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무승 7패 기록서 올 선발 8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로 변신슈퍼 독수리 한화 이글스 이상목(32)이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있다. 지난해 단 1승도 없이 7패만 기록해서 ‘이제 끝난 투수’로 여겨졌었는데, 올해 놀라운 변신을 해서 다승 부문에서 정민태, 바워스(이상 현대), 삼성 라이온즈 임창용, SK 와이번스 채병룡 등과 선두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목은 지난 4월24일 수원 현대전에서 3과 3분의1이닝 동안 3실점(2자책), 5월22일 대전 삼성전에서 5와 3분의2이닝 동안 2실점을 기록한 것을 빼면 선발로 나선 나머지 8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1일 두산 잠실전에서는 9안타, 7일 대전 삼성전에서는 7안타를 내주는 등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빼어난 위기 대처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난해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이상목의 호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다양해진 투구패턴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역 최고의 포크볼 투수로 불리는 이상목은 지난 겨울 새로 익힌 체인지업을 비롯해 싱커, 슬라이더 등 ‘팔색 변화구’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뛰어난 제구력까지 갖춰 ‘승리의 보증수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무엇이 이상목을 ‘3류 투수’에서 ‘최고 투수’로 변하게 했을까? 이상목 선수를 만나 보았다.

-먼저 지난해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해는 야구가 싫어질 정도로 자신감이 없었다. 그리고 구질이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4가지 공을 던졌는데 올해는 투심과 서클체인지업이 추가되었다. 6가지 공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제구력도 좋아졌다.

-지난해는 왜 자신이 없었나.▲지난해는 마무리로 출발했다가 중간계투로 전락(?)했다가 나중에 선발로도 뛰었다. 그런데 마무리로 나가서 몇 차례 실패를 하다보니까 감독으로부터 신임을 잃었고, 나도 자신감을 잃었다. 그래서 7패(3세이브)만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방어율도 6점 대(6.10)로 지난 90년 프로야구선수가 된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90년에 프로선수가 되었다면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원래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었다. 93년에 한화 이글스 전신인 빙그에 이글스로 트레이드되었고, 프로데뷔 4년만인 94년에 첫승(5승8패)을 올렸다. 이후 매년 8승 안팎의 승수를 쌓다가 99년에 절정기를 보냈다.

-99년에 한화 이글스가 팀 창단 이후 첫우승을 차지할 때 주역이었는데▲그렇다. 당시 우리팀에는 정민철 한용덕 등의 페이스가 좋았고, 나도 14승(8패 2세이브)으로 프로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었다.

-99년에 14승을 올린 이후 2000년에 단 1승도 올리지 못했고, 지난해도 그랬다. 너무 기복이 심한 것이 아닌가.▲2000년에는 부상 때문에 1경기만 출전했을 뿐이다. 그때가 가장 고통스러웠다.

-투수와 홈런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올해 몇 개의 홈런을 맞았나?▲나는 홈런을 맞은 상황은 볼 카운트까지 다 기억한다. 7개(6월18일까지)를 맞았다. 지난 13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이진영에게 바깥쪽 투심을 던지다 얻어 맞았고, 삼성전에서는 외국 선수 브리토에게 투 스트라익 투볼 상황에서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다 맞았다. 모두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하지만 한번 맞은 선수에게는 다시 맞지 않는 것이 지론인데 이제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다.

-홈런 하면 누구나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을 떠올리는데.▲나는 결코 이승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승엽은 오히려 팬들을 의식해서 (홈런을 치려고)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이승엽도 우리나라 타자들의 공통점인 몸쪽 볼에 약하다.

-그렇다면 어떤 타자가 두려운가.▲지난해까지는 롯데 자이언츠 박현승 선수에 약했다. 올해는 어느 정도 극복을 했지만 그동안 박현승에게는 5할 이상 얻어맞은 것 같다. 올해는 삼성 라이온즈 2루수 박정환 선수가 껄끄럽다.

-두 선수 모두 그다지 뛰어난 타자가 아닌데.▲그게 징크스라는 거다.-두려운 타자 가운데 의외로 홈런 타자들이 없는데.▲이승엽 선수와 같은 맥락인데, 홈런 타자라고 해서 두려워하지 않는다.오히려 그들과의 승부를 즐긴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이승엽, 마해영, 심정수 같은 홈런타자들에게 홈런을 얻어맞은 기억이 거의 없다.

-별명이 이 포크인데, 과거에 홍 포크라고 있지 않았나.▲그렇다. 이미 은퇴를 한 홍우태의 별명이 홍 포크였다. 지금 나에게도 이 포크라는 별명이 붙은 모양인데 그만큼 나의 포크볼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렇다면 포크볼을 비롯해서 자신이 던지는 구질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이건 일급 비밀이지만 알고도 당하는 거니까…) 우선 나는 직구의 최고 스피드가 지난해(148km) 보다 약 3km 정도 느린 145km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커브는 위에서 밑으로 떨어지는 커브와 옆으로 떨어지는 커브 2종류가 있다. 슬라이더는 내가 의식을 하지 않고 던지는데도 옆으로 휘어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별로 휘지 않고 (타자 바깥쪽으로)빠져 나가는 슬라이더가 있다. 포크볼은 손가락을 많이 벌려 잡아서 던지고 있고, 체인지업은 엄지와 검지를 OK자로 만들어 던지는 서클 체인지업, 공의 솔기를 잡고 던지는 투심 등 6가지 공을 나름대로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

-메이저리거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김병현 선수가 속해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페드로 마르티네즈 선수다. 자신감 있게 던지는 게 좋다. 특히 보통선수들의 직구 보다 빠른 145km가 넘는 체인지업은 일품이다.

-올해 목표는.▲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게 첫째 목표고, 두 번째는 이제까지 14승이 최고였기 때문에 15승 이상, 그리고 95년에 기록했던 3.75의 방어율이 가장 좋았었는데, 올해는 2점 대 방어율로 시즌을 마치는 것이다.

-가족 관계는.▲올해로 결혼 5년째를 맞은 아내 정선아와 1남1녀가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