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20대 후반의 직장인 남성이 외래를 찾았다. 갑자기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붓고 열이 나면서 극심한 통증이 시작된 것이다. 밤새 한숨도 이루지 못했고, 아침이 되자 통증은 더욱 심해져 신발조차 신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관절은 붉고 단단하게 부어 있었고 손끝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소리를 지를 만큼 민감했다. 외상도 없고 처음 겪는 증상이었지만 진찰과 혈액검사 결과는 분명했다. 요산 수치 9.0mg/dL. 전형적인 ‘첫 통풍 발작’이었다.

통풍은 흔히 중년 남성의 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들어 20~30대 젊은 환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늦은 밤까지 회식자리에서 먹는 술과 고기, 내장탕이나 국물류 음식, 야식이 일상이 된 식문화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탄산음료, 당분이 많은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까지 더해지며 요산 수치를 올리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운동 부족과 과도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까지 겹치면 통풍이 나타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요산 결정화 쉬운 관절 부위 발병률 ↑

통풍은 흔히 알고 있는 관절염이 아니다. 몸속에 쌓인 ‘요산’이라는 노폐물이 일정 농도 이상이 되면 피 속에서 결정 형태로 변해 관절에 침착된다. 이를 이물질로 인식한 면역세포가 공격을 가하면서 강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때의 통증은 흔히 ‘칼로 쑤시는 듯한 고통’이라고 표현된다. 특히 발의 엄지발가락 관절에 잘 생기는데, 이는 체온이 낮고 말초혈관이 좁은 부위일수록 요산이 쉽게 결정화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처럼 갑작스러운 급성 통증을 계기로 병원을 찾고 그제서야 자신의 요산 수치를 확인하며 통풍을 인식한다. 문제는 고요산혈증이 별다른 증상이 없어 수년간 조용히 진행되기에 자신이 위험군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젊은 환자들이 첫 발작을 단순히 ‘한 번 아팠던 일’로 넘기고 관리에 소홀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풍은 일회성 질환이 아닌 만성질환이다. 몸이 요산을 과다하게 만들거나 배출하지 못하는 체질적 원인이 있어 한 번 발작이 생겼다면 앞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다. 초기에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1~2년 안에 재발하고 점차 다양한 관절로 번져간다. 시간이 지나면 요산결절(토푸스)이 생기고 관절 변형과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신장결석·고혈압·심혈관계 질환 같은 합병증을 불러올 수도 있다.

급성발작 ‘요산수치’ 안정화 치료법

치료는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급성기에는 무엇보다 통증과 염증을 빠르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비스테로이드 항염제(NSAIDs), 콜히친, 스테로이드 등이 사용되며 관절은 충분히 쉬게 해야 한다. 다만 많은 환자들이 혼동하는 부분이 있다. 급성기에는 요산 저하제, 즉 알로퓨리놀이나 페북소스타트 같은 약을 바로 시작하지 않는다. 요산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염증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급성 발작이 가라앉고 2~3주가 지나면 본격적인 만성기 관리가 필요하다. 이때는 요산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은 알로퓨리놀이며, 신장 기능이나 유전자형(HLA-B*58:01)에 따라 페북소스타트를 대안으로 쓰기도 한다. 요산을 소변으로 잘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프로베네시드 같은 배설 촉진제를 쓴다. 이미 결절이 생겼거나 기존 약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페글로티카제(정맥주사) 같은 특수 치료도 고려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교정이다.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식습관과 운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발을 막기 어렵다. 퓨린이 많은 음식, 즉 내장류·고기 국물·맥주·소주·단 음료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하루 2리터 이상 물을 마시는 습관은 요산 배출을 돕는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반대로 도움이 되는 음식도 있다. 저지방 우유와 요거트는 요산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체리·블루베리 같은 항산화 과일은 염증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몸속 대사 위험 경고, 꾸준한 관리만이 예방 가능

운동 역시 통풍 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단기간 체중 감량이나 무리한 운동은 요산 수치를 급격히 변화시켜 오히려 발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적합한 운동은 걷기, 실내 자전거, 수영이나 수중 걷기처럼 관절에 부담을 덜 주면서 땀이 날 정도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이다. 하루 30분 걷기와 충분한 수분 섭취만 꾸준히 실천해도 통풍 재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통풍은 단순한 관절염이 아니라 몸속 대사가 어그러졌음을 알리는 경고이자 전신 건강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다.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첫 발작을 경험했다면 지금이 관리의 시작점임을 기억해야 한다. 증상이 없을 때도 꾸준한 치료와 생활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관절도, 몸도, 삶의 질도 함께 지킬 수 있다.

병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되풀이되지 않게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약보다 습관이 오래 간다. 지금 시작한다면 늦지 않다. 

< 충무로 정형외과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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