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하위서 올시즌 2위권으로 가파른 상승세최윤겸 감독의 압박축구 열매 … 홈팬들 성원도 한몫올 프로축구 K-리그의 최대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대전의 돌풍이다. 지난 시즌까지 하위권을 맴돌던 대전시티즌은 올시즌 2위권까지 도약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올 시즌 대전의 도약은 최윤겸 감독의 용병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에 이뤄지는 탄탄한 팀웍, 그리고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특출한 스타급 선수가 없음에도 올 시즌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대전의 비결을 들여다봤다.

올시즌 대전은 신났다. 지난해 꼴찌에서 올시즌 선두권을 유지하는 도약을 이뤄낸 것. 지난해에 비해 스타선수나 특급용병 영입 등 특별한 전력보강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대전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시즌 중반이 지난 지금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전은 과거 시즌 엷은 선수층과 초반의 오버페이스로 인해 시즌초반 반짝 돌풍에 그쳐야 했다. 그러나 올 시즌 달라졌다. 대전이 줄곧 2위권을 형성하며 선두 탈환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전은 단순한 돌풍차원을 넘어 우승을 넘보게 됐다. 그렇다면 대전이 올시즌 이처럼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는 강팀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최 감독, ‘용병술’탁월

우선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은 대전의 최대 상승요인으로 올 시즌 대전의 사령탑을 맡은 최윤겸 감독의 용병술을 꼽고 있다. 최 감독의 용병술에 대해 전문가들은 ‘니폼니시식 축구’라는 얘기를 한다.니폼니시는 90년대 중반 부천 SK 감독을 맡았던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최 감독은 부천 SK에서 트레이너를 역임한 뒤 95년부터 99년까지 코치로 활동했고, 지난 2001년 조윤환 감독 후임으로 부천의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이로 인해 최 감독이 코치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니폼니시식 축구의 영향을 받게 됐다. 최 감독이 니폼니시 감독으로부터 전수받은 니폼니시식 축구를 접목시킨 것.실제로 최 감독은‘니폼니시 식’축구인 세밀한 패스위주의 정교한 플레이를 완벽히 재현하고 있다. 최 감독은 특히 공수간격을 좁힌 ‘4-3-3’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미드필드부터 상대를 압박하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또 얇은 선수층을 감안, 홈경기에서는 주전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원정경기에서는 체력 안배를 위해 벤치멤버들을 골고루 투입하고 있다.이처럼 최 감독은 대전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 이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선수들, ‘자신감’회복

주전 선수들의 활약상도 돋보인다. 우선 대전 돌풍의 진원에는 ‘샤프’김은중이 있다. 그는 부상의 악몽을 털어 버리고 올시즌 국내 최고의 골잡이로 거듭 성장하고 있다. 김은중의 활발한 득점행진은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대전 선수단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촉매제가 됐다.그는 공간을 잘 활용하고 스피드가 좋으며, 올시즌 체력이 보완된 후부터는 일대일 돌파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공격시 몸싸움을 불사할 정도로 체력에 자신감이 붙었다. 간혹 골문 근처에서 잡은 기회를 과감한 슈팅으로 연결하려는 강박관념 탓에 때때로 무리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의 동료에게 공격 기회를 제공해주는 어시스트도 향상되는 등 플레이가 점차 완숙한 경지로 올라서고 있다는 평가다.김은중은 5월 한달 동안 5경기에서 3골 1어시스트의 활약상을 보이며 KBS 등이 제정한 ‘5월의 월간 골드볼’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김은중과 함께 이관우도 대전 돌풍의 핵이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친 최고의 선수로 꼽혀왔다. 그러나 부상으로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부상공백을 깨고 나타난 이관우의 플레이는 대전의 숨은 보배가 됐다.이관우는 후반 조커로 기용돼 특유의 감각적인 패싱과 날카로운 슈팅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대담한 다이렉트미들슛이 일품이다. 이와 함께 슈팅찬스를 정확히 포착해내는 등 골결정력이 좋고, 바닥에 낮게 깔린채 골 네트를 향해 날아가는 슈팅의 강도 또한 위력적이다. 상대를 배려해 정확한 타이밍에 스트레이트성으로 강하게 찔러주는 절묘한 면도날 패스도 무척이나 환상적이다. 상황을 읽는 눈이 빠르고, 몸이 유연한 그는 앞으로 분명 크게 대성할 선수다. 패스의 정밀도와 전개력은 일품이지만 지구력이 좀 부족한 것이 흠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정교하고 유연한 드리블링, 기본기를 바탕으로한 볼키핑력, 동료 공격수에게 감각적이고 적절한 패스타이밍과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는 슈팅, 체구는 작지만 공을 맞히는 순간 강한 발목 힘을 이용한 임팩트 능력이 뛰어나고 상대 수비수의 몸 움직임을 먼저 간파하고 대처하는 지능 또한 뛰어나다.

이적생 김종현의 활약도 눈에 띈다. 충북대를 졸업한 뒤 98년부터 전남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다 올 시즌 대전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종현은 올 시즌 대전으로 이적한 뒤 전성기 기량을 되찾고 있다. 그는 1라운드에서만 4득점으로 팀내 득점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전 돌풍의 주역이 됐다. 이런 간판급 선수들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대전 돌풍에는 대전 선수들의 자신감이 내포돼 있다. 과거 패배주의에 싸여 있었다면, 올시즌 대전은 승리를 즐길줄 아는 팀으로 탈바꿈했다.우선 항상 밝은 얼굴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 일단 예년과 다르다. 선수들이 이처럼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다 보니 경기도 뜻대로 잘 풀리고, 혹 선취골을 허용하더라도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승리에 대한 강한 믿음 때문이다.

팬들의 성원도 한 몫

마지막으로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다. 올 시즌엔 홈경기마다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는 대전 서포터스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대전이 K-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평균 2만의 홈팬 관중이 몰리고 있는 것. K-리그 12개 구단 중 당당 1위다. 지난 해 5월까지 홈 경기로 치러진 아디다스컵 4게임에서 평균8,658명이 입장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138.3%가 증가한 수치다.최신식 클럽하우스에, 대기업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있는 다른 팀들과 달리, 지역 중소기업과 시민들의 후원금에 의지하는 넉넉지 못한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이 군소리 없이 성실히 훈련에 임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대전 축구팬들의 성원 때문. 이와 함께 대전 프런트의 열정도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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