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 시대…가계 부채 ‘부실화’ 우려 대안 없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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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Gianr step) 등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한국은행도 방어 전략과 국내 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등 시중 금리마저 치솟으면서 금융소비자 등 국민들의 아우성은 높아만 가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금리가 8%를 눈앞에 두면서 당장 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에게는 높은 이자 부담을 안기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하듯 경기 위축이 더욱 확대될 경우 소비 개선은 더더욱 힘들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자이언트 스탭에 스스로 발목 잡힌 미연준…국채 이자 수익 넘어 ‘순손실’
시중은행 가계대출 및 신용대출 7% 대를 향해…가계 부채 ‘부실화’ 우려

지난달 12일 한국은행에서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 모임이 있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포함해 총 7명의 금통위원들은 0.25% 인상과 0.5% 인상을 주장하는 편으로 나뉘어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종적으로 0.5% 인상이 다수의 찬성을 받아 2.5%였던 기준금리는 3%로 인상됐다. 

0.25% 인상을 주장했던 측은 지속된 금리 인상이 경기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간 우리나라도 미국중앙은행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방어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 왔으나, 당장 물가 안정에 직접적인 효과를 찾을 수 없고, 오히려 대외 리스크와 더불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0.5% 인상을 주장했던 측은 이어지는 고물가 여건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로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국제유가 등의 단순한 공급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이 아닌 수요에 따른 상승 흐름은 적극적 대응책을 요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특히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물가상승 및 고물가 환경에 물가안정 의지를 강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봤다. 지난 9월 5.6% 물가상승률을 두고 여전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한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하지만 한국은행도 고민이 크다. 물가상승을 억누르면 소비심리도 압박받고, 금리 인상 기조를 풀면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일부 경제전문가들로부터는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가 부정적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한미 간의 기준금리 역전 이후 이를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금리의 정책적 운용은 필요하나,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계부채 부실화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연준, 금리 인상으로 순손실 ‘종료시점 가까이 왔다’는 판단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가던 미국중앙은행과 미국연방준비제도(미연준, Fed) 등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했다. 지속된 기준금리 인상 정책으로 채권 수익이 순손실로 전환한 것. 지난 3일 미국 금융정책 의사결정 기관인 미연준 이사회에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0.75% 인상을 결정했다. 

매 6주마다 열리는 FOMC는 지난 3월 긴축을 앞세운 0.25% 인상과 지난 5월 0.5% 인상이후 4회 연속으로 0.75% 인상을 단행했다. 2020년 3월 이후 지난 2년간 0.25%를 유지해오던 미국 기준금리였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올해만 3.75%나 올렸다. 

미국 경제계는 인플레이션이 멈출 때까지 미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종점이 멀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함께 내놨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연준이 지난 14년간 양적완화를 위해 사들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수익이 2.3%에 머무는데 반해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이를 넘어서자 수익이 적자로 돌아 선 것.

지난 9월22일 0.75% 인상으로 3.25%에 이른 기준금리로 순손실로 전환된 미연준의 수익은 이번에 추가적인 자이언트 스텝으로 4%에 이르면서 손실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미연준이 그간의 정책기조를 전환할 가능성은 낮으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美 금융계의 풀이는 쉽게 지나쳐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중은행 대출 금리도 8% 이자율 시대 목전에

이미 국내 경제는 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흐름 속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가계의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소비 심리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소비 위축 가능성이 확대되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미국 등 글로벌 여건이나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 당장 금리를 낮출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일요서울에 “고금리로 인한 가계대출 부실화와 기업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마치 외환위기 당시와도 같은 디폴트 우려가 있다”라면서 “이런 중에 국내 경기 불확실성까지 확대되면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회복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의 빅스텝(Big step)으로 지난달 2.50%에 머물던 기준금리가 3%에 이르렀다. 이에 시중 대출 금리마저 상승 압박을 받으며, 곧 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4월만 하더라도 2~3%대의 이자율로 신용대출이 가능했는데, 11월이 되면서 신용대출 이자가 6~7%에 이르렀다”라며 “조만간 8%에 이를 것이라는 외부의 전망이 협박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총액은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9월 693조6475억 원 대비 10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조4354억 원이 빠졌다. 올 들어 매달 감소세를 보여 왔으나, 지난 10월12일 빅스텝 이후 이른바 ‘빌릴 돈 못 빌리고 우선 갚자’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은 1.93조 원 넘게 줄었고, 주택 담보대출은 7580억 원 늘었다. 

이런 고물가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야 한다면, 이자 부담은 상당히 과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7%까지 치솟은 신용대출 금리가 미국의 지난 3일 자이언트 스텝 영향과 국내 기준금리 상승 기조 속에 추가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8%를 넘어 연말께 9%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 소비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국내 가계대출의 높은 변동금리 비중이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상환 부담 심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정책당국이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을 고려해 저소득층 및 청년층 가구 등을 위한 맞춤형 지원방안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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