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전략에 화답 못하는 정의선 현대차

수소 트럭. [현대차]
수소 트럭. [현대차]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윤석열 정권 출범 첫해인 지난해 11월, 정부는 2023년을 기점으로 산업계 신(新)전략을 내걸었다. 산업 분야에서 투입 비용 상위를 차지하는 자동차 분야, 그 중에서도 정부 정책에 따라 확장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상용차에 힘을 실었다. 오는 2030년까지 수소상용차 3만 대 보급 계획을 내걸고 자동차업계의 동참을 기대했다. 하지만 국내 유일 수소차 생산 능력을 갖춘 현대차는 침묵했다. 사실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부 계획에 고개를 돌린 셈이다. 정 회장은 올 4월 현대·기아 임직원과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 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수소’라는 단어는 없었다. 

2030년 내다본 정부 미래먹거리 ‘수소 전략’ 차질 불가피
현대차의 계획은 2030년까지 ‘전기차’분야 …24조 원 투입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수소경제로드맵을 통해 수소상용차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이미 승용차 시장은 디젤, 가솔린, LPG, 하이브리드 등 내연기관과 전기차 및 수소차 등 다(多)모델 다품종 차량들로 포화 상태에 놓여 있으나, 상용차 분야는 정책 기조에 따라 전략적 성과를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동반됐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국내 완성차업체 등은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하고는 상용차 분야에서 대체로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대부분 생산·판매해 왔다. 최근에는 시내버스를 중심으로 일부 전기차 등으로 대체되고 있으나, 상용차 전반의 디젤 엔진 차량 완전 대체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디젤 엔진 외의 대안을 묵시적으로 기대해 온 것도 사실이다. 2021년 말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요소수 사태는 디젤엔진에 국한돼 있는 상용차(트럭 등) 부문의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이에 윤 정부 역시, 문재인 정권이 기획했던 산업 계획의 연장으로 불릴 수도 있는, 수소 전략을 내걸었다. 앞서 문 정권에서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그리며, 수소차를 비롯해 수소산업 활성화와 경제 분야의 수소 확산을 꿈꿔왔다. 하지만 기술력과 인프라 한계에 부딪혔다.

정부 수소상용차 보급 전략, 손해 볼 게 없는 장사

새로 들어선 정부입장에서는 자칫 전 정권이 남긴 숙제로 비춰질 소지가 있음에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수소 전략을 도입했다. 더욱이 전 정권으로부터의 연계성이 있는 산업으로 불리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면 이른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이에 정부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수치까지 언급하며 구체적인 방안을 세웠다. 오는 2030년까지 수소상용차 3만 대 보급 계획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수소차 보급은 기술력과 인프라가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인프라 구축은 아직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완성차업체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엄밀히 국내 유일의 수소차 생산 기술력을 가진 현대차그룹이 동참해야 하나 현대차그룹은 다소 냉담한 반응이다. 오히려 수익 구조의 정점에 있는 전기차에 포화를 집중하고 있다. 

굳이 수소차 기술개발에 나선다면, 상용차보다는 투자 성과가 높은 넥쏘 등 수소승용차 개발이 현대차로서는 이익이다. 수소버스나 수소트럭은 기술개발에 대한 빠른 성과를 얻기도 힘든 데다 내연기관 화물차에 비해 판매 가격마저 3~4배 수준으로 높아 시장 반응도 시큰둥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4월 국내  자동차산업 혁신 허브 역할 강화하겠다며, 오는 2030년까지 24조 원을 투자해 ‘글로벌 탑 3’ 도약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해당 계획에는 수소나 수소차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혹시 수소 계획이 따로 준비됐을까. 현대차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수소상용차 등 수소 관련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기차에 24조 원 투입하는 현대차 수소 분야 투자? 글쎄...

살펴보면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분야에 24조 원을 투입해 국내 생산·수출 확대 및 연관 산업 강화에 나서겠다는 현대차. 여기에는 연관 산업분야인 신규 전기차 공장과 로봇 장비 등의 언급도 포함됐다. 정부와 현대차의 계획은 동일하게 2030년까지 같은 기간에 걸쳐 진행되지만 사뭇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중에 정부가 수소상용차 3만대 보급 계획을 공개한지 만 1년이 됐다. 그 사이 정부와 현대차는 얼마나 많은 수소상용차를 현장에 투입했을까. 지난 1년간 보급된 수소상용차는 총 480대 수준에 그쳤다. 지난 정권만 하더라도 현대차는 어려운 수소 인프라 환경 속에서 정부 수소 전략에 발을 맞추고자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윤 정부 수소 전략에는 다소 냉담하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수소버스의 경우 대당 가격이 6억3000만 원에 이른다. 일반 시내버스(저상버스 기준) 가격이 약 9000만 원에서 1억 원 이하인 것에 비하면 6배가 넘는 가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환경부, 산업부 및 지자체 등이 지원금을 투입하고 현대차가 1억  원정도 할인을 해서 약 1억3000만 원 선에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환경부가 계획하고 있는 수소버스 1700여대 보급 계획을 여기에 대입하면 차량 가격만 정부와 지자체 등 세금으로 약 1조 원에 이르는 금액이 투입돼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3만 대 계획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수소상용차 보급 계획 수정 불가피? 현대차는?

수소 트럭 보급은 더욱 어렵다. 가격 면에서는 버스를 훌쩍 넘어선다. 현대차가 제안한 가격은 7억7600만 원 수준. 여기에 정부가 2억5000만 원, 지자체가 2억 원, 현대차가 자체 할인을 추가해 2억1000만 원에 구매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지자체가 수소버스 지원도 쉽지 않은데, 사업자들의 화물차 매입까지 지원해야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데 있다. 지자체 예산 편성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기술력이다. 수소차 기술력의 포인트가 바로 연료전지인데 현대차가 공개 판매하고 있는 11톤급 수소트럭의 경우 5년50만km의 보증 기간이 주어진다. 일반 화물차들이 10~17년, 200~300만 km의 보증을 받을 수 있는 것에 비할 때 사업자의 구매 의지가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가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료전지 교체 비용이 1억 원 수준에 이른다”라면서 “관계 부처 및 현대차 등과 함께 연료전지 교체 지원을 포함해 9년, 90만km 수준으로 보증기간을 늘리도록 하는 안을 두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수소상용차 보급 계획에 크게 동참하지 않는 이유가 보인다. 오히려 참여할수록 차량 가격 할인 및 지원 등을 이어가야 한다. 최근 들어 수소차 인력 보충 등을 통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뚜렷하게 투자 계획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로 풀이된다. 

산업부 및 환경부 관계 부서는 취재진에게 “당장은 현대차의 기술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맞다”라면서도 “특히 수소상용차 보급을 위해서 인프라 확충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이유 등으로 내년까지 150여대 보급 계획은 10분의 1로 줄었다. 

현재까지 수소트럭은 2021년부터 현대차가 생산한 5대에 올해 보급된 4대를 포함해 총 9대가 국내에서 도로를 밟고 있다. 여기에 환경부는 2024년 총 15대의 추가 보급 계획을 세웠다. 올해 보급된 수소버스와 내년 계획 1700여대를 포함해 2년간 총 2200여대가 보급될 계획이다. 그마저도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매번 현대차가 1억 원의 할인을 해준다면 무려 2200억 원의 할인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과연 정권 말미에 현대차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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