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2024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공천 진행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천 룰 논의와 함께 ‘물갈이론’도 본격적으로 거론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현역 의원들을 떨게 만들고 있다. 특히 총선 공천 문제는 친명계의 비명계 공천 학살 우려와도 연결되면서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물갈이’ 바람 아래 살아남으려는 자와 그 자리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자 사이에 치열한 생존 게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 혁신위 “공천 룰 손보겠다” 의지 드러내, 당내에선 ‘물갈이’ 압박 강화
-“현역 50%, 3선 이상 다선 75% 물갈이”…“비명계 물갈이 의도 아니냐”
22대 총선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 생존권인 ‘공천’ 티켓에 정치인들의 온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물갈이론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현역 의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물갈이론의 주요 타깃이 될 수밖에 없는 다선 중진 의원들과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들이 좌불안석이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와 끊임없이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비명계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이번 총선 공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갈이론이 힘을 받고 물갈이론의 주요 타깃이 되는 의원들이 궁지에 몰리게 될 경우 이들의 반발로 인한 민주당의 분열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천룰 손보겠다’혁신위, 물갈이론 ‘현역‧중진‧비명’ 초조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내년 총선의 공천 룰도 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당내 현역 의원들의 신경이 곤두선 분위기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 20일 KBS 라디오에서 혁신위가 총선 ‘공천 룰’까지 손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전권을 주신다고 처음에 말씀을 주셔서 그 말씀을 믿고 따른다”면서 “국민이 원하는 게 다 의제가 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김 위원장은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도 “최근 홈페이지를 개설해 국민 의견을 수렴 중인데 공천 룰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국민이 원한다면 안 다룰 수는 없다”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해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위에서 ‘공천 룰’도 논의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당 내에서는 ‘물갈이론’ 요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민주당 원외 인사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역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돼야 하며 3선 이상 다선은 4분의 3 이상이 물갈이돼야 한다”면서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10대 혁신안을 혁신위에 제안했다.
우선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을 한 현역 의원의 경우 총선 후보자 경선에서 득표율의 50%를 감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현역의원에 대한 선출직 공직자 평가 공개와 후보자 추천 시 당 정체성 항목을 신설할 것, 경선 후보자에 대한 합동 토론회 보장, 3인 이상 경선 시 결선투표 의무화도 주장했다.
이들은 경선 모바일 투표 도입을 통한 당원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경선 방법을 다양화할 것과 정치신인의 당원 접근권 보장, 경선 후보자의 징계 경력 등 정보 공개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도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위원회에 공천 및 검증 업무 시 외부인사 절반 배치 등과 함께 동일 지역구 3선 제한, 현역의원 하위 30% 컷오프를 요구한 바 있다.
현역 물갈이에 대한 당내 압박이 갈수록 강해지는 분위기다. 최용선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대변인은 지난 20일 ‘광주 KBS’ 라디오에서 “총선에서 이겨야 되는 이유가 초선들은 재선이 되기 위해서 삼선들은 사선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이겨야 되는 것이 아니다”며 “극악무도한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우리가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전면에 배치를 해서 국민들에게 새롭게 신뢰를 받아야 되기 때문”이라며 물갈이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지지층도 “새 인물로 교체” 58.6%
현역의원 교체 여론이 높은 것도 물갈이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월 8~10일 사흘간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거주지역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내년 4월 총선에 다시 출마할 경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57.9%가 ‘새 인물로 교체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다시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28.4%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13.7%였다. 특히 새 인물 교체 열망은 정당 지지도와 상관 없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새 인물로 바뀌는 것이 좋다’(58.6%)는 응답이 ‘재당선 되는 것이 좋다’(31.7%)는 응답보다 26.9%포인트 높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새 인물로 바뀌는 것이 좋다’(57.5%) 응답이 ‘재당선 되는 것이 좋다’(34.5%) 대비 23.1%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2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에 더해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86그룹 용퇴론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86그룹 용퇴론’ 쓰나미가 불어닥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86그룹에 대해 “그들의 희생이 감사하지만 개혁 세력을 과잉 대표하는 측면이 있다”며 “세상이 빨리 돌아가 신규 입법 수요가 많은데 그걸 따라잡지 못한다. 청년 세대에게 (86그룹이) 그 길을 내주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시민사회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한 것을 거론하며 “총선에서 이기는 후보를 정하는 기준을 주셨다. 그 기준에 저희들이 상당히 공감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컨대 80년대 독재와 싸우고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인물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헌신에 고마워하나 1990년∼2000년대에 입당해 당의 중추로 성장해온 선배 의원들도 그들이 국회에 들어온 나이대의 청년, 후배들에게 믿고 길을 내주고 그들이 일꾼이 되게, 새 얼굴을 보이게 하는 기준에서 공천하라고 말씀을 주셨다”고 전했다.
친명계 안민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2004년 17대 국회 당시 물갈이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판갈이 수준의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며 “그로부터 내년 총선이 딱 20년 지나지 않았나. 이제는 제가 볼 때는 여의도 판 갈이가 한 번 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물갈이에 힘을 실었다.
이어 ‘중진들부터 내려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다선들뿐만 아니라 초선까지 포함해서 민주당 의원들 170여 분에 가까운 우리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는 이런 자세가 있어야지 혁신이 저는 성공할 거라고 본다”며 “저 자신부터 그런 각오를 해야 되겠죠”라고 밝혔다.
정치권 ‘비명계 공천 학살 현실화되나’ 촉각
혁신위의 ‘공천 룰’ 손보기 움직임과 함께 현역 물갈이론까지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친명계의 비명계 공천 학살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김민하 시사평론가 YTN에서 “공천과 관련돼서 앞으로 혁신위가 어떤 기준에 의거해서 이런 것들을 가진 사람들을 공천해라라는 공천 기준을 공론화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그 기준을 예를 들면 기계적으로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 이렇게 걸어버리면 바로 그럼 우리 여의도 호사가들 무슨 생각하냐면 이게 인위적인 물갈이를 통해서 비명계를 물갈이 하려는 건가. 바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옥임 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의 경우는 지금 이재명 친명계가 장악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금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은 비명이 많다”며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때 들어온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까 이재명계로서는 어떤 명분을 들이대든지 물갈이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