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2대 총선 앞 對南 전략 수위 높여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라고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5일 연설 이후 북한의 도발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이에 국방부와 국정원 등 군과 정보기관이 총력을 기울여 안보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라고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5일 연설 이후 북한의 도발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이에 국방부와 국정원 등 군과 정보기관이 총력을 기울여 안보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2023년을 끝으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올해부터 대공수사는 기존에 수사권을 보유하고 있던 경찰만 담당하게 됐다. 다만 국정원은 정보 역량을 강화하고 방첩 임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 이런 가운데 국정원 안팎에서 올해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미 북한의 총선을 겨냥한 대남 공작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북한은 지난 5일부터 이틀에 걸쳐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해안포와 야포, 방사포 및 장사정포를 활용한 포격에 나섰다. 

북한의 22대 총선 및 미국 11월 대선 훼방용 공작
국정원, 수사권 폐지 뒤로하고 대북 정보역량 강화

최근 북한의 대남 전략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의 대남 총선을 노린 공작이 이미 시작됐다는 풀이가 군과 정보기관 안팎에서 나온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진 것을 두고 남한과 ‘갈라서기’ 인 듯 보일 수 있으나, 사실상 선거에 앞서 전 세계의 이목 집중 및 김정은 체제에서의 군사적 성과 과시용 등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평양에서 개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지난 14일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지 하루 만에 공개됐다. 

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강조해야 한다”라며 “(그간) 공화국이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모순적인 기성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 이상 주권행사 영역을 정확히 규정짓기 위한 법률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언급 이후에도 북한은 지난 19일 수중 핵무기 체계인 ‘해일-5-23’ 시험을 진행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미일 연합 해상 훈련 전개와 관련해 “국가의 안전을 심중히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무모한 군사적 대결 광기를 절대로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대한민국은 제1 적대국”… 전에 없던 강한 제스처

이런 북한의 도발과 김 위원장의 언급을 두고 국내외에서 4월 22대 총선과 다가오는 11월 미국의 대선 견제를 위한 심리전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예전에 비해 더 자극적인 도발과 헌법 개정 언급 등의 강한 제스처를 보이는 데는 미국의 대응에도 영향이 있다는 풀이가 더해진다. 

최근 미국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하마스의 국지전 및 대치, 예맨 반군 후티 공격 등으로 분산되면서 한반도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 데 기인한다. 이에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 

최진욱 전략문화연구센터 원장(전 통일연구원장)은 지난 19일 취재진에게 “최근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는 로키(Low key)로 대응하고 있다”라면서 “미국이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면서 한반도 내에서 무력 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북한이 지난해 말 위성을 발사했을 때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라면서 “현재 두 곳(이상)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북한은 이걸 기회삼아 더 강한 도발로 나오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국내 총선이나 미국 선거에 영향이 없을 수는 없는데, 북한은 이것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 정부는 북한에 강력대응 기조를 유지해 왔는데 그것이 북한에서는 남한과 더 이상 거래(대화)가 되지 않는 다고 생각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라면서 “이것을 기회 삼아 강한 도발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한민족이 아닌 적대국이라고 언급하며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을 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북한의 연초 군사도발 가능성을 예측하고, 유관기관과 대비 태세 확립에 나섰다. 국정원은 “북한이 우리 총선과 미국 대선이 있는 2024년 정세 유동기를 맞아 불시에 예기치 못한 군사·사이버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과거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주도했던 김영철이 지난해 6월 통일전선부 고문을로 복귀했다. 또 DMZ 목함지뢰 도발을 지휘한 리영길과 박정천 등이 8월 각각 총참모장과 군정지도부장 등으로 기용되면서 이른바 ‘도발 주역 3인방’이 군과 공작기관에 복직됐다. 

“미국은 로키(low key)전략”… 국정원, “안보 공백 없도록”

사회 및 정치적 혼란을 위한 ‘민간시설 타격’ 및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등을 빌미로 군사합의 전면파기를 선언하며 “대한민국 소멸”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결국 북한의 이런 심리전과 도발은 대외 과시용 및 내부 단속용이라는 풀이가 나오지만 방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 국정원은 “과거 북한의 행태와 최근 북한의 대남 위협 발언 수위 등을 고려할 때 연초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는 만큼 유관 부처와 함께 조기경보 및 대비태세 확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 등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이어 대남 공작도 국내외 각지에서 자행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안보 공백을 주의해야 한다는 주의령도 내려졌다. 

이에 국정원은 내부를 점검하고 국내외 방첩 및 첩보 업무 강화에 나선다. 특히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다가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수사권 유무와 관계없이 절대 공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일 AP연합통신은 대북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김정은 위원장이 더 많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주변국들과의 대치 상황을 더욱 심각한 교착 상태로 빠트릴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이는 오는 4월 한국의 총선과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적대감을 더욱 고조시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 17일 취임한 조태용 신임 국정원장은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와 실전화의 야욕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고, 미중 전략 경쟁 등 외교·안보 현안이 산적해 있다”라면서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한 치의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더욱 강한 국정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 시작하자”라면서 “초심 즉 애국심과 국가관·대적관·사명감을 다시 한 번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북한의 서해 포격이 있던 지난 5일 백령도에서 K1E1 전차가 해상 포격 훈련에 나서고 있다. [국방부]
북한의 서해 포격이 있던 지난 5일 백령도에서 K1E1 전차가 해상 포격 훈련에 나서고 있다.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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