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움이다. 정말 지금의 서재응을 평가할 수 있는 말은 놀라움 뿐이다. 어느 누가 서재응이 올 시즌 이런 성적으로써 메이저리그를 들썩하게 할 줄 알았겠는가. 타자를 압도하는 파워피칭은 아니지만 ‘환상적인 컨트롤’로 6월 27일 현재 5승2패, 방어율 2.66의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는 것. 특히 신인으로서 팀내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체 어떤 원인이 있기에 그가 이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지, 그 이유를 한 번 분석해 보고자 한다. 예의바른 태도로 동료들과의 친분유지도 큰 장점으로 꼽혀구질다양해도 투구폼은 일정해 타자들 타이밍 잡기 힘들어초구는 물론 결정적 순간에 가운데로 던지는 자신감도 한몫미국에 진출한 한국 메이저리거 중 최고의 신데렐라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서재응(뉴욕 매츠)이다.그러나 언제나 신데렐라라는 소리를 듣는 선수들이 가지는 고통이 있던 것처럼, 그에게도 쓰디쓴 마이너리그 시절이 있었다.

잘 나가던 때에 부상을 당하면서 투구를 못해 팀 내 유망주 순위에서 밀린 적도 있었고, 복귀를 한 후에도 언론으로부터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메이저리그로 올라오지 못했다는 것이 더 아쉬웠던 것. 누가 보더라도 서재응의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생활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국내 여론이 올 시즌 후 그의 국내 행을 점쳤었겠는가. 그렇지만 정작 본인은 그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가지고 메이저 선발 진입을 노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서재응의 메이저리그 돌풍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당연히 어떤 투수에 대한 분석을 할 때 선결적으로 해야 할 일은 투구폼을 뜯어보는 것. 일단 그의 멋진 컨트롤에서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듯이 서재응은 상 하체의 힘을 그다지 많이 이용하지 않는 투수이다.

뻣뻣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딜리버리의 유연성을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는 투구 폼. 그렇기에 서재응은 이 폼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의 안정성을 얻어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컨트롤이 살아나는 반대 급부로 투구의 위력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특히 그는 메이저리그 투수 들 중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변칙 투구’를 구사한다. 포심을 던지든,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든, 커브를 던지든 그는 항상 동일한 폼 속에서 구질이 파생된다. 물론 그만큼 각 구질의 위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뛰어난 컨트롤과 멋진 두뇌 피칭의 제어 아래에서 장점을 더 부각시킬 뿐이다. 타자들은 끝까지 어떤 공이 나올지 예측할 수가 없고 이래저래 타이밍도 잡기 힘든데 다른 하나의 부담까지 더해서 당혹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미 시작부터 어떤 이점을 가지고 들어가는 서재응의 투구 폼. 하지만 이것만을 가지고서 그의 장점을 모두 알아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아마 서재응이 지금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가장 큰 이유를 들라고 한다면 역시 이 세 가지를 언급할 수 있다. 컨트롤과 두뇌 피칭, 그리고 자신감 말이다. 그리고 컨트롤보다 오히려 더 크게 지금의 그를 유지해주고 있는 것은 바로 두뇌 피칭. 서재응의 투구를 보고 있자면 그 컨트롤에서가 아니라 타자들을 농락하는 뛰어난 두뇌 피칭에 감탄이 나올 뿐이다. 어디 그가 그리 위력적인 구질을 지니고 있는가? 포심은 90마일 수준인데다가 폼도 그다지 대단하지 않아 공 끝이 남달리 뛰어난 것도 아니고, 서클 체인지업도 종적 횡적 움직임을 많이 동반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투수들이 던질 수 없는 독보성을 지니는 것도 아니다.

