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만 명에서 125만 명으로”. 최근 통계청이 제시한 대전광역시의 인구 전망은 뚜렷하다. 현재 144만 명인 대전 인구는 30년 뒤인 2055년께 125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대전 시민의 중위연령은 43세에서 56.4세로 급상승하며, 도시는 고령화의 허리로 진입하게 된다. 표면상 인구 감소 폭이 여타 지방 도시에 비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지방소멸의 전선에 들어선 현재 이 같은 수치는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대전 유성구 개최 연구개발특구 신년 인사회 모습. 뉴시스
대전 유성구 개최 연구개발특구 신년 인사회 모습. 뉴시스

-“144만 명에서 125만 명으로”...대전, 인구 절벽 앞 과학도시의 해법
-이 도시엔 미래가 있다”...대덕특구와 정주전략으로 돌파구 찾는 대전

[일요서울ㅣ현성식 객원기자] 이장우 대전광역시장은 이를 두고 경제와 교육, 정주환경을 포함한 인구정책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면서 청년을 붙잡고, 외국인을 유치하며, 아이를 키우는 것이 부담이 아닌 도시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성구 구성동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근의 한 벤처연구소. 7월의 숨 막히는 더위 속에도 연구실 내부는 시원한 온도보다 더한 열기로 가득했다. 실험대 앞에 선 이들의 절반은 20~30대 청년이었고, 곳곳에서 외국어가 오갔다.

다시 오고 싶을 만큼 좋았어요. 연구하기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했고요.” 프랑스 국적의 생물학 석사 유학생 리사 뒤부아(27, 가명)씨는 지난해 대전에서 6개월간의 인턴십을 마친 뒤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내년 졸업과 동시에 다시 대전행 비행기에 오를 계획이다. “이 도시에는 연구자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여기서 삶의 균형도 찾을 수 있었죠.”

떠나는 도시서 머무는 도시로”...일자리·돌봄·교육 만든 변화

대전시의 과학기반 인구유입 전략은 지금 현장에서 체감되고 있다. 대덕특구는 외국인 연구자와 국내 청년 연구인력을 유입하고 정착시키기 위한 거점이자 실험장이다. 대전시가 인구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제시한 방향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결혼 및 출산 친화도시 조성, 둘째는 육아·돌봄·교육 인프라 강화, 셋째는 청년층과 외국인의 지역 정주 유도다.

지난해 대전시는 결혼한 청년부부에게 1인당 250만 원의 결혼장려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장우 시장은 정책 발표 이후, 지난해 4월 혼인 건수 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44% 급등했다정책의 실질적 효과가 입증된 사례라고 강조했다. 대전시는 민선 8기부터 일·가정 양립에 기초한 근무환경 조성에도 나섰다. 생후 2년 미만 자녀를 둔 시청 공무원에게 연 5일의 보육특별휴가를 부여하는 조치는 전국 최초다. 이를 민간까지 확산시켜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꾀하고 있다.

돌봄 때문에 퇴사할까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견딜 수 있어요”. 둔산동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김선영(36, 가명) 씨는 시가 제공하는 아이돌봄 거점온돌방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해당 시설은 인근 초등학교와 연계돼, 지역 주민과 돌봄활동가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돌봄센터다.

대전시는 대전아이포털을 통해 돌봄시설 위치와 운영 정보를 제공하고, 돌봄활동가 양성·파견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유아교육비, 무상급식, 대전형 양육수당 등도 학부모들 사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교육부의 교육발전특구 공모 최종 선정과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은 향후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교육기반 확충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대전은 2019년 기준, 청년 100명 중 1.5명이 순이동으로 수도권을 택했다. 대전시가 직면한 가장 큰 현실은 청년의 탈대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전시는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는 중이다. 우주·항공, 바이오·헬스, 나노·반도체, 국방산업을 4대 전략 산업군으로 설정하고, 글로벌 기업 머크(Merck) 유치와 500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를 총칭해 대전 미래전략 2048 그랜드플랜이라 부른다.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청년이 남습니다. 과학도시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정주 인프라까지 동시에 갖춘 모델로 가는 중입니다.” 대전시청 관계자는 “2024년 대전은 도시브랜드 평판지수 전국 3위에 올랐고, 이는 불과 3년 전(29)과는 격차가 큰 변화라고 말했다.

대전의 또 다른 도전은 외국인 인재의 장기 정주다. 대전에는 약 20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거주하고 있으며, 시는 이들을 머무는 손님이 아닌 함께 사는 주민으로 인식한다. 창업 경진대회인 글로벌 인재 비즈니스 챌린지와 외국인 정착지원센터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이장우 시장, “국가재난 수준의 저출산, 지방정부도 무장해야

하나은행, 중장년 융복합 문화.교육 공간 '하나50+컬처뱅크' 대전지점 개점. 뉴시스
하나은행, 중장년 융복합 문화.교육 공간 '하나50+컬처뱅크' 대전지점 개점. 뉴시스

대전은 다문화 수용도가 높고, 정주 여건이 좋아서 가족과 함께 정착하기 좋습니다”. 지난해 방글라데시 출신의 무스타파 라흐만(31, 가명)씨는 대전에서 창업한 후 시민권을 신청 중이며, 지역사회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적 재난입니다. 중앙정부와의 협력뿐 아니라, 지방정부에도 과감한 권한과 재정이 필요합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방교부세 제도 개편, 지방정부 재정권 확대, 교육업무의 지자체 이양에 따른 재정 보강 등을 중앙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지금은 중앙-지방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며 인구 위기 시대, 지방도시의 생존 전략은 단순히 예산이 아니라 방향과 실행력에서 갈린다고 강조했다.

일요서울 취재팀이 대덕특구를 나서던 오후, 유성온천역 인근 카페에서는 KAIST 학생들과 외국인 연구자들이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이 대전에 머무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 연구 환경, 생활비, 사람들, 그리고 도시의 분위기까지, 대전은 지금, 이들을 위한 도시로 바뀌고 있다. “서울에만 살 필요는 없어요. 저는 대전이 더 좋은 삶을 줄 수 있다고 봐요”. 그 말은 지방소멸 시대를 앞둔 오늘, 우리가 다시 던져야 할 질문이자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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