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터지는 권력형 성범죄 
은폐 시도·2차 가해 논란도 여전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등 지도부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내 성비위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등 지도부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내 성비위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조국혁신당 성비위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해당 사건은 과거 진보 진영에서 발생한 성추문 흑역사의 문제점을 답습하고 있다. 권력형 성범죄, 은폐, 2차 가해 문제가 여전하다.

강미정 혁신당 전 대변인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성비위 사건 및 2차 가해 문제를 폭로한 뒤 탈당했다. 강 전 대변인은 지난 4월 상급 당직자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강 전 대변인은 "당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윤리위원회와 인사위원회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외부 조사기구 설치 요구는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가해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이어서 "당무위원과 고위 당직자들 일부는 SNS에서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향해 '당을 흔드는 것들', '배은망덕한 것들'이라 조롱했다. 문제제기는 '옳은 척 포장된 싸움'으로 매도됐다"며 2차 가해를 지적했다. 

당의 최대주주인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수감 중 성비위 사건을 인지했고, 출소 이후에도 피해자 측의 만남 요청을 지역 일정 뒤로 연기하면서 문제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최강욱 전 민주교육연수원장이 지난달 31일 혁신당 대전·세종 정치아카데미 강연에서 혁신당 성비위 사건을 두고 "좋아하는 누가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다는 것은 자기 생각이 아니라 개돼지의 생각"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보 진영 전반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성추문 수렁에 빠진 진보의 4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으로 이어지는 진보 진영의 성비위 스캔들은 이제 하나의 패턴이 됐다. 은폐, 축소, 2차 가해의 3단 콤보는 이제 이들의 전매특허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위선과 이중성은 이미 국민 모두가 뼈저리게 목격해 온 역사의 반복이다"고 꼬집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또 한 번 진보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며 "내부 성폭력에 쉬쉬하고 은폐하는 운동권 침묵 카르텔이 여실히 드러난 국면"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의 지적대로 혁신당 성비위 사건은 과거 진보 진영의 성추문 흑역사를 재소환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7년~2020년 사이 연이어 발생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다. 

안희정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지사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확정받고 복역한 뒤 2022년 8월 4일 만기 출소했다. 

오거돈 전 시장은 2020년 4월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이듬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오 전 시장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2022년 2월 형이 확정됐다. 그는 지난해 6월 26일 만기 출소했다. 

박원순 전 시장은 2020년 7월 서울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후 그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피의자의 사망에 따라 성추행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1월 직권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을 보내는 등 성희롱 행위를 했다고 결론냈다. 이에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씨는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5년 6월 5일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박완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21년 의원실 보좌관의 신체를 접촉·추행한 뒤 저항하자 수차례 성관계를 요구한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달 21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21년에는 진보 진영 내 군소정당의 성추문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는 당해 1월경 같은 당 장혜영 의원에 대한 성추행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자진 사퇴했다. 당시 정의당은 김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지 사흘 만에 속전속결로 제명 결정을 내렸다. 

같은 달 녹색당에서는 한 당직자가 신지예 공동운영위원장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여전한 은폐 시도와 2차 가해  논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 [뉴시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 [뉴시스]

혁신당 성비위 사건은 진보 진영의 숱한 성추문 흑역사에도 사건 은폐 시도 및 2차 가해 논란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두고 '피해호소인'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2차 가해 논란도 불거졌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4일 논평에서 피해 호소인 표현을 언급하며 "최강욱 전 의원의 '개돼지' 망언 역시 이러한 DNA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 유시민 작가도 "해일이 일고 있는데 조개를 줍고 있다"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개혁국민정당 집행위원이었던 유 작가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성 당원들이 2002년 대선 기간 발생한 당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론화 조짐을 보이자 해일(선거)과 조개(성추문) 비유를 든 것이다. 유 작가는 20년가량이 지난 2022년 해당 발언을 공식 사과했다. 

2008년에는 민주노총 간부가 전교조 조합원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사건 은폐를 시도했고, 10년이 지난 2018년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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