수준급 커브 선수들에 비하면 현저하게 각이 떨어지는 커브 역시 마찬가지. 그렇지만 그가 이런 구질들을 지니고도 타자들을 농락할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바로 두뇌 피칭에 있을 것이다. 두뇌 피칭의 진수는 지난 6월 12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서재응은 이 경기에서 자신의 컨트롤을 재량껏 발휘해냈다. 특히 높은 쪽 포심으로 타자들의 눈을 위로 유도한 뒤, 평소에는 그다지 잘 이용하지 않던 커브를 낮게 구사해 타자들의 스윙을 유도해 내는 모습이 비춰질 때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낮게 잡힌 포심과 역시 낮은 서클 체인지업 역시 마찬가지. 그는 어떤 해설자의 말대로 조금은 불안하게 높은 쪽 공을 던진 것이 아니라, 마지막 결정구를 위해서 높은 쪽으로 타점을 유도하는 투구를 계획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최근 가장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자신감. 매 투구에서 그가 보여주는 자신감은 타자들을 압도해낸다.

그는 초구를 가운데로 꽂아넣는 것에 그렇게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볼넷을 내줄 바에는 승부를 한다면서 밀어넣는 것 또한 기교파 투수답지 않은 자신감과 대담성을 느끼게 해준다. 어떤 상대를 맞을 때 ‘이길 수 있다’는 생각과 ‘이기기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투수 판을 밟는 것에는 정말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서재응은 이미 시작부터 반 이상은 성공을 가지고 들어간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그렇다면 서재응의 돌풍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서재응이 앞으로 잘 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올 시즌 잔여 몇 경기가 아니라 추후 몇 년의 가능성을 두고 말하는 것. 그렇기에 그는 현재의 자신감을 유지해가면서, 또 앞으로 더욱 연구하는 자세를 보여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이야 무서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도 울고 가는 것이 바로 메이저리그. 더불어서 이제 그는 정보 없는 신인이 아니라 다른 팀에게 집중 분석되는 ‘메츠의 새로운 에이스’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오히려 더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믿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서재응의 성격이다. 경기 때마다 보여주는 덕 아웃에서의 활기찬 모습,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은 정말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들과 그는 언제나 융합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인터뷰에서도 항상 밝히지만 그는 동료들의 공을 꼭 빼지 않고 말한다. 한 번은 제이슨 필립스를, 한 번은 클리프 플로이드를 칭찬하는 식으로 자신의 우군을 확실하게 만들어 가는 듯한 인상도 보였다. 실제 클럽 하우스에서 동료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코칭 스태프와도 마찬가지. 실제 일반인들이 생활을 할 때에도 잘 모르는 사람과 긴장된 분위기에서보다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 도움도 많이 받고 긴장감 없이 제 활약을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라운드 위에서 9명이 함께 뛰는 야구 또한 그런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서재응을 믿고 서재응이 동료들을 믿는다면, 그가 어떤 부진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하더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주변에서 더해지지 않을까. 어느 하나의 허슬 플레이와, 어느 하나의 홈런포로써 말이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9명이 하는 것이라는 말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서 뉴욕의 극성스러운 언론을 감당해내는 그의 대담성도 상당히 놀랍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 미국에서 뉴욕이 차지하는 의미는 다른 도시와는 상당히 다르고, 또 그곳의 야구 열기는 정말 대단히 뜨거운데 서재응은 그런 폭발적인 조명과 관심에서도 돌부처처럼 흔들림 없이 자신의 역할을 다해내고 있다.

때로는 집중 조명이 부담스러울 만도 하건만…. 뉴욕 타임즈나 뉴욕 포스트 같은 언론사는 전국구 언론사에 비견될 정도의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매체들. 그렇기에 그들은 때로 권위를 이용한 서슴없는 비판과 악평 또한 심심치 않게 많이 내놓기도 하고, 또 그런 보도들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언론들에서 최근 항상 긍정적이고 또 희망적인 보도만 끌어내고 있는 서재응. 단순히 그가 잘하기만 해서일까. 붙임성 있고 항상 친절하고도 예의있는 그의 대인 관계를 지켜보고 있자면 이는 그저 원인 없는 현상으로 넘길 것은 아닐 듯 싶다. 아마도 언론사들로부터 견뎌내고 또 우군으로 만들어내는 그의 그런 털털한 성격도, 앞으로 긍정적인 답을 끌어내는데 큰 몫을 담당하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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