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저항선 없어…1400원 가능성 열어둬야
장중 1388.5원 까지 …13년 만에 기록 경신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80원 대를 넘어섰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80원 대를 넘어섰다.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원/달러 환율이 거침없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1400원 선이 뚫릴 수 있다는 비관론이 나오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급등이 국내 인플레이션 안정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8일 장중 원/달러 환율이 1380원을 넘어서며 2009년 4월1일 이후 13년 만에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단 하루만에 17.3원 오른 지난 7일 이후 연속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지난 1일부터 5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최종 1388.5원까지 상승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를 비롯한 금융권과 산업계에서는 저지선 구축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특히 인플레이션 등을 이유로 긴축 경제에 돌입한 미국 경제가 안정화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위안화 약세, 유로화 약세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원/달러 상승 배경, 위안화·유로화 약세…미국 경제는 안정화

이는 중국이나 유럽의 경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오는 8일(현지시각)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다. 지난 7월 회의에서 0.5% 금리를 인상한 ECB는 오는 9월 회의에서는 0.75%까지 상승,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공급불안에 따른 유럽 전반의 경제 위기가 초래됐고, 나아가 글로벌 식료품과 유가 상승까지 야기한바 있다. 이에 유럽은 물가 안정 및 미국과의 금리 격차 감소에 능동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필요에 따라 금리를 지속 상승시킬 것”이라며 ECB의 금리 인상 기조를 확인시켰다. 

원/달러 환율과 인플레이션 상황의 국내 경제 여건 등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은데 대해 한국은행도 나서서 금리 상승 기조로 전환하고 금리 0.5% 인상이라는 ‘빅스텝’까지 단행하며, 강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환율 하락을 방어할 만한 요소가 당장은 없어 당분간 환율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 저항선 없어…국내 인플레이션 안정화 ‘걸림돌’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8월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진 것도 원화 약세를 지지한다”라며 “레벨 부담으로 당국의 개입과 대응 의지가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 환율 수준에서 마땅한 저항선이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급 쏠림 감안 시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14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로부터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안정화의 부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입물가 상승이 동반되며, 인플레이션 안정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어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에 대한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하며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외화 자금 이탈 등의 거시 경제적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보다 수입물가 안정화를 지연시키며 내수(소비 및 투자) 침체 유발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나 관계기관 등의 정책적 지지가 있어야 환율 여건이나 글로벌 경제 상황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원 실장은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을 비롯해 물가·금리 등의 가격 변수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교란시키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중갈등 등으로 한국 경제가 다발적 쇼크로 경기 하방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라며 “연속적이고 복합적인 대외 충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선제적으로 점검·보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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