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7월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엔씨의 잇따른 사망사고와 관련,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책했다. 이 대통령의 초강경 경고가 나간 지 6일 만인 8월4일 포스코이엔씨의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또 외국인 근로자 심정지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이틀 후인 6일 “면허 취소 등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8월8일 DL건설 아파트 신축공사에서 근로자가 사망했다. 이 대통령이 ‘면허취소’ 등 초강경 대응을 지시했지만 아랑곳없이 사고는 이틀 만에 계속 발생한 것이다. DL건설은 대표이사와 모든 현장소장 등 60여명이 자발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혹한 책임추궁 속에서도 산재 사망은 계속되고 있다. 8월19일 경부선 철로 곡선구간에서도 선로위를 걷던 작업자들이 무궁화호에 치여 하청업체 근로자 2명이 숨졌다. 그로부터 이틀만인 8월21일엔 전남 순천시 산업단지의 레미콘 공장에선 작업자들이 화학품 저장탱크를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의식을 잃고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면허 취소” 등 엄중한 경고와 관련 회사의 대표이사 및 현장소장 등의 사표 제출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하루가 멀다 하며 이어진다. 이처럼 계속되는 잔업재해에는 반드시 까닭이 있다. 기업인이나 작업자들이 산업재해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사고원인으로 관련업체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고질적인 저가입찰제, 하도급 관행, 작업자의 고령화, 외국인 의존도 등을 든다.
그러나 설령 구조적 문제점들이 보완된다 해도 사고발생 예방 안전수칙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다면, 산업재해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엄한 질책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벌써 수십년 전에 산업재해는 없어졌어야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9월15일 연간 3명 이상 사망자를 낸 법인에 대해서는 최대 영업이익의 5% 과징금을 물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현대차가 해당된다면 최대 3천300억원을 물어야 할 판이다. ‘산재 퐁포’를 확산시켜 관련 산업을 위축시킬 따름이다.
그래서 사고 후 책임 추궁보다는 사전에 안전수칙을 엄격히 지킬 수 있는 방도를 찾아내야 한다.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는데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법과 처벌만으로는 재해반복을 막을 수 없음을 입증한다. 고가 입찰제를 도입해도, 하도급을 모두 없애도, 고령 작업자를 젊은이로 교체 헤도, 외국인 대신 한국인만 고용한다 해도, 산업재해 안전수칙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체질화되지 않으면, 산업재해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계적 굴지의 화학기업 미국 ‘듀퐁’의 체질화된 산업안전 수칙을 떠 올리고자 한다. 20년 전 포항공대 출신 이희현 박사는 듀퐁의 새내가 서원이었다. 어느 날 연구실에서 급한 일이 벌어져 다른 연구실로 가기 위해 뛰었다. 그런데 마주친 사원이 뛰는 그를 가로막고 서며 정중히 타일렀다. “이 듀퐁 캠퍼스에서는 아무리 급해도 절대 뛰어서는 안 됩니다. 타인과 부딪쳐 화학물질을 뒤엎을 위험이 따르니까요.”
이 박사는 그 직원의 경고대로 아무리 급해도 안전수칙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을 첫째 근무 신조로 삼고 사고 없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 산업 현장에서도 듀퐁 같은 산업재해 안전수칙이 각자 엄격히 지켜지고 체질화된다면 포스코이엔씨, DL건설, 코레인일, 화약품 저장탱크 둥의 비극은 예방될 수 있었다. 기업인들에게 ‘산재 공포’나 유발해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는 사후 책임추궁보다는 사전 빈틈없는 사전 안전수칙 준수 훈련이 앞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