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신경통] 몸의 균형 찾아 회복 리듬 찾아주는 보조축⋯ 피로 줄어드는 선순환이어져

뒤통수와 목덜미를 따라 번개처럼 ‘찌릿’하고 퍼지는 통증, 빗질이나 베개에 스치는 가벼운 자극에도 견디기 힘든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이는 흔히 ‘후두신경통’이라 불리는 질환일 수 있다. 대후두신경·소후두신경·제3후두신경 등 머리 뒤쪽을 지배하는 말초신경이 근막과 인대, 관절의 긴장이나 미세 염증에 의해 예민해지면서 발생한다. 목을 젖히거나 특정 지점을 누를 때 통증이 재현되면 후두신경통 가능성이 높다.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는 점에서 구분이 필요하다.

기본 치료는 자세 교정과 수면 관리, 근긴장 완화를 통한 보존적 처치가 중심이다. 하지만 약물(진통소염제·신경안정제 등)이나 신경차단주사만으로는 통증을 완전히 잡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신경의 과민 반응을 낮추고 몸의 긴장을 완화하는 한의학적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2024년에 발표된 무작위대조연구는 후두신경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의학적 ‘괄사-방사(피부 긁기와 소량 사혈)’와 전침을 병행한 치료 효과를 살폈다. 그 결과 단순히 통증 강도가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불안·우울 지표와 삶의 질까지 함께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통증이 단순한 신체적 증상을 넘어 정서적 부담과 일상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후두신경통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비교적 드문 진단명’인 후두신경통을 대상으로 무작위 연구가 이뤄졌다는 점은 임상적 가치가 크다. 근막 긴장을 낮추고 신경 자극을 줄이는 한의학적 접근이 실제 환자에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과학적 연구로 입증한 셈이다.

같은 해 「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에 실린 사례보고도 주목할 만하다. 10년 넘게 후두신경통으로 고통받던 고령 환자가 침 치료 후 단기간에 통증이 뚜렷하게 호전됐다는 내용이다. 약물 부작용이 걱정돼 장기 복용이 어렵거나, 반복 주사와 수술은 부담스러운 환자들에게 침 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치료 초기에 빠른 통증 완화가 불면·불안 같은 이차 증상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 같은 연구와 임상 경험을 종합하면, 후두신경통에서 침과 전침을 비롯한 한의학적 복합요법은 단순한 통증 완화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정서와 삶의 질을 함께 개선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약물 의존을 줄이고, 수면 장애·우울·불안 같은 악순환을 동시에 끊을 수 있는 통합 치료 접근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 진료에서는 단계적 접근이 권장된다. 초기에는 주 2~3회의 침 또는 전침 시술로 뒤통수와 목덜미 근육의 긴장을 빠르게 낮추고, 신경의 과민 반응을 진정시키는 ‘초기 안정 단계’에 들어간다. 많은 환자들이 이 시기에 “머리가 덜 무겁다” “조이는 느낌이 풀렸다”는 변화를 체감한다. 이와 함께 책상·모니터 높이 조절, 30~40분마다 짧은 목 스트레칭, 높은 베개 사용을 피하는 생활습관 교정이 병행돼야 한다.

통증이 일정 부분 안정되면 ‘재발 방지 단계’로 넘어간다. 이 시기에는 심부 경부 근육을 강화하는 턱 당기기 운동, 견갑대 안정화 운동 등을 도입해 올바른 자세를 습관화한다. 스마트폰 사용 시 고개 숙임 각도를 15도 이내로 제한하고, 취침 전에는 목과 승모근을 이완하는 가벼운 루틴을 들이는 것이 좋다. 환자의 체질과 수면·소화 상태에 따라 뜸·부항·연부조직 이완 요법이나 단기 한약 처방을 병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각도의 접근은 단순한 통증 점수 감소를 넘어 “사는 결이 바뀌었다”는 실질적 체감 개선으로 이어진다.

또한 환자별로 침 치료와 함께 한약·물리치료·자세교정·약침치료를 적절히 조합하면 안정성과 효과를 모두 높일 수 있다. 특히 침 치료는 부작용이 거의 없어, 흔히 나타나는 이상반응도 일시적 뻐근함이나 멍에 그친다. 이는 후두신경통 환자들에게 장기적 치료 전략을 세울 때 중요한 장점이다.

결국 치료의 목표는 ‘단번의 완치’라기보다, 짧은 기간 내 통증을 의미 있게 낮추고 수면과 불안을 개선하며 재발을 예방하는 생활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통증이 10점 만점 기준 2~3점 이상 감소할 경우 환자 삶의 질이 급격히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초기 호전이 동기부여로 이어져 재활과 운동, 자세 교정이 자연스럽게 지속되는 선순환을 만든다.

최근 발표된 무작위대조연구와 사례보고는 바로 이 초기 호전의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오랜 통증으로 약물 부작용을 걱정하거나, 주사·수술을 망설이는 환자라면 의료진과 상의해 2~3주간의 침 중심 보존 요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단순히 ‘통증 강도가 줄었다’는 차원을 넘어, 밤잠이 늘고 아침에 머리가 덜 무겁고 목과 어깨 움직임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것, 바로 그 변화가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만들어갈 현실적 성과다. 

< 수원바를정 한의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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