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22대 총선 승리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에 거침이 없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모두 장악했다. 과거 야당 대표 시절 제왕적 총재로 불렸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을 능가한다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다. 171석의 거대 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파워는 막강 그 자체다. 22대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는 강성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단독 출마로 마무리됐다.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 과정도 이 대표의 의중, 이른바 명심(明心)에 좌우됐다. 물론 추미애 당선인이 아닌 우원식 의원의 선출이라는 대이변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애초 의장 경선에서 나선 후보 4명 모두 친명이었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서 이재명의 국회까지 완성한 것이다. ‘이재명 일극체제의 빛과 그림자를 집중 조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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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대 국회 원내대표.전반기 국회의장 선출에 明心 영향력 막강
- 의전서열 2위 국회의장까지 이재명의 국회명심 완성 시도
- 8월 전대 앞두고 대표 연임론기정사실화, 과거 불출마 입장 번복
- 당내 민주주의 실종·소통부재에 비판 쇄도2의 이회창의 길 우려

이재명 대표는 내친김에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 대표직 연임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침묵을 고수하고 있지만 차기 대선 도전의 확실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곧 결단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 연임은 이재명 일극체제의 완성에 마침표를 찍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문제는 이 대표가 모든 걸 틀어쥐는 압도적 권력을 완성하는 것이 차기 대선에 도움이 되느냐 여부다.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당내 민주주의 실종과 소통부재에 대한 우려 탓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 대표가 과거 대세론을 누리다가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대 단독 출마·국회의장 경선 교통정리개딸·명심 폭주

이재명 일극체제의 출발을 알린 것은 원내대표 단독 출마였다. 22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을 뽑는 선거에서 내부 경선이 무산됐다. 단독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친명계 내부에서도 대표적인 강성으로 손꼽힌다. 특히 원내대표 단독 출마는 지난 2005년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 정세균 의원이 단독 입후보해서 만장일치로 추대된 이후 거의 20년 만의 일이다. 22대 국회에서 3·4선 중진에 해당하는 당선인이 44명에 이른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의 강력한 투톱 체제로 국민이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겠다며 선명성을 강조한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22대 국회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 확보는 물론 이 대표의 대표적인 총선 공약이었던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추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또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 대표의 차기 대권을 확실하게 지원하겠다는 뉘앙스다.

문제는 박 원내대표의 단독 출마 이전에 친명계의 교통정리가 있었다는 점이다. 원내대표 후보군은 3·4선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대략 10명에 이를 정도였다. 특히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6세대의 리더격인 김민석 의원은 박찬대 의원과 맞대결이 유력했지만 막판 불출마로 급선회했다. 또 여성 원내대표 도전이 유력하게 거론된 서영교 의원 역시 최고위원직 유지 의사를 밝히며 도전 의지를 접었다. 이밖에 원내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던 친명 3선인 김병기·김영진·김성환 의원의 도전 의지를 접었다.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은 이 대표의 파워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애초 구도는 이례적인 4파전 양상이었다. 6선의 추미애 당선인과 조정식 의원, 5선의 정성호 의원과 우원식 의원이 도전에 나섰다. 이후 조정식 의원과 정성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추미애 vs 우원식맞대결 구도가 이어졌다. 이후 당심과 명심이 합쳐지면서 추미애 대세론이 유지됐다.

조 의원은 경선 후보를 사퇴하면서 추미애 당선인이 저와 함께 최다선이지만 연장자라는 점을 존중했다며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렸던 정 의원도 민주당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명심(明心)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이 대표가 추 당선인을 낙점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 일각에서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메신저를 자처하면서 국회의장 후보군을 조율하면서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이후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말까지 유행하면서 추 당선인이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예약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과는 우원식 후보가 전반기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가 됐다. 지난 16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서 깜짝 반전이 일어났다. 친명계의 지나친 개입과 일방적인 교통정리가 소속 의원들의 반감을 샀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다만 이 대표의 의중은 추 당선인이 아닌 우 의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독불장군 성향의 추 당선인은 예측불허 이미지 때문에 컨트롤이 어려운 것은 물론 국회의장 이후 차기 대선의 경쟁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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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시켜도 하기싫다, 측근 내세워 대표연임론여론 조성

