하와 유통에 대해 논의하고 점검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 취합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른바 ‘마스크 트라우마’로 자가검사키트의 유통을 직접 관여하고 나서면서 보건소 와 선별검사소 등 지자체 및 관공서 위주의 제공을 우선하면서 외부 유통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미 사전에 사재기를 마친 소매상들이 정부의 유통 관여를 기회로 막대한 이윤을 붙여 인터넷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다. 

당장 보건소나 선별검사소의 방문이 어렵지만 시급한 검사가 필요한 장애인이나 장애아 부모들은 정부를 향해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앞서 출산을 앞둔 아내와 태아를 위해 자가검사키트의 구매가 절실하다는 A씨의 경우를 보더라도 정부가 보건소와 관공서 등 보유량 확보에만 신경 쓸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창환 기자]
강서구청 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이용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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