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뭡니까?”
“그만! 그만하게. 암만 해도 자네, 일하기가 싫어서 자꾸만 질문을 하는 모양인데 빨리빨리 살펴봐!”

추 경감은 다음 말을 붙일 틈을 주지 않고 방을 빠져 나왔다.
“그래, 여기서도 뭔가 찾을 게 있을 거야.”
추 경감은 혼자말로 중얼대며 신문을 펼쳤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외곬 인생 30년이라......회사의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양심적인 기업인......허, 졸지에 영웅이 되겠군. 어라, 이건 또 뭐지? 유전공학은 서로 다른  분자구조를 연결 하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며 단 하나의 사소한 잘못에도 만사가 무위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경우에도 겨우 안정기로 들어간 순간 사고가 잇따라 변국보 씨의 노력이 없었으면 지금까지의 공이 허사로 돌아갈 뻔했다......재미있군.

재미있어......“
추 경감은 신음을 뱉듯 중얼거렸다. 갑작스럽게 피로감이 몰려왔다.

“경감님, 경감님.”
“응?”
“원, 웬 낮잠이십니까?”
강 형사였다.
“어, 강 형사. 뭐 발견한 것은?”
“아뇨.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경감님의 추리가 확실하다면 이건 오히려 분명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건 무슨 소리야?”

추 경감은 아직 수마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흐리멍덩한 눈으로 되물었다.
“왜, 그거 있잖습니까?”
강 형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응, 무슨 소린지 알겠네. 자넨 그쪽으로 다녀와 주게. 난 무진으로 가겠네.”
“예. 알았습니다.”
강 형사의 힘찬 걸음에 추 경감은 오히려 입맛이 썼다.

“자네는 아직도 인간이라는 동물의 추악한 욕망을 모르는가? 그저 추적자로서 자네는 즐거운가? 강 형사 자네도 알 날이 있을 걸세. 인간의 가장 추악한 면을 뼈저리게 느껴야 인간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가 알게 될 걸세.”
추 경감은 쓴웃음을 거두고 무진을 향해 출발했다.

무진에는 사람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
“추 경감님. 뭔가 새로운 사실이 알려졌습니까?”
변사 장이 벙긋벙긋 웃으며 물어 왔다. 아마도 신문이 생각보다 크게 기사를 취급하여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렇습니다. 여러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먼저 이 이 사님과 구연희 씨를 불러 주시겠습니까?”
“아, 네. 그러지요.”
변 사장은 여전히 기분이 좋았다. 이이사와 구 연희는 곧 사장실로 왔다.
추 경감은 이 이사 앞으로 다가갔다.

“무슨 새로운 일이라도 있나요?”
이 이사는 불안한 표정으로 추경감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주식회사 무진의 이술균 이사입니까?”
추 경감은 기계적인 어투로 말했다.
“그건 잘 알고 있지 않소.”

이 이사의 불안감이 깃들인 반문에 추경감은 답하지 않은 채  구 연희를 향했다.

“당신은 주식회사 무진에 근무하는 구연희 씨가 맞습니까?”
“왜 그러시지요? 여러 번 뵈었잖아요?”
구 연희도 불안한 목소리였다.

“두 분을 마약 유포 및 상습 복용 혐의로 체포합니다. 김 순경, 박 순경, 서로 연행하도록.”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같은 소리가 세 사람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빨리 연행해.”

추 경감은 대꾸하기 싫다는 듯이 내뱉었다. 두 사람이 체포되어나간 뒤 추 경감은 뒤돌아서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변 사장님, 알고 계십니까?”
 

[작가소개] 권경희는 한국 여류 추리작가이다. 1990년 장편소설 '저린 손끝'으로 제1회 김내성 추리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 추리소설 '거울 없는 방', '물비늘', 실화소설 '트라이 앵글', 단편으로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수십 편이 있다. 수필집 '요설록', '흔들리는 삶을 위한 힌트'등이 있다. 중견 소설가이면서 상담심리 전문가로 <착한벗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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