최대 관심사는 이 대표의 대표 연임론이다. 22대 총선 이후 대세로 굳어진 양상이다. 이 대표가 결심만 한다면 오는 8월 전당대회 승리와 대표직 연임은 거의 예약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전대 출마를 촉구하면서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물론 이변을 연출한 국회의장 경선 결과를 고려한다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 대표가 고심을 이어가겠지만 결국 전대 출마를 통한 당 장악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문에서 친명으로 변신한 민주당의 선장으로서는 이 대표 이외에는 대안부재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대표 역시 본인의 연임에 대해 주변 의견을 조심스럽게 청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권에 가장 앞서있는 유력 주자다. 다만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우선 총선 라이벌이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전대 출마를 통한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정치적 부상도 이 대표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민주당 내부 갈등이 커지면 친문 및 비명계가 조국혁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차 영국에서 일시 귀국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이 성사될 경우 총선 공천 과정에서 낙천·낙선한 친문 및 비명계가 김 전 지사를 구심점으로 정치세력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불안 요인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2선 후퇴보다는 대표직 연임이 차기 대선을 위한 효율적 카드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아직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이 대표는 아직 제 임기가 넉 달 가까이 남아있기 때문에, (연임론을) 그렇게 깊이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과거에는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22대 총선 과정 중 공천을 처음 해봤는데 이거 한두 번 더 했다가는 주변 사람 다 잃게 생겼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면서 당대표가 정말 3D 중에서도 3D. 누가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속내를 토로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침묵하는 동안 강성 친명계는 연일 대표 연임론을 공개적으로 띄워왔다.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에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연임 제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당헌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이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강한 리더십과 정책 덕에 자연스럽게 연임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연임 대찬성이다.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해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다. 부디 이 대표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치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에서도 당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친문을 중심으로 비명계 일각에선 이 대표의 연임론에 부정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당 일각에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용진 의원 등이 대항마로 거론되기도 한다. 다만 전대에 도전하더라도 승리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다. 대안부재론이 커지면서 윤석열정권의 대항마로 이재명 대표말고는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면 이 대표의 전대 출마와 대표 연임은 기정사실이 된다.

YS·DJ 뛰어넘은 제왕적 총재민주당, 황제 모신 당이냐비판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뉴시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뉴시스

이 대표는 과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당 대표 시절보다 막강 권력을 보유했다. 제왕적 총제 그 이상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연임이 차기 도전에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정권에 대항한 야권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한다는 장점에도 민주당 내외부의 날카로운 공세에 시달릴 경우 대중적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전례도 흔치 않다. 민주당 전신 정당의 역사를 돌이켜봐도 대표직 연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9월부터 20001월까지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지낸 게 마지막이다. 정당 민주주의의 확산과 제왕적 총재 극복이라는 시대정신을 고려할 때 대표직 연임은 여야 모두에서 극히 예외적인 사례다.

개딸로 불리는 강성팬덤과 달리 민심은 팽팽한 상황이다. 여론조사전문업체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이달초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5%)에 따르면, 이 대표 연임에 대한 반대 응답은 45%, 찬성 응답은 44%로 각각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층의 연임 찬성 응답이 83%, 반대 응답이 12%라는 점과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결과다.

이 때문에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는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박찬대 원내대표 단독 추대 및 국회의장 경선 교통정리를 명분으로 한 후보 사퇴 및 단일화 시도에 대한 비판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정치원로로,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한 사람을 거의 황제 모시고 있는 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86세대 중진인 우상호 의원 역시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인데, 구도를 정리하는 일에 대표나 원내대표가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심각한 문제라고 공개 비판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원내대표 단독 추대에 이어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마저 특정 계파의 입맛대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역대 어떤 국회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라면서 예상과 달리 추미애 당선인이 좌절된 것은 이재명 일극체제의 균열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총선 승리에 지나치게 도취돼 권력을 틀어질 경우 민주당 안팎의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대표직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주자다. 당 안팎에서 도전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친명 일색의 지도부 구성에도 만족하지 않고 당권장악에 나선다면 길게 봐서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 최악의 결과는 제2의 이회창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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