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 포인트·자신감 상실이 최근 부진으로 이어져상체 세우는 투구폼 다시 찾는게 예전 구위 찾는 지름길전성기 때는 와인드 업때 오른발 펴지고 왼발도 거의 일자 상태팬들은 꾸준하게 그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이었다. 최근 서재응과 김병현, 최희섭, 봉중근이 너무나 잘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이자 개척자인 박찬호에 대한 팬들의 애정은 크다. 하지만 지난 8일 메이저리그 복귀전에서 그가 보여준 경기는 실망 그 자체였다. 변하지 않은 문제점이 계속 남아 있는 데다가 또 다른 문제점까지 드러났다. 또 경기를 풀어나가고자 하는 강인한 의지 또한 드러나지 않았다.

박찬호는 대체 자신의 어떤 부분을 믿고 복귀할 준비가 되었다고 언론에 자신 있게 말한 것인가.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단 말인가? 너무나 실망스러웠던 40여일만의 복귀전. 결과뿐 아니라 내용도 답답한 것이었다. 지난 8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실망스런 투구 내용으로 2이닝만에 강판당한 뒤 다시 부상자명단에 오르며 빅리그를 떠나야 했다. 그렇다면 박찬호의 부진은 무엇 때문일까. 과거 박찬호는 커브가 85마일 이상으로 나오는 데다가 투심도 93마일을 넘나드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파워투수 중에 하나였다. 하나 지금은 그런 말을 못한다. 박찬호는 과거에도 변화구가 결정구였고, 지금도 변화구가 결정구다. 그러나 포심 내지 투심의 위력이나 승부 스타일, 그리고 무엇보다 투구 폼이 과거의 파워 투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메이저리그 복귀전에서의 투구 폼은 너무나 놀라웠다.

물론 이전에도 그런 모습이 안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와인드업 당시 오른 발이 딱딱하게 서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마운드를 찍는 왼 발도 거의 일자로 펴진 상태였고, 더불어서 릴리스 하는 순간에도 거의 상체가 선 상태에서 공이 나왔다. 이전 박찬호의 모습은 없었다. 넓은 보폭과 강력한 허리의 움직임, 그리고 떨어져라 나오는 팔의 스윙도… 거기에서 파생되었던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85마일짜리 커브는 이제 정말 팬들의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는 추억이 될 듯싶다. 컨트롤도 문제다. 허리 부상이든 심리적인 문제이든 과거처럼 파워 넘치는 투구가 안 된다면 다른 방도를 강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부분 아닌가. 하나 기교파 투수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제구력에도 문제가 있는 것.지난 복귀전에서 그는 코너웍은 커녕 공을 가운데 집어 넣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이전부터 제구력이 그렇게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던 박찬호였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마치 TV 채널 돌리듯 무작위로 계속 진행 되어온 투구 폼의 변경은 그의 중심축과 릴리스 포인트 상실에 크게 기여해 지금의 제구력 난조에도 크게 일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투지의 문제다. 박찬호의 강인한 정신력은 이전부터 유명했다. 특히 2001년 다저스 시절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애리조나 전에서 7이닝 3실점의 멋진 투구를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그 모습은 아마 아직도 많은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박찬호의 현재 모습에서 ‘패기’라는 것을 찾아볼 수 있는가? 일부 팬들은 그의 정신력을 짚고 넘어가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듯싶은데,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자. 지금 경기를 끌고 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어떤 의지나 패기가 보이는가. 최소한 기자의 눈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가 나태함을 보인다는 것은 아니다.

박찬호는 분명 그것과는 거리가 먼 선수이다. 그는 오프 시즌에 누구 보다 연습을 많이 하는 ‘연습 벌레’로도 유명하고, 또 장기 계약을 맺었다고 초반 몇 해에 부진하다가 다시 프리 에이전트가 될 때쯤 활약하기 시작하는 그런 중남미 계열 스타일의 선수들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서 그가 지난 2년간 부진하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는지, 그리고 또 노력을 했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나태함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의 상실된 듯한 투지를 말하는 것이다. 복귀전에서 박찬호는 최악의 투구를 보이면서 어떤 표정과 투구를 보였는가. 그는 시종일관 시무룩한 표정에서 마치 ‘마음을 비운 듯한’ 투구를 보였고, 후에 실점을 할 때에도 그다지 격분을 했다거나 또는 무엇을 물색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올 시즌 지난 몇 경기를 통해서도 계속 드러나고 있었던 부분이다.

이전에 박찬호의 모습은 어땠는가. 그는 투구 하나 하나에 큰 신경을 쓰고 열정을 퍼부을 만큼, 열정적인 선수였다. 삼진을 잡으면 쾌재를 불러 동료들의 힘을 북돋웠고, 수비를 할 때에나 타격을 할 때에나 남이 말릴 정도로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에 따라 투지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박찬호는 자신감에 넘치는 투수였다. 항상 경기가 끝난 후에는 내 공을 믿었다는 식의 인터뷰가 주종을 이뤘고, 또 그만큼 그는 위기 순간마다 자신의 투심에, 그리고 자신의 커브에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질 것이라는 자신감에 찬 모습을 많이 보였었다. 하나 지금은 어떤가. 부상을 당한 이후 허리에 대한 의식 탓에 빚어지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이전과는 분명 많이 다르다. 공을 가운데로 넣지 못하는 것에는 물론 잦은 투구 폼 변경에 따른 릴리스 포인트 상실도 큰 몫을 담당하는 듯하지만, 근본적으로 전력 투구를 하더라도 가운데로 몰려서 상대 타자에게 맞을까 걱정하는 모습이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코너웍을 한다면서 구속을 감퇴시키면서 좌우로 꽂아넣으려 하고 있고, 그게 잘 안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볼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는 지금의 모습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마 시발점은 허리 부상 때문이 아닐까. 이전에 전력 투구를 하는 도중 허리가 삐끗한 박찬호는 그 이후 무리해서 투구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그러다 보니 타자들이 이전보다 쉽게 그의 구질을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투구 폼이 작아 지면서 구질의 위력이 떨어졌으니 당연한 얘기. 그렇다면 그가 나가야 할 방향은 부상에서 어서 완쾌되어 이전의 강력한 폼을 되찾아야 하는 것인데, 분명 2002년부터의 박찬호는 오스카 아코스타라는 정말 궁합이 맞지 않는 투수 코치를 만나 부상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투구 폼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공이 몰리면 이전과 같이 통타를 당하니까 점점 바깥 쪽 제구에 신경을 쓰게 되었고, 제구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한 박찬호로서는 어쩔 수 없는 고전이 이어진 것이었다.

그래도 작년 후반기 막 상승세를 탈 때에는 투구를 하면서 점점 보폭도 늘어나고 허리 사용도 늘어나며 릴리스도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성적 상승이 나왔던 것도 바로 이 부분과 연결되었던 것. 하나 올 시즌은 시작부터 계속 변신만을 꾀하다가, 결국은 이런 식으로까지 오게 된 것이다. 자신의 장기인 포심과 투심의 위력을 포기하고 어쩌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제구력과 볼 배합으로 승부를 걸려는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박찬호의 부진은 장기간의 휴식이나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듯싶다. 스스로 부진의 원인을 찾아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팬들은 그저 그가 조금 더 빠른 시일 내에 귀결점을 찾아가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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