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내린 與 윤리심판원장 "국민께 죄송하다"는 이유는   
與 총선 특별당규 보니 2차 가해로 '제명'되면 '공천 부적격'   
李대통령 지지층도 "삼진 아웃이면 제명해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 [뉴시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조국혁신당 성비위 사건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을 빚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여권 지지층에서는 징계 수위를 두고 "제명이 맞다"는 의견과 "하루라도 과하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최 전 원장은 지난달 31일 혁신당 대전·세종 정치아카데미 강연에서 성비위 사건을 두고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다" "좋아하는 누가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다는 것은 자기 생각이 아니라 개돼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16일 최 전 원장에 대해 당원 자격 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 전 원장이) 당직자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당의 윤리 규범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며 "윤리심판원에서 신중하게 심의한 결과 중징계에 해당하는 당원 자격 정지 1년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징계는 ▲제명 ▲당원 자격 정지(최대 2년) ▲당직 자격 정지(최대 2년) ▲경고 등이다.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최 전 원장의 징계 수위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이 모인 디시인사이드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에는 "최강욱은 징계 전적도 있는데 가중처벌 해야 하지 않나. 제명 처분이 맞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최 전 원장이 막말 논란으로 징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지난 2022년 4월 당내 온라인 화상 회의에서 "XXX 하느라 그런 것 아니냐" 등의 발언, 2023년 11월 "암컷이 나와서 설친다"는 여성 비하 발언으로 두 차례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반면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민주당 '민주응답센터'에 "최 전 의원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라"는 청원을 올렸다는 인증글이 올라왔고, 진보 성향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하루라도 과하다. 주의 정도에 그쳐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향티비 유튜브 '구교형의 정치비상구'는 지난 17일 최 전 원장의 징계 수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진행자는 "'적절하다' 61%, '과도하다' 39%로 나온다"며 "선택지가 두 가지만 있는 것이 속상하다, 처벌이 약하다는 분도 있다"고 반응을 소개했다. 

한편 최 전 원장의 징계를 논의한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이날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죄송하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누구에게 죄송하냐"고 묻자 한 원장은 "국민들과 피해자"라며 "힘 없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혼자 간다면 보폭을 한 걸음 더 가고 싶었지만 함께 가는 길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해서 여기까지 의결이 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에 대한 더 높은 수위의 징계를 고려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원권 정지, 중징계 효과 있을까    

한동수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장 [뉴시스]
한동수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장 [뉴시스]

통상적으로 당원권 정지 1년은 중징계에 속한다. 하지만 최 전 원장에게 당원권 정지가 실질적인 중징계로 작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각종 공천 불이익은 당원권 정지 이상 징계부터 적용된다. 당원권 정지 이력을 보유한 후보자는 공천관리위원회 후보자 심사 결과의 10%, 경선 득표율의 15%가 자동 감산된다. 

공천 불이익을 받지 않는 당직 자격 정지 처분이 '솜방망이 징계'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은 이전에도 두 차례나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세 번째 당원권 정지로 인한 추가적인 불이익은 없다. 

만약 최 전 원장이 이번 사태로 '제명' 처분을 받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민주당 22대 총선 특별당규에 따르면 '윤리심판원 등으로부터 성희롱·2차 가해로 제명된 자'는 공천 부적격 판정 대상이다. 민주당 특별당규 기준이 완화되지 않는 이상 2차 가해로 제명된 자는 복당을 해도 총선 출마가 불가능한 셈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제명을 당하면 5년 이내 복당이 불가능하지만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칠 경우 복당이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이 존재한다.  

징계 시점도 중요하다. 최 전 원장은 이번 징계로 지방선거 및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여권 한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 지방선거 하마평이 나오던 상황은 아니지 않나"며 "당원권 정지는 총선 기간과 겹쳐서 사실상 컷오프 효과가 발생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민주당 신기남·노영민 전 의원은 갑질 논란이 불거져 20대 총선을 석 달 앞두고 각각 당원권 정지 3개월과 6개월 처분을 받았다. 당시 민주당 내에서는 두 의원에 대한 징계 처분이 과하다며 의원들이 구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2023년 '5·18 망언' 논란을 빚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당원권 정지 1년 처분을 받으며 정치생명 최대 위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청래號 '면죄부' 논란 선제 차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실제 징계 효과와는 별개로 전반적인 여론은 민주당이 적절한 조치를 했다는 평가가 다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취임 이후 당내 악재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4일 최 전 원장의 2차 가해 논란이 발생한 지 4시간 만에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하며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정 대표는 지난달 5일 '주식 차명거래 의혹'이 불거진 이춘석 의원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에 나섰다. 당시 정 대표는 의혹 보도 2시간 반 만에 이 의원에 대한 긴급 진상조사 지시를 내렸고, 이 의원은 당일 저녁 자진 탈당했다. 

정 대표는 이튿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탈당한 이 의원을 제명 조치하겠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당규 18조에 따르면 징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징계 혐의자가 탈당하는 경우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을 결정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정청래 지도부는 징계 회피를 목적으로 탈당하는 '면죄부'를 허용하지 않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 당시 논란을 일으킨 자당 의원들에 대한 온정주의를 끊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간 민주당은 논란을 빚은 지역구 의원이 자진 탈당하면 사후 징계를 내리지 않았고, 비례대표 의원에게는 제명 조치로 의정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끔 길을 터줬다.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로 의원이 소속 정당에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자동 상실한다. 비례대표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적을 옮기려면 당이 제명 조치를 해줘야 한다.  

21대 국회 당시 민주당은 논란을 일으킨 비례대표 양정숙·김홍걸·윤미향·양이원영 전 의원을 모두 제명 조치했다. 

반면 각종 물의를 빚은 지역구 의원인 이상직·양향자·윤관석·이성만·김남국 전 의원 등은 별도의 징계 조치 없